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결심하면서 어느 정도 사회의 벽에 부딪힐 거라고 짐작을 했다. 하지만 요즘 흔히 하는 말들을 믿기도 했다. '요즘 이혼은 흠이라고 할 수 도 없을 만큼 흔한 일이다.'라는.
끔찍한 결혼생활이 이혼의 부정적인 면을 바라보지 못하도록 내 시야를 가뒀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출산 후 사회복귀 전이라 아이와 집안에서 단 둘이 살아가고 있어 사회의 벽이나 시선을 느낄 틈이 없다.
하지만 임신 중에이런 것이 앞으로 내가 겪어야 할 세상이 구 나하는 느낌을 받은 일이 있었다.
만삭에 가까워질 무렵 영문모를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베이비 스튜디오입니다. 만삭 사진 무료로 촬영해드리고 있는데, 이번에 임부복 구입하신 사이트에서 자동 응모되어서~ 살고 계신 지역 근처 저희 스튜디오에서 만삭촬영 무료로 진행해 드릴게요."
전화를 건 스튜디오는 전국에 수십 개쯤 지점을 가진 유명 프랜차이즈 사진관이었다.
만삭촬영은 조리원 연계된 스튜디오에서도 무료로 찍을 수 있고, 이미 전남편과 헤어진 상황이라 안 그래도 혼자 찍어야 하나, 찍지 말아야 하냐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다.
"저.. 저는 남편이 없는데 혼자 찍을 수 있을까요?"
"아.... 혹시 남편분이 시간 못 내실 만큼 많이 바쁘세요?"
"아니요, 저는 이혼했어요."
"아... 그럼 촬영이 불가하실 것 같아요."
순간, 심장이 멎는 느낌을 받았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혹시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아... 안전문제도 있고요~ 저희 성장앨범 계약도 상담드려야 해서요."
알겠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임심 전 내 직업은 사진사였다.
프리랜서로 독립 전에는 웨딩스튜디오에서도 사진일을 꽤 오래 했다.
베이비 스튜디오에서 일해본적은 없지만 그들의 입장이 어떤 것인지는 어렴풋이 이해가 갔다. 앨범을 판매해야 수입 을 올릴 수 있는 스튜디오의 입장은 결국, 돈도 안 되는 고객에게 성장앨범을 판매하고자 무료로 서비스하는 만삭 사진을 찍어줄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내가 사진이 마음에 들면 성장앨범을 계약할 거라고, 이혼을 했다고 아이 성장앨범값쯤도 못 낼 정도는 아니라고 말했다면, 스튜디오가 산부인과에서 걸어서 10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데 무슨 안전문제가 있냐고 물었다면 그스튜디오에서는 다른 임산부들은 아무 제약 없이 찍었을 만삭 사진을 찍을 기회를 나에게도 내어주었을까?
전화를 끊고 마음을 좀 진정시키고 나자 이 불쾌한 통화가, 나에 대한 거절이 앞으로 나와 아이가 살아가야 할 사회의 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