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채식이라고 다 좋은 게 아냐

유기농, 제철, 마크로비오틱

by 여유

21년 여름, 셀프케어 클래스에서 배운 대로 자연식물식을 지향하며 살았다. 자연식물식이라면 만성질환이나 몸의 문제들이 다 해결이 되고, 환경에도 무해할 줄 알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꼭 그렇지만은 않음을 깨달았다.


유기농과 제철 과일, 환경과 건강을 위한 더 나은 선택

2022년 7월 말 나는 경남 거창으로 3박 4일 농가 방문을 가는 <식탁너머>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지속가능한 먹거리 커뮤니티 ‘벗밭’이 주최해서 학교 학생들과 가는 프로그램이었다. 지속가능한 먹거리 자체에 관심이 있었는데 환경 동아리도 없는 구닥다리같은 우리 학교에 이런 프로그램이 열리다니, ‘식탁 너머의 관계를 상상해보고 직접 체험해본다’라는 이 프로그램의 내용은 딱 내 마음과 맞아 떨어졌다.


당시 매일 아침 과일식으로 사과를 하나씩 먹었는데 이것도 돈이니까 점점 돈으로 환산해서 생각하게 되고 비싸면 “왜 이렇게 비싸게 팔아?”하며 좁은 마음이 들었다. 그 너머의 과정에 농부의 노고를 떠올리며 감사함으로 먹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어느덧 예정되었던 7월 말이 되었고, 우리는 한살림의 한 농부님의 사과밭으로 향했다.


그때 당시에도 유기농이면 좋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비싸다는 생각에 그냥 채식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걸 하고 있으니 ‘버거운 걸 더 요구하지 말자’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거창에 도착하고 농가로 이동하는 차에서부터 농부님과 유기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농약 사용이 땅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3일차 아침의 일이 있었다.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침에 과일식을 하려고 냉장고에서 포장된 참외를 꺼냈 물에만 대충 씻어서 껍질째 먹으려고 했다. 껍질에는 영양분도 많고 껍질이랑 같이 먹는 것도 맛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농부님이 꼭 깎아서 먹으라고 했다. “그래도 먹을 거니까 농약이 엄청 독한 건 아닐 것 같은데 그렇게 건강에 안 좋나요?” 물으니 그게 몸에 좀씩 쌓이면 화학물질이기 때문에 역시 좋지 않다고 하셨다. 그때 농약에 경각심을 가져야함을 알게 됐다.


오후에는 다른 생산자분들도 숙소에 초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만남의 시간이 있었는데 누군가 제철 과일에 대한 질문을 했다. 그때 제철이 아닌 때에 작물을 생산하는 것은 에너지가 많이 들고, 에너지가 많이 든다는 말은 화석연료를 많이 쓰는 것이라고 말해주셨다. 하우스방식이 환경에 어떤 영향인지 몰랐는데 환경을 위해서 이런 방식을 고집해야하는 이유를 그때 알게 됐다. 사실 하우스 방식이 더 맛있는 경우가 많긴 하다고 했다. 그런데 맛을 위해서 더 탐스럽게 보이기 위해서 독한 약을 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했다. 그동안 채식을 하면서 맛있는 게 건강하기까지 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맛=건강'이라는 공식이 늘 맞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보기에 투박하고 맛도 당도가 좀 떨어져도 건강을 생각해서 즐거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과밭에서 직접 농부님들에게 들은 이야기 덕분에 유기농 방식과 제철 과일을 선택해야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



마크로비오틱, 음양의 조화에 따르는 식생활

채식을 시작하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수족냉증이었다. 2021년에서 2022년으로 넘어가는 겨울은 너무 추웠고, 손발이 너무 차서 웅크린 몸은 마음까지 위축되게 했다. 자연식물식 위주로 하면 몸도 건강해진다는데? 아무리 채식을 열심히 실천해도 손발의 온도에 영향을 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그 답을 마크로비오틱에서 찾았다.


2022년 11월 나는 동아리 프로젝트로 학교 주변 비건 식당들 인터뷰를 했다. 학교 근처에 새로 생긴 비건 머핀샵 <퓸즈>도 인터뷰하기로 했다. 이곳의 사장님은 마크로비오틱 집밥 <오늘> 쿠킹클래스도 같이 하는 분이엇다. 처음 그곳에 찾아갔을 때 사장님한테 말을 거니 자신의 책 <내일을 위한 오늘의 식탁>, <내일을 위한 마크로비오틱 집밥> 책을 보여주셨다. 인터뷰를 하기로 했을 때 이 책을 읽어보면 인터뷰를 준비하는 데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통해 인터뷰 질문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먹거리에 대한 개인적인 공부도 되었다. 마크로비오틱(macro-bio-tic)이란 넓은 관점에서 삶을 보는 방식이며, 자연과 조화로운 식생활과 라이프스타일을 말한다. 환경과 동물과 더 조화롭기 위해 아무래도 육식보다는 채식이 기본이 되며, 무농약과 유기농, 제철 로컬 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지향한다. 책 속 구절 중에 이 구절이 기억에 남았다.


음성인 음식들만 챙겨 먹고 밥 대신 고구마를 먹던 시절이 있었다. 몸은 날씬한데 이상하게 자꾸 붓고 늘 체온이 낮아 여름에도 카디건을 들고 다녀야 했다. 그때의 나처럼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사시사철 고구마와 바나나만 식사로 먹는 여성들에게 묻고 싶다. 손발이 차지는 않는지, 생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생리 전후 증후군은 없는지 … - <내일을 위한 오늘의 식탁> 中


생각보니 그 겨울, 나는 샐러드와 고구마, 바나나 이런 것들을 많이 먹었다. 계절에 그리 맞지 않는 음식들이었다. 비건 식당들에서 먹는 음식도 토마토와 가지를 주재료로 하는 요리들이 많았다. 사실 이것들도 여름에 나는 채소들이라 음양의 균형에 맞지 않다고 했다. “겨울에는 몸을 보할 양성의 채소가 자라고, 여름에는 몸을 식힐 음성의 채소가 자란다”라고 한다. 그러니 그냥 제철에 나는 음식을 먹으면 내가 지금 필요한 기운을 충족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옛날 우리 조상들이 말한 신토불이 (身土不二)는 틀린 말이 없었다. 그 시기에 그 땅에 자란 음식이 몸에 이롭다. 겨울날 저 멀리 필리핀에서 만든 바나나는 그 더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열을 식혀주기 위한 성질을 타고 났다. 그러니 우리나라 겨울철에 바나나를 먹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이다. 특히 나같이 수족냉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를 알게 되고는 이제 겨울에 맞는 제철 과일들과 채소들을 찾아 먹으려고 하고 있다. 수족냉증이 정말 좋아질지는 아직 잘 모르겠긴 하지만. 디저트도 줄여야 할까? 음양은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져서 디저트류의 경우 재료가 양의 재료로 만들어져도 음성을 띠는 경우가 많다고는 한다.



더 넓은 먹거리의 세계로

먹거리의 세계는 참으로 공부할 것이 많다. 동물과 환경만 생각한다면 비건식, 건강까지 생각한다면 자연식물식, 더더 레벨업을 한다면 유기농 방식과 계절에 맞는 채소와 과일을 먹는 것까지 확장이 된다. 공부할 게 많다는 건 안 좋을 것 같기도 하지만 재밌기도 하다. “왜 그럴까?” 했던 의문들이 풀리기도 하고, 더 내 몸에 더 좋은 걸 해줄 수 있고, 환경과 동물에 덜 해가 되는 식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거니까.


채식을 막 시작했다면 이런 것까지 생각하기는 당연히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유기농은 아무래도 비싸니까 그런 것까지 잣대를 들이댄다면 피곤할 것이다. 물론 유기농이 조금 더 비싸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스테비아 토마토와 같이 이제는 자연식물이 아니라 가공식품이라고 분류가 된 농작물을 생각 없이 구매하면 본래 목적인 건강과 환경, 동물을 위하는 마음과는 멀어질 수가 있다. 제한을 더 받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 가치에 대해 하나씩 공부해보는 것을 더 나은 선택, 더 주체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는 길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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