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 거윅의 "페미니즘" 영화 <바비 barbie>
나오기 전부터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던 영화 바비(Barbie). 감독의 행보와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명백한 '페미니즘' 영화인데도 섹시 심볼로서의 마고 로비를 놓지 못하는 일부 남성들은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지 그녀의 인터뷰가 의미하는 것과는 다르게 "페미니즘을 넘어선 휴머니스트 어쩌고 저쩌고"로 당당하게 오역하였다. 아 현대예술은 이렇게 완성되는구나.
영화가 개봉하고 이동진 평론가의 평점이 떴다. 2.5점과 함께 '컨셉트가 영화보다 크다'라는 평. 한줄 평이기에 내포하는 의미를 모두 이해하지 못하지만, 나 역시도 대체 영화가 어떻길래... 라는 생각을 하며 불안함을 안고 영화를 보러 갔다. 보면서 이해가 되었지, 이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바비>는 훌륭하다. 마땅히 지지해야 한다. <바비>는 가부장제를 살아가는 남성들과 여성들을 강제로 여성의 언어와 영역에 끌어들여 세상을 완전히 뒤틀어버린다. 바비 월드가 켄덤으로 변하고, 그 켄덤이 오히려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졌던 걸 보면 이 사회가 얼마나 가부장제에 절어있는 지 소름이 끼칠 정도다. 어느 시대고 벽을 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던진 여성들의 도전이 그러하듯, 그레타 거윅과 마고 로비 그리고 이 영화의 메세지에 공감하며 기여한 모든 이들은 저마다의 도전이자 투쟁을 한 것이다.
스토리에 남긴 나의 한줄평은 '페미니즘의 역사와 철학을 현대예술로 풀어낸 작품'이다. 완벽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성상을 만들어내고, 자신만의 철학으로 소녀들의 꿈과 미래를 응원한 바비인형을 통해 페미니즘이 추구하는 가치와 페미니스트 사이에서 충돌하는 지점, 페미니즘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 등 너무도 다양하고 방대한 이 모든 역사를 그야말로 장난감 마을처럼 알록달록 때려부은 영화가 아닌가 싶다. 무대와 설정, 소품에 제스처까지 집착광공처럼 디테일을 살린 변태스러움... 너무 좋아..
특히 압권은 대사. 대사를 자세히 뜯어보면 그 어떤 것 하나 섣불리 넘길 수 없다. 뉘앙스는 알겠는데 모든 대사가 그정도라고? 라는 생각이 든다면 페미니즘을 조금 더 공부해보자. 하나라도 놓칠세라 마음이 급해질 것이다. 켄덤을 겪어 좌절에 빠진 바비에게 진짜 현실세계의 짬바를 살려 랩처럼 여성들이 처한 모순적인 상황을 들려주는 글로리아의 대사는 그야말로 하이라이트이자 바비월드를 구원하는 목소리가 된다.
항상 비범해야하지만 우린 그걸 잘 못하지 - 글로리아
우아하게 은은하게 배어나오고,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여운을 남기는, 그런 고급스러우면서도 지적인 자극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아쉬울 것이다. <바비>는 그야말로 페미니즘을 때려박는 영화다. 숨기지 않고, 알아듣지 못할 인간들을 위해 알아듣게 설명하는 그런 상냥함 없이, 여성들의 언어를 그대로 사용하여 여성들이 꿈꾸는 세계에 대해 연설하는 영화. 이젠 정신 좀 차릴 때가 되지 않았냐는 유머^^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이 폭력과 자극만 내보내며 흥행을 유도하는 영화들이 쏟아지는 이 세계에, '비범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너무 좋은 영화니까! 그리고 물론 진심이고 다 맞는 말이지만 즐겁게 웃자고 만든 영화인데 좀 웃으면서 보길! 이해를 못해서 못 웃나...ㅎ 현대예술...
어릴 적 Aqua의 Barbie Girl을 즐겨 들었는데 이번 영화에는 니키 미나즈와 아이스 스파이스가 리믹스한 버전을 들을 수 있다. 빌리 아일리쉬의 엔딩곡도 너무나 좋으니 반드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영화를 즐기길 바란다. 그리고 Ava max 가 불렀던 Not your Barbie girl 도 추천한다. 모두들 영화 <바비>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