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동물은 죽으면 어디로 가요?
죽음, 삶의 끝 그 이후
어렸을 때의 장면이 떠오른다. 한 5살 때였을까. 아빠가 집에 강아지를 하나 데리고 오셨다. 워낙에 그 뒤로 살면서 아빠가 개를 많이 얻어 왔지만,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하얀 털에 조그만 녀석이 웅크리고 있었다. 귀엽고, 예뻤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 죽었다. 사유는 쥐약을 먹어서… 집에 쥐를 죽이려고 놔둔 쥐약이 애먼 강아지가 먹고 죽어버린 것이다. 어렸을 때라 개들의 죽음에 익숙지 않았는지 많이 슬프고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언니와 오빠, 나, 우리는 강아지를 땅에 묻어줬다. 그리고 꽃을 따다가 숭고한 마음으로, 그 앞에 올려주었다. "천국에서 볼 수 있겠지?" 그랬더니 엄마아빠는 동물들은 죽으면 끝이라고 말해줬다. 인간들은 구원을 받고 죽어서 천국에 갈 수 있지만, 동물들은 죽은 후에 심판도 받지 않고 그냥 흙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천국에 갈 수 있는 건 인간만의 특권이었구나, 인간과 동물의 지위는 다른 것임을 그때 처음 알았다. 사랑스러운 강아지들이 죽으면 끝이고 다시 볼 수 없다니 슬펐다.
그러나 이내 크면서 개들과의 이별에 익숙해졌다. 매번 아빠가 어디서 개들을 얻어와서 우리 집에 많은 개들이 스쳐지나갔다. 삽살개도 있었는데 어느 날 사라져서 개 장수가 가져간건지 아주 걱정됐던 일도 있었다. 포인터 사냥개가 가장 깊게 정을 붙이고 시간을 많이 보낸 개들이었는데 크면서 개들에게 점점 무관심해지던 때에 어떤 개는 집을 나갔고, 어떤 개는 어느 날 아파서 죽었다. 또 2년 전쯤인가 어떤 개는 하도 발발대서 이름이 ‘발발이’였는데 (예쁘게 지은 이름은 ‘꽃순이’) 또 다른 덩치 큰 개랑 싸우다가 이슬같은 피를 흘리고 죽어버렸다. 소식을 들을 때면은 놀랍고 마음 한 쪽이 쓰라리지만, 그다지 깊은 슬픔은 아니었다. 개들이 낳은 새끼들 중에는 날 때부터 약하게 태어나 하루만에 죽어버리기도 한다.
최근 본 동물의 죽음은 흑염소이다. 아빠는 한 5년전부터인가 집에서 15분 차 타고 가면 되는 땅에다가 농장을 만들어서 흑염소를 키우기 시작했다. 번식도 잘해서 왕성한 염소들이 10마리가 넘는다. 1월 추운 날, 염소가 새끼를 또 낳았는데 추운 데에 오래 방치돼있어서 거의 죽을 직전에 아빠가 하나 건져서 집에 데리고 왔다. 거의 미동도 없고 숨 쉬는 들썩임도 없고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평소에 아빠의 염소 농장에 관심도 안 갖고 살았지만 "살았으면 좋겠는데 ...”하며 지켜봤다. 아빠는 염소 분유를 한 방울씩 먹여줬다. 그리고 조금 움직임이 있었는데, 그래도 시원찮은 게 기대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 날 그 염소가 담긴 박스는 닫아져있었다. 아빠에게 죽었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아빠도 일찍이 염소를 구하지 못한 게 마음에 남는 것 같았다. 얼마 전까지 숨이 있었던 녀석이 이제 생명이 없다고, 세상에 없다고 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하루에도 수십 마리가 태어나고 수십마리의 몸에서 숨이 거둬진다. 생명과 죽음, 그건 참 이상하다. 몇 초 전까지 숨이 있었던 몸, 생명이 있었던 몸이 싸늘한 사체가 된다. 이는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이 지구의 다른 동물들을 지배하고 무슨 대단한 업적을 이뤄도, 다 똑같이 죽음을 맞이한다. 흙으로 왔다가 흙으로 돌아가 자연의 일부가 된다. 전도서 3장 18-20절에는 다음과 같이 나와있다.
내가 내 마음속으로 이르기를 인생들의 일에 대하여 하나님이 그들을 시험하시리니 그들이 자기가 짐승과 다름이 없는 줄을 깨닫게 하려 하심이라 하였노라. 인생이 당하는 일을 짐승도 당하나니 그들이 당하는 일이 일반이라 다 동일한 호흡이 있어서 짐승이 죽음 같이 사람도 죽으니 사람이 짐승보다 뛰어남이 없음은 모든 것이 헛됨이라. 다 흙으로 말미암았으므로 다 흙으로 돌아가나니 다 한 곳으로 가거니와.
그러나 그 뒤는 다르다. 동물들은 사후세계가 없고 죽으면 끝이다. 인간은 사후세계가 있다. 인간의 영혼은 흩어 없어지지 않고 심판을 받는다. 하나님을 믿고 구원을 받은 이는 천국으로 가고, 믿지 않은 이는 지옥으로 간다. 다음은 위와 이어지는 구절이다.
21 인생들의 혼은 위로 올라가고 짐승의 혼은 아래 곧 땅으로 내려가는 줄 누가 알랴 22 그러므로 나는 사람이 자기 일에 즐거워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음을 보았나니 이는 그것이 그의 몫이기 때문이라. 아, 그의 뒤에 일어날 일이 무엇인지를 보게 하려고 그를 도로 데리고 올자가 누구이랴
인간만 사후세계가 있다. 그래서 인간은 특별한 존재이다. 신이 만물 중에서도 특별하게 빚은 존재. 똑같이 코에 숨을 부여받았지만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다는 점에서 다르다.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것은 하나님의 성품, 즉 다른 존재들에 대한 측은지심을 갖고 사랑하고 돌볼 수 있는 마음을 주셨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보다 높은 자가 되려는 인간은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라는 의도를 넘어서 자연을 마음대로 파괴하고 동물들을 너무 쉽게 만들어내고 죽여버린다. 인간은 언제나 그 끝은 있고 자신도 죽음에 있어서는 동물과 다름 없음을 생각하며 겸손해져야한다. 그리고 한편으로 인간에게 주어진 특별함을 알고 그의 삶 속에서, 이 땅에 머무르는 이 짧은 순간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인식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