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지 않은 손님의 등장
미국에 온 이후로 (신축 타운하우스 단지라) 인터넷 망 가입이나 해충 관리 pest control 홍보와 같은 이유를 제외하고는 집에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내가 기억하기론 낮 시간에 집에 있는 동안 3-4번 정도.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누군가를 마주치면 손을 들고 인사를 하거나 집 앞 산책을 나갔다가 만났을 때 짧은 인사 또는 스몰토크가 다여서 크게 이웃 간 왕래도 없던 터라 우리 집에 벨이 있는지조차 까먹을 정도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오후 7시쯤 벨이 울렸다.
누군지를 밝히기 전 시간을 거슬러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로 잠깐 넘어가겠다.
언제부터가 시작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기록한 걸 찾아보니 정확히 도착한 해 3/28일에 집주인에게 얘기를 했다고 써놓은 걸 봐서 내가 미국에 도착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시작됐던 것 같다.
(아마 그때쯤 옆 집에 새로 이사를 왔던 것 같다.)
한국은 법으로 어느 정도 규제를 하기 때문에 차 안에서 노랫소리를 크게 틀면서 지나가는 걸 거의 못 봤던 것 같은데 미국은 워낙 다양한 인종과 여러 문화가 얽혀있고 개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중시하기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엄청 큰 힙합 노래를 틀면서 지나가는 차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면서 인종에 대한 편견이 전혀 없고 모든 사람이 그렇다고 일반화할 의도도 절대 아니지만 내가 본 대부분은 흑인이었다.
힙합이 소울인 그것도 존중받을만한 문화니까 이해는 하지만 운이 나쁘게도 하필이면 그런 사람이 우리 옆 집으로 이사를 온 이후로 우리는 저녁 밤늦은 시간마다 엄청난 소음에 시달려야 했다.
어떤 날은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도 노래의 진동이 벽을 타고 넘어와 잠을 잘 못 이룰 정도였다.
노랫소리가 크면 녹음이라도 해서 증거를 남겨놓고 싶었는데 소리보다는 우퍼를 통해 울리는 빠른 템포의 진동이 문제여서 녹음도 되지 않았다.
폰으로 데시벨 측정기도 받아서 시도해 보고 소리가 들릴 때마다 시간을 기록해두기도 했지만 언제까지 참을 수만은 없었다.
'미준모'나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이웃 간 소음 관련 문제를 찾아봤을 때 경찰에 신고하라는 글들이 많았는데 아무리 시대가 달라졌다고 하지만 타국에서 언어가 자유롭지 못한 이방인으로서 구태여 분쟁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최대한 대화로 좋게 해결을 하자 싶어서 집주인에게 연락을 했고, 집주인은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힘써줬다. 옆 집주인에게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아서 직접 집에 찾아가 쪽지를 남기고 오는 등 최선을 다했다.
마침내 전화 연락이 되었고 일 마치고 저녁에 쉴 겸 노래를 틀었다는 얘기와 함께 볼륨을 낮추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부연설명을 덧붙이자면, 우리는 타운하우스 중에서도 양옆 집과 벽을 맞대고 있는 가운데 위치한 집이다. 부엌 쪽은 왼쪽에 사는 흑인 가족의 집과 맞닿아 있고, 오른쪽 거실(TV) 쪽은 혼자 사시는 할머니 댁과 붙어 있다. 할머니 댁에서 나는 소음은 지금까지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그렇게 문제는 일단락된 듯 보였으나..
초반 며칠, 몇 주가 지나고 확실히 잘 들리지 않던(안 틀지는 않음) 음악 진동이 예전과 비슷해지기까지 세 달도 걸리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제 새벽 1,2시에는 틀지 않는다는 것과 스피커를 1층으로 옮겼는지 2층 침실에서는 소리가 크지 않다는 것. 대신 1층 거실에서는 소리가 더 커졌지만..
우리만 소음에 예민하지 않고 참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
옆집의 소음 문제가 시작된 지(사실상 이사 시점부터) 약 1년 반이 지난 2023년 8월 2일
옆 집 여자가 우리 집에 찾아오기 전까지
계속된 음악 소리 때문에 참고 참다가 집주인을 통해 한번 더 조금 더 조심해 줄 것을 전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띵동” 벨소리에 나가보니 옆집 여자와 남자가 인사도 없이 다짜고짜 소리치기 시작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우리 집에서 소음이 나는데 그 소리 때문에 자기네들이 음악을 튼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 어떤 소리냐고 물어보니 우리가 벽을 친다는데.. 특히 남편이 퇴근하고 온 이후로 차고 쪽에서 소리가 난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는 애도 없고 집에서 뛸 일도 없는데 대체 어디서 소리가 나오는 건지 우리도 알 수가 없었다.
일단 "나무로 된 집이고 벽이 붙어 있으니 소음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걸 이해한다. 지금까지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으나 부엌 쪽이 붙어있어 전자레인지 문을 닫거나 찬장을 열고 닫을 때 소리가 날 수 있으니 앞으로 우리도 조심하겠다."라고 전하며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같이 싸웠어야 됐나 싶지만 당시에는 서로 조심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그리고 2개월 뒤, 늦은 저녁
옆 집 사람이 한번 더 찾아와 소리치고 떠났다.
"계속 시끄럽게 하면 경찰을 부르겠다."
이때 우린 야식으로 옥수수를 먹으려고 전자레인지에 버터를 데우고 있었는데...
전자레인지 문 닫을 때 소리가 컸던 걸까, 도대체 어떤 소리가 난 건 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웠다.
나중에 집주인을 통해 전해 들은 바로는 옆 집이 HOA 비용을 미납하여 관리인이 찾아갔는데 인종차별을 했다며 고소했다고 한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미납 상태이고, 이제는 모두를 고소했다고 하는데..
집주인 말을 빌리자면 이웃 주민이 'Crazy Girl'이라
우린 시끄러운 음악 소리를 참으며 살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