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시아 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골든 부트(득점왕)’를 받은 축구 선수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씨의 책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가 출간돼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있다고 한다. 책을 읽어보니 손웅정 씨는 손흥민을 가르칠 때 축구 기술만이 아니라 실력도 기술도 사람 됨됨이도 결국 기본을 지키는 데서 시작한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강조해왔고 그것이 결국 오늘의 손흥민을 만들었다는 내용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손흥민의 현재에만 주목하고 있지만 그의 책을 읽어 보면 어릴 적부터 학습을 통해 체화된 기본기 때문임을 더 주목해야 한다. 그는 말한다. “축구에 왕도란 없다. 흥민이가 함부르크에서 처음 계약했을 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1군 팀 훈련에 참가했을 때, 분데스리가 데뷔 골을 넣었을 때 사람들은 “혜성처럼 나타난 선수”라고들 표현했다. 나는 흥민이뿐 아니라 그 누구도 그 어떤 분야에서도 “혜성은 없다”라고 말하고 싶다. 이 세상에 혜성같이 나타난 선수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기본기가 그때 비로소 발현된 것일 뿐이다.” 그가 내린 결론은 ‘기본기에 답이 있다.’다. 혜성같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 혜성이 될 때까지 수천, 수만 시간 끊임없이 기본기를 다져온 것이다.
어찌 손흥민뿐이랴. 피겨요정 김연아도, 발레리나 강수지도, 프로 골퍼 박세리도 모두 기본에 충실했기에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가 될 수 있었다. 기본에 충실하라는 말은 꼭 이런 월드 스타들에게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나의 나 된 것은 모두 내 탓이다. 그 누구의 탓도 아니다. 내 행동, 내 습관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10년 전 내 행동과 습관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고, 마찬가지로 오늘 내 행동과 습관이 10년 뒤 나를 만들 것이다. 오늘날 내가 배둘레햄을 안고 사는 것은 많이 먹고 운동 안 했기 때문이고, 내가 명문대에 들어가지 못한 것은 평소 공부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며 내 통장이 텅텅 빈 이유는 평소 저축을 안 했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 앞을 지나가 보라. 뚱뚱한 애들은 길을 걸어 다닐 때 늘 먹을 걸 들고 다닌다. 마른 애들은? 당연히 안 먹는다. 나는 저녁 식사 후에는 아무것도 안 먹는다. 늦은 시각까지 TV 시청을 할 때에도 물 이외에는 안 먹는다. 배고프다고 느낀 적이 없냐고? 왜 없겠는가? 배가 고파도 늦은 저녁에 뭔가를 먹는 건 내 사전에 없다.
나는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얼마 전 시니어 모델계의 탑모델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모델은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평소에 식단 관리를 하고 꾸준히 운동을 하라고 강조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말이다. 자신도 광고 촬영 들어가기 6시간 전에 섭외 전화가 온 적이 있다고 했다.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광고 섭외지만 평소 자신이 꾸준히 몸 관리를 하는 등 준비되어 있지 않았으면 어떻게 촬영장에서 오케이를 받겠느냐며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할 것을 강조했다. 어떻게 들으면 뻔한 얘기지만 정말 공감이 됐다. 그래서 나도 평소 식단관리며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방탄소년단 7명의 멤버 중 리더는 RM(본명 김남준)이다. 일곱 명 모두 실력이 출중하고 각자 인기도도 높지만 RM이 리더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음악 공부 외에 일찍부터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외신 인터뷰가 많아졌는데 그때마다 RM이 인터뷰를 하니 그가 대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글로벌 무대에 적합한 자질을 미리 갖췄던 것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행운처럼 다가온다.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기회가 와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예를 들어 보자. 학습이나 책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면 그다음부터 그것이 눈에 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세 번, 여러 번 듣거나 보거나 만나게 된다. 그럼 그 전에는 내가 그것을 듣거나 보지 못했을까. 아니다. 이전에도 내 귀에 들렸거나 내 눈앞에 나타났겠지만 내가 몰랐기 때문에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때 비로소 앎은 실력이 되고 삶이 된다.
내가 오늘날 이렇게 된 건 누구 탓인가? 내 탓이다! 잘 된 것도, 잘못된 것도 모두 내 탓이다. 그러니 내 인생에 불만이 있으면 나를 고치면 된다. 내 삶의 태도를, 방식을, 습관을 고치면 된다. 내가 사용하는 시간을 다르게 쓰고, 다니는 공간을 바꾸고 만나는 사람을 바꾸면 된다.
혹자는 말한다. 금수저가 금수저 되는 거라고. 맞는 말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금수저로 태어났지만 자기 관리를 하지 못해 나무젓가락만도 못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흙수저로 태어났어도 훗날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으며 성공한 사람도 있다. 그래서 세상은 살만한 것이다. 반전이 있는 것이 인생이다. 수저 타령 제발 그만 하자. “바다 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육지가 없다고 여기는 사람은 형편없는 탐험가이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이다. 망망대해에서 표류하고 있을 때에도 육지가 있다는 생각을 버려서는 안 된다.
마라톤을 완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매일 5~10 킬로를 뛰어야 1년 뒤 42.195km를 완주할 수 있는 법이다. 나도 6년째 매일 새벽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운동하는 것이 즐겁냐고? 절대로 즐겁지 않다. 그러나 운동을 하지 않았을 때 내 몸이 어떻게 변하는 줄 알기에 매일 새벽을 깨운다.
손흥민 얘기를 조금 더 해보자.
손흥민은 자신의 에세이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에서 “내가 힘든 티를 낼 때마다 아버지는 ‘성공은 선불이다’라고 말씀하셨다”라고 썼다. 10년, 20년 후를 내다보고 인생을 투자해야 결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의미였다.
손웅정 씨는 손흥민이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중학교 졸업 때까지 드리블, 리프팅 등 철저하게 공을 다루는 기술 위주로 훈련을 시켰다고 한다. 오른발잡이였던 아들이 왼발도 잘 쓸 수 있도록 양말을 신거나 바지를 입을 때, 축구화 끈을 묶을 때도 왼쪽부터 하도록 유도했단다. 손흥민은 독일 함부르크 시절 한 여름에도 매일 1,000개씩 슛을 했다고 한다. 위치를 옮겨 가면서 오른발로 500번, 왼발로 500번씩 찼다고 한다. 그래서 이젠 왼발 슈팅이 더 편하게 느껴질 정도가 됐단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그는 오늘날 월드 스타가 될 수 있었다. 타고나서가 아니라 오랜 훈련을 통해 약점을 강점으로 변화시킨 사례다.
기본기를 다진다는 게 뭘까. 하기 싫은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 지금 하고 싶은 것만 하면 나중에 하기 싫은 걸 해야 하고, 지금 하기 싫은 걸 하면 나중에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