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람들은 운전면허 어떻게 딸까?
차 없이는 못 사는 미국 시골에서 1년 만에 운전면허를 땄다.
우리는 자녀가 없어서 정기적으로 차를 써야 되는 일도 없고, 주재원 배우자의 차량은 구매 시 무이자 대출이나 보험비도 지원이 되지 않는데 굳이 내 차가 필요할까 싶어서 사지 않았다.
자동차 보험은 종류 및 보장 범위 등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인데 우리는 첫 해를 제외하고 6개월에 약 $500~$800 정도 냈다. (첫 해는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운전 경력을 인정받을 수 없어서 비싼 편이었다.)
차가 필요할 때면 매번 남편을 회사까지 태워주고 퇴근 후 데리러 가야 되는 불편함은 있었지만 오히려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서 나쁘지 않았다.
지금은 오하이오주도 뉴저지 등 일부 주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발급받은 운전면허증이 있으면, 상호 인정 협약에 따라 일부 절차가 면제 또는 간소화되어 비교적 쉽게 미국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2023년도만 해도 현지인과 동일하게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미국에 오기 전 한국에서 도로연수도 하고,
국제운전면허증도 발급받아 감각을 익힐 겸 동네 근처를 한 번씩 운전하곤 했지만,
10년 넘게 제대로 차를 몰지 않았던 '장롱 면허'였기에 낯선 곳에서의 운전이 쉽지만은 않았다.
미국의 운전면허 발급 과정
필기시험(Written test / Knowledge test)
필기시험은 가까운 BMV에서 여권과 SSN 등 필요 서류를 제출하고 사진 촬영과 시력 검사 후 진행되는데, 안내 데스크 옆 오픈된 공간에서 온라인으로 치러진다. (내가 갔던 곳은 한국어 지원이 되지 않아 영어로 시험을 봐야 했다.)
총 40문제로 30개 이상 맞아야 통과하는데 시간제한은 없었지만 문제를 풀 때마다 실시간으로 정/오답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오답 개수가 10에 가까워질수록 긴장감이 더해질 수밖에 없다.
시험 구성은 속도제한, 도로 규칙 등 교통법규와 표지판의 의미에 대한 문제로 이루어져 있는데 벌점이나 주차 허용거리(feet) 등 정확한 수치를 묻는 질문이 많아 공부를 하지 않으면 한 번에 합격하기 어렵다.
나는 문제 풀이 위주로 대충 공부하고 필기시험을 치러 갔다가 떨어져서 두 번째 칠 때는 엄청 열심히 공부를 하고 갔다.
필기시험을 합격하고 나면 임시 면허증을 받고 실기 시험을 예약해야 한다.
실기시험(Maneuverability test/ Road test)
실기시험은 크게 2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바닥에 놓여있는 다섯 개의 장애물을 통과해야 하는 기능 시험과 도로주행이 있다.
양쪽 4개의 콘을 직진으로 통과한 뒤 감독관이 말하는 방향(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가운데 콘을 지나쳐 직진으로 갔다가 똑같은 경로로 후진해서 원래 있던 자리로 오면 된다.
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양쪽 간격이 넓지 않고 채점 항목이 까다로워 시험 치기 전 연습이 필요하다.
구글맵에 maneuverability practice cones라고 검색하면 근처 연습할 수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습니다.
[참고] 오하이오 주 운전 매뉴얼
기능 시험이 끝나면 바로 도로주행을 나가게 되는데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시험장 근처를 운전하게 된다. 신호나 제한 속도에 맞추는 건 기본이고 너무 느리거나, 좌회전이나 우회전할 때 각도가 넓거나 좁아도 감점되기 때문에 최대한 정석으로 운전해야 한다.
STOP 사인에서 적극적으로 주변을 살피는 것이 좋다고 해서 꽤 열심히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던 기억이 있다.
미국에 온 지 1년 만에 운전면허를 따고 나서야
비로소 미국에서의 생활 반경이 넓어졌다.
미국(오하이오주)에서 운전하기 전
알아두면 좋은 몇 가지
STOP 표지판
STOP 표지판이 보이면 반드시 잠시 정차한 뒤, 좌우를 살피고 천천히 출발해야 한다.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거나 운전을 거칠게 하는 사람들조차 이 STOP 사인만큼은 잘 지키는 편.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는 먼저 도착(정차)한 차량부터 순서대로 출발하는 것이 원칙이다.
비상등
한국에서는 뒤차에게 감사의 뜻을 전할 때 비상등을 켜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에서는 응급 상황일 때만 비상등을 사용한다.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면, 창문 틴팅이 진하지 않으니 가볍게 손을 흔들거나 미소로 마음을 전할 수 있다.
스쿨버스
미국에서 운전하다 보면 노란색 스쿨버스를 자주 마주치게 된다.
버스가 멈추고 빨간색 STOP 사인이 펼쳐지면, 도로의 어느 방향에서든 반드시 정차해야 한다.
비슷한 맥락으로 아이들의 등하교 시간대에 스쿨버스 존에 진입했을 때, 속도 제한 신호가 켜져 있다면 규정된 속도에 맞춰 천천히 서행해야 한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경찰차나 소방차,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즉시 갓길에 정차해 길을 비켜줘야 하고, 러닝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보이면 속도를 조금 줄이고 여유를 두고 지나가는 것이 매너다.
새 차를 구매하거나 중고차를 등록할 때 플레이트(license plate) 발급 및 등록 비용을 내야 한다.
오하이오주의 경우, 한 번 발급받으면 보통 1~2년마다 갱신해야 하고, 원하면 플레이트 디자인도 선택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