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사인하기 전까지 끝난 게 아니다.
지난번 이야기했던 옆집과의 불화 때문에 계약 기간인 2년이 다돼 갈 때쯤 새로운 집을 알아보기로 했다.
미국은 총기 소지가 법적으로 허용이 되는 나라니까 분쟁이 생겼을 때 혹시 모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안전상의 이유가 가장 컸다.
어차피 평생 미국에서 살 것도 아니고 길어야 2년인데 집을 알아보고, 짐을 싸고, 새롭게 짐 정리를 해야 되는 불편을 감수하고서도 이사를 가는 게 맞는 건지 집을 알아보는 동안에도 내내 고민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또다시 이웃과 소음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아서 단독 주택인 하우스 위주로 찾아봤는데 2년 사이에 렌트비가 더 올라서 우리가 생각한 예산에 맞는 집은 오래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옆집만 제외하고는 집의 컨디션이나 위치, 집주인(John)과의 관계 등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더 고민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모든 조건에 맞는 집을 찾기는 쉽지 않으니 기준에 좀 못 미치더라도 포기해야 될 건 포기해야 되는데 집을 알아보면 볼수록 ‘왜 우리가 옆집 때문에 포기를 해야 되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전혀 다른 새로운 문제로 결국 이사는 무산되었지만 약 3개월 동안 이사를 위해 집을 알아보고 새로운 집의 계약 직전까지 간 이야기를 남겨보려고 한다.
미국에서 집은 크게 하우스(House), 타운하우스(Townhouse), 아파트(Apartment)로 구분된다. 단독 주택 개념의 하우스 그리고 양 옆 또는 위아래의 벽을 공유하는 형태는 비슷하지만 일반적으로 기업이 소유하여 건물 전체를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아파트와, 개인이 소유 및 관리하는 타운하우스가 있다.
미국의 집은 렌트를 할 때 기본적으로 냉장고, 오븐,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세탁기, 건조기와 같은 가전제품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잔디를 깎거나 제설, 쓰레기 수거 비용과 같은 주택 (단지) 관리비 개념의 HOA(Homewoners Association)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는 대게 집주인이 부담한다. 주거 형태나 단지 규모에 따라 HOA가 없거나 일부만 포함된 경우도 있다.
미국에서 집을 구하는(Rent) 과정
1. 온라인 사이트 또는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매물 찾아보기
집을 알아보는 방법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Zillow나 Realtor.com과 같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서 원하는 지역의 매물을 알아보고 마음에 드는 매물이 있다면 집주인 또는 중개인을 통해서 투어 일정을 잡을 수 있다.
2. 마음에 드는 집 직접 보러 가기
초반에는 하우스 중심으로 집을 알아보며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몇 곳을 둘러봤지만, 마음에 드는 곳이 없어 이후에는 예산이 어느 정도 맞고 깨끗한 아파트 위주로 알아보았다.
아파트는 온라인으로 셀프 투어(Self Tour) 신청을 할 수 있는 곳이 많아, 미리 예약해 두면 정해진 시간에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집을 보고 난 뒤 유틸비나 보증금 등 궁금한 점이 있다면 관리 사무소 직원에게 문의하면 된다.
마음에 드는 아파트들도 있었지만, 이사 시기가 맞지 않거나 현재 살고 있는 집처럼 벽을 공유하는 구조라 지금과 같이 소음 문제가 생길까 우려되어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계속 고민하며 집을 알아본 지 두세 달쯤 되었을 때, Zillow를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하우스를 발견했다.
망설임 없이 바로 집주인에게 메시지를 보내 투어 일정을 잡고 집을 보러 갔다.
3. 온라인 사이트로 지원서 접수
직접 가서 보니 단지 분위기와 내부 컨디션 모두 만족스러워 집을 보고 돌아온 날 바로 온라인으로 지원서를 작성했다.
지원서에는 개인정보와 가구 및 거주 정보, 소득 정보, 그리고 이사를 하는 이유나 현재 임차인의 연락처도 써야 하며, 온라인 접수 시 $35의 신청 수수료가 발생한다. 18세 이상의 지원자라면 개별로 각자 지원서를 신청해야 해서 우리는 총 $70의 수수료를 냈다.
한 번 비용을 지불하면 30일 동안 원하는 만큼 여러 집에 지원할 수 있다.
미국은 빠르게 지원한다고 해서 선착순으로 바로 계약이 성사되는 건 아니다. 집주인이 지원서를 보고 직접 세입자를 선택하는데, 당시에 집주인이 우리에게 남편이 다니는 회사 인사팀의 연락처와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임차인 연락처 외 추가로 집 내부 사진을 요청했다.
처음엔 '이런 것까지 요구를 하나?' 싶었지만 집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거실 사진을 일부 찍어서 전달했다.
나중에 들으니 집주인이 실제로 인사팀 담장자에게 전화를 걸어 근무 여부와 기간을 확인했고, John에게도 어떤지 물어봤었다고 한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 최종적으로 집주인의 선택을 받았고,
온라인으로 전달받은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끝이었다.
곧 이사 갈 예정이니 John의 가족을 집으로 초대하여 함께 식사도 하고,
남은 2년 동안 새로운 집에서 소음 걱정 없이 살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계약서 사인을 앞두고 교통사고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