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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을 뒤지는 아내

나는 현금을 안 갖고 다닌다.


주로 카드를 쓰고 발렛 비용으로 딱 만 원짜리 한 장을 넣고 다닌다. 그래서 발렛 서비스 한번 하고 나면 잔돈은 다른 곳에 놔두고 다시 만 원짜리로 채워놓는다. 출근하면서 만 원짜리가 없어 아내한테 한 장만 달라고 했다. 방에 들어와 보니 아내가 침대 위에 두 장을 놓고 나갔다. 내 아내는 38년 동안 늘 그랬다. 내가 달라는 것보다 더 넉넉하게 준다.

 


총각 시절 집에서 밥을 먹을 때 우리 어머니는 내가 좀 더 달라고 하면 더 주신 기억이 별로 없다. 없다거나 있어도 그만 먹으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그렇게 살다 결혼하고 나니 많은 것이 달라졌다. 식사 도중에 반찬이 줄어들면 아내는 "OO반찬 더 갖다줄까요?"하고 묻거나 음식이 맛있어서 내가 더 달라고 하면 아내는 늘 내 기대치보다 더 많이 갖다 줬다. 내 뱃살은 전부 아내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내가 우리 아버지보다는 결혼을 잘한 것 같다. (엄마 죄송해요ㅠㅠ)


신혼 시절 맞벌이할 때 아내에게 용돈을 타서 다니던 시절. 그때는 주로 현금을 갖고 다녔는데 아내는 남자가 밖에 나가서 돈이 없으면 찌질해 보인다며 수시로 내 지갑을 뒤져 가득 채워줬다. 그 덕분에 가슴 쫙 펴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아내가 그랬기에 나는 지금까지 딴 주머니(비자금) 차 본 적이 없다. 부족하면 채워주는데 속일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결혼 이후 30년 넘게 내 통장 내역은 아내가 전부 알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 여자, 고단수네!


요즘 젊은 맞벌이 부부들 얘기를 들어보면 서로의 소득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한다. 각자 소득에서 합의된 생활비를 갹출해서 공동 사용하고 나머지는 각자 사용한다고 한다. 개인주의 등 인식 변화나 세대 차이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부부란 둘이 하나가 되는 과정이다. 물리적, 육체적으로야 두 사람이 어찌 하나 될 수 있겠냐만 적어도 가족 행복이라는 지상 목표를 추구해야 하는 공동 운명체 아닌가. 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그중에 우선은 경제적 신뢰다. 돈에 관해 배우자를 신뢰할 수 없다면 어느 분야에서도 신뢰하지 않는다. 그런 부부는 하나가 아니라 따로다.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부부생활 전반에 걸쳐 신뢰하지 않게 된다. 서로 신뢰하지 않는 부부가 어찌 수 십 년을 함께 살아갈 수 있겠는가. 돈 좋아하다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을 잃게 된다. 돈을 모으는 목적에서도 부부가 서로를 신뢰할 때 훨씬 빨리, 잘 모을 수 있다. 부부가 서로의 소득을 공개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저축이든 투자든 푼돈보다 큰돈일 때 기간은 짧아지고 효과는 커지기 때문이다. 또 각자 딴 짓 안 하고 허튼 돈 쓰지 않게 된다.


딴 주머니 차지 마라. 그러다 쪽박 친다.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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