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대체 뭐 하고 노나요?
지금 살고 있는 오하이오주는 근처에 바다는 없지만 바다만큼 넓은 호수와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바이크 트레일,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공원들이 참 많다.
그냥 길을 가다가 사슴을 만나기도 하고 청설모는 물론, 토끼나 코요테, 심지어 스컹크도 쉽게 볼 수 있다. 스컹크는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운전하면서 가다 보면 참기름보다 더 진한 고소한 향의 방귀 냄새로 존재감을 드러낼 때가 종종 있다.
코스트코나 타겟, 트레이더조와 같은 미국의 주요 마트까지 가까운 곳은 차로 15분, 멀어봤자 30분 내외면 갈 수 있는 나름 위치 좋은 동네에 살고 있어 정말 외딴 시골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도시도 아닌 시골에 가까운 동네에서 주말에 할 수 있는 건 마트나 공원 가기 정도.
이런 미국 시골에서 사람들은 뭐 하고 살까?
남편 회사의 현지 동료들을 보면 비행기로 채 2시간도 걸리지 않는 뉴욕에 한 번도 가지 않았다는 사람도 있고, 미국에서 가장 좋은 곳이 어디냐고 물으면 이곳으로 이사오기 전에 살았던 작은 동네를 말하던가 차로 3시간이면 가는 나이아가라 폭포도 가본 적 없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미국은 땅이 워낙 넓으니 갈 곳이 많기도 하고, 나 역시 한국에 살 때 여러 도시들을 다 가본 건 아니니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미국 생활 초반에는 딱히 갈 만한 곳이 없어 주말에도 집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1년이 지나 미국의 사계절을 겪고 나서야 계절마다 즐길 수 있는 활동이 조금씩 뚜렷해지고 생활의 반경도 한결 넓어졌다.
미국 시골에서의 사계절
우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해 조금 얘기해보려 한다.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는 북쪽으로 오대호 중 하나인 이리호에 접해 있어 겨울이 길고, 추운 편이다.
보통 11월부터 4월까지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흐린 날이 많아 겨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봄 (4월 말 ~ 6월 초)
초록 잎이 푸릇푸릇 돋아나기 시작할 무렵이면 온전히 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날씨도 선선해 집 근처 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기기 딱 좋은 때다.
여름 (6월 중순 ~ 9월 초)
가장 녹음이 짙어지는 시기
오하이오의 여름은 한국만큼 기온이 높고 햇빛이 강해 덥지만, 습도가 낮아 그늘에 들어서면 의외로 시원하다.
초여름이나 늦여름, 카약을 타며 온통 초록빛으로 물든 풍경을 바라보거나, 푸르게 뒤덮인 나무들 사이를 걷기에도 참 좋다.
또한 겨울에 농구가 있다면, 봄부터 가을까지는 야구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무더운 여름에도 야구장은 늘 사람들로 붐비고, 그 열기 속에서 또 다른 계절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가을 (9월 초 ~ 10월 말)
울긋불긋 단풍이 물드는 가을은 9월 초중순에서 10월 말쯤까지 이어진다.
봄과 마찬가지로 야외 활동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며,
기차를 타고 단풍 여행을 떠나거나 야외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는 등 즐길 수 있는 일들이 많다.
겨울 (11월 초 ~ 4월 중순)
눈이 많이 오는 곳이라 스키장을 가거나 눈 덮인 공원에서 썰매를 즐기는 아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리고 겨울 시즌에 즐길 수 있는 NBA 농구 경기도 빼놓을 수 없다.
거대한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 속에서, 화려한 조명과 사운드에 맞춰 응원하다 보면 온몸으로 그 열기를 느끼게 된다.
빠른 경기 흐름과 선수들의 뛰어난 실력 덕분에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나도 어느새 농구 팬이 되었다.
9월 말이 되면 매장 곳곳이 할로윈 장식으로 가득하고, 10월 말이면 벌써 크리스마스 준비가 한창이다.
11월부터는 미국의 가장 큰 명절인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크리스마스와 각종 연휴가 이어져 한 해가 금세 지나가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