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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증후군이 사라졌다?

명절 증후군이란 해마다 명절이 되면 아내가 과도한 음식 준비며 장거리 귀성/귀경에 따른 피로감, 시댁 식구들로부터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명절이 끝나고 나서 부부 갈등으로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아내 입장에서는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돕지도 않는 남편이나 자녀 또는 시댁 식구들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해야 할 일 자체가 많은 것도 힘들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그걸 몰라주는 철없는 남편 때문이다. 그래서 아내들이 명절 때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여보, 내가 도와줄까?"나 "며늘아, 고생했다. 얼른 친정 가라"라는 말이라고 한다. 그게 안 되니 해마다 명절이 지나고 나면 이혼 신청이 평소에 비해 급증할 정도로 명절 증후군은 심각한 사회 현상이다.     


우리 집에서는 아내의 명절 증후군 해소를 위해 10년 넘게 해오고 있는 루틴이 있다. 추석 전날 온 가족이 합심해서 오전에 음식 준비, 설거지, 청소까지 싹 다 마친다. 아내는 진두지휘만 하고 나머지 가족이 행동대원 역할을 한다. 그리고 오후에는 아내가 미리 점찍어놓은 가까운 교외 맛집으로 드라이브 가곤 했다. 아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리츄얼이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명절 증후군이란 단어가 없다. 올해는 추석 연휴가 길고 코로나로 다른 형제들과 만나지 않으니 아들딸과 함께 시골에 마련해둔 작은 오두막집으로 가서 지내다 오기로 했다.     



길어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명절 증후군이 사라지고 있다. 대규모 만남이 곧 확산세로 연결되는 코로나의 전염성 때문에 지난 2년 가까이 설이나 추석에 귀성이나 가족 모임을 최소화하는 추세 때문이다. 올 추석은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다시 귀성하는 가정도 다소 늘리라는 예상도 있지만 정부 당국에서는 대규모 확산세가 우려된다며 가급적 만남을 최소화하라고 당부하고 있고 부모나 자녀 입장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명분 때문에 적어도 올해까지는 귀성을 하지 않는 가정이 많을 것 같다. 코로나 시국의 비대면 추석 풍속으로 가장 신난 사람들은 명절 증후군의 가장 큰 피해자인 아내들이다. 그런 그들이 귀성을 하지 않는 대신 집콕 할까?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제주도를 비롯한 주요 관광지는 예약이 만실이라고 한다.   

   

문제는 그게 아니다. 명절 증후군은 없어졌는지 모르지만 이제 일상 증후군이 돼 버렸다. 명절 때만 부부가 갈등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로 인해 부부가 2년 가까이 붙어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부부간 다툼이 일상이 돼 버렸다. 남편과 아내 각자 ‘따로국밥’으로 수십 년을 지내오다가 갑자기 ‘섞어찌개’가 되려고 하니 불협화음이 생기는 것이다. 오죽하면 ‘코로나 이혼(Corona Divorce)’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을까.     


부부가 한 공간에서 잘 지내려면 나름의 기술이 필요하고 특별한 노하우도 있어야 한다. 평소 훈련을 해야 한다. 오랜 시간 같이 붙어 지내는 동안 상대의 단점이 많이 노출되기 쉬운데 단점보다 장점을 숙제하듯 찾아내 격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편들이여! 명절에도 아내를 도와줘야 하지만 평소 남편이 아내의 수고를 덜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사도 분담하고 서로의 감정을 읽는 법, 대화법도 배워야 한다. 아내들에게도 해줄 말이 있다. 평소 집안일에 무심하던 남편이 아내를 위해 뭔가 도우려고 하면 무조건 "고맙다~"고 해야 한다. "에구, 당신이 뭘 하겠어? 괜히 사고 치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어"라고 말하지 말길 바란다. 잘 못 하더라도, 또 실수나 사고를 치더라도 "도와주려는 마음에서 한 거니 괜찮아요.. 자꾸 하다 보면 더 잘 하게 되겠죠. 고마워요"라고 말해야 한다. 그러면 점점 더 잘 하게 된다. 남자들은 인정받기를 좋아하는 종(種)이라는 걸 기억하라. 


배우지 않고 잘할 수 있는 건 없다. 지금까지 돈 버는 법, 일하는 법, 취미 활동을 위한 일에만 관심을 뒀지만 이제 가족 간 사랑하기, 회복하기, 서로 돕기 이런 것들도 배워야 한다. “가족끼리 왜 이래?”가 아니라 가족이니까 해야 한다. 우리 그러려고 결혼한 거다.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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