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보면 누군가는 오르막에서 숨을 고르고 있고 누군가는 멀찌감치 뒤처진다.
그럴 때마다 산 아래서 외치는 이들이 있다.
“모두 멈추라! 이 길은 너무 가파르다!”
“가방이 무거운 사람은 앞사람에게 짐을 나눠야 한다!”
“걷지 못하는 이들에겐 누군가 대신 오르도록 하자!”
언뜻 그 말들은 선해 보인다. 포장된 정의처럼.
함께 오르자는 뜻 같지만 가만히 보면
가파른 길을 없애려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사람은 걷게 만들어진 존재라고
땀을 흘리며, 숨을 가다듬으며, 자기 발로 오르는 그 순간에 비로소 무언가를 얻는다고
물론 넘어진 이에게 손을 내밀고,
길을 읽지 못한 이에겐 방향을 말해줘야 한다.
하지만 모두의 속도를 억지로 맞추는 것,
좋은 체력을 가진 이에게 더 많은 짐을 얹는 것,
그건 결국 길 자체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산을 평평하게 깎아내는 동안 누군가는 뛰지 않게 되었고, 누군가는 더 이상 걸을 이유를 잃었다.
길은 원래 다 다르다. 어떤 이는 빨리 걷고, 어떤 이는 천천히 걷는다.
누군가는 지름길을 찾고, 누군가는 돌아간다.
각자의 노력 속에서 길은 가능성이 된다.
하지만 길 위의 감시자들은 말없이 걷는 이를 의심하고, 먼저 오른 이를 경계한다.
왜 혼자 먼저 갔느냐고, 왜 뒤를 기다리지 않았느냐고.
그럴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길이 사라지고 있다고.
걷는 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나는 작은 짐을 진 채, 다시 길을 오를것이다.
힘겹지만 자유롭고, 느리더라도 스스로인 걸음을 믿는다.
누군가 대신 걸어주는 삶은 결국 나의 삶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