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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는 몸이 늙은 게 아니라 마음이 늙은 거다

“꼰대는 과거를 이야기하고 청년은 미래를 이야기한다”라는 말이 있다. 자주 만나는 고교, 대학 동창들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과거 이야기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 이야기, 손주 이야기밖에 없다. 그들에게 현재는 손주와 정치(남 얘기)이기 때문이다. 하기야 대부분 명문高 출신에 인(in) 서울大 출신들이라 나름 화려한 과거를 가졌던 친구들이니 과거의 영광이 못내 아쉬웠으리라.


며칠 전 친구들을 만나 그들에게 물어보았다. 오징어 게임을 봤냐고. 여섯 명 중 한 명만 봤다고 한다. 시간이 없어서 못 본 게 아니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없어서다. 또 그들에게 물어보았다. 메타버스가 뭔지 아냐고. 다들 들어는 봤는데 뭔지는 모른다고 했다. 한 친구는 버스 이름이냐고 묻는 친구도 있었다. 또 가상 화폐가 뭔지 아냐고 물어보니 여섯 명 모두 들어는 봤는데 모른다고 했다. 대부분 관심도 없다고 했고, 그중 한 친구는 사기라며 핏대를 올린다. 그러면서 자기 아들이 가상화폐 얘기를 하기에 절대로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도 한때는 가상 화폐 말만 나오면 벽을 치곤 했다. 사기라며 말도 못 꺼내게 했다. 물론 아직도 가상 화폐 사기 사건은  심심찮게 뉴스에 오르내린다. 그러나 그것은 일부의 문제다.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왜 세계 최대 부자인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미국 연기금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샀겠는가. 연기금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더 이상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의 한 종류가 됐다”라고 말했다.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도 지정했다. 이들이 사기 피해자들인가. 그들이 내 친구만큼 똑똑하지 않아서 그럴까.


앞에서 말한 친구 아들이 무슨 수로 월급을 모아 집을 사고 평생 살아갈 자산을 갖겠는가. 베이비부머인 우리 세대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면 월급 받아서 저축하고 그 돈을 모아 집도 사고 자동차도 사고 노년에도 그럭저럭 먹고살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 아들딸 세대는 다르다. 그들은 말한다. “이번 생은 망했다”라고. 월급만 받아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주식 투자를 하고 가상 화폐 투자를 한다. 2년 전 350만 원까지 떨어졌던 비트코인이 최근 8천만 원 가까이까지 올랐고 이더리움은 20만 원도 안 됐던 것이 570만 원으로 오르며 각각 최고가를 경신했다가 조정 중이다. 전체 가상화폐 시가총액이 3조 달러를 돌파(2021.11.9) 하기도 했다. 이 날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약 1조2천902억달러(약 1천520조 원)로 미국 테슬라(1조1천513억달러)와 구글(1조314억달러)의 시총도 넘어섰다. 만약에 그 아들이 2년 전 350만 원이던 비트코인을 한 개 사서 지금도 갖고 있다면 수년 치 연봉을 벌어들이지 않았겠는가. 이런 판국에 가상화폐가 사기라며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면 그야말로 타잔이 뉴욕 타임스퀘어에 나타나 설치는 격이 아닌가.


가상 화폐 투자를 하라는 말이 아니다. 투자를 하고 말고는 본인이 판단할 일이다. 또 투자라는 게 응당 등락이 있는 것이니 반드시 이익을 본다는 말도 아니다. 그러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관심을 갖고 지켜보라는 말이다. 거기에 어떤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실제로 많은 기회가 있다. 내가 아는 한 친구는 퇴직 후 스마트폰 활용 강사가 됐고 줌(ZOOM) 활용법에 대한 책을 썼으며 최근에는 메타버스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내년쯤에는 메타버스에 관한 책을 쓰지 않을까 짐작된다. 나도 최근 들어 메타버스와 NFT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다.



김형석 교수는 말한다. 나이가 들어서 늙는 게 아니라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에 늙는 거라고.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꼰대들은 변화에 무심하다. 전혀 배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 참 재미있는 세상인데 마음만 먹으면 배울 거리가 차고도 넘치는데... 그러니 과거에만 묶여 산다. 내가 왕년에는 이랬는데 저랬는데. 그런데 지금은 뭐 하는데?라고 물으면 더 이상 말을 못 한다.


배운다는 것은 듣고 관심을 기울이고 찾고 배우고 익히는 거다. 그때 내 것이 된다. 남의 것이 아닌 내 것이 된다. 그런데 꼰대들은 20년 전 지식을 가지고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이 말은 고장 난 무기를 들고 전쟁터에 나갔다는 말이며, 세상에서 사라진 옛날 재화를 지갑에 고이 간직하고 뿌듯해 하는 것과 같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일본 경제학자로서 현대 경영의 구루로 불리는 오마에 겐이치의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그는 책 ‘난문쾌답’에서 인간이 변화하려면 세 가지를 바꿔야 한다고 했는데, 공간, 사람 그리고 시간을 말했다. 공간은 환경을 바꾸라는 뜻이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시간은 행동양식의 변화, 즉 안 하던 짓을 해보라는 말이다. 맨날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사람을 만나 똑같은 행위만 하면 인생이 언제나 똑같다. 전혀 변화가 없는 삶이다.


무지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어떤 현상을 모른다는 말이 아니라 눈도, 귀도, 마음도 닫아서 알지 않겠노라고 작심하고 부단히 노력한 결과다. 과격하게 말하면 20세기 사고로 21세기를 살아가는 것과 같다. 그러니 세상이 재미없는 건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준비된 자에게 세상은 정말 재미있는 놀이터다. 재미있게 놀다 가자.



가정행복코치, 시나리오 플래너

이수경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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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인생의 각본을 써라 -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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