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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Jul 01. 2021

베스트셀러 소설 ‘아몬드’ 작가가 만든 스릴러 영화

영화 '침입자'

여러분은 어떤 독서 습관을 가지고 계신가요? 저는 보통 한 놈만(?) 팹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책을 읽고 난 후 그 작가가 마음에 든다면 그 작가가 과거에 쓴 책부터 쭉 사서 읽는 타입이죠. 그래서 제 책꽂이는 같은 작가별로 책이 구분되어 있습니다.


영화 이야기한다더니 갑자기 책 얘기를 꺼내서 당황하셨나요?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가 제 책꽂이의 한 부분을 장식하고 있는 작가이기 때문에 책 이야기를 해 봤습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장편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손원평 작가는 직접 각본까지 맡았는데요. 대표작으로는 여러분도 아실만한 『아몬드』가 있습니다. 작년 한 해 가장 많이 팔린 소설로 BTS의 슈가와 RM이 읽은 책이라 해 유명해졌죠.


처음에 이 책과 작가에 반해 읽기 시작한 『서른의 반격』과 『프리즘』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봤는데요. 얼마 전에 출간한 단편 소설집 『타인의 집』도 지금 제 장바구니에 담겨 있습니다. 음… 타인의 집이라… 제목만 보면 오늘 소개할 영화와 닮은 부분이 있는데요. 작가는 ‘집’에 대한 개념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책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본격적으로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이 영화는 기존에 손원평 작가가 책으로 써 왔던 이야기와는 달리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라 해서 호기심이 생겼는데요. 송지효, 김무열 주연의 영화 ‘침입자’입니다. 


영화 ‘침입자’의 손원평 감독(왼쪽)과 25년 만에 돌아온 동생 유진 역의 송지효(가운데), 오빠 서진 역의 김무열(오른쪽) 배우.


어린 시절 놀이공원에서 동생의 손을 놓친 이후 25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서진(김무열 분)은 집을 짓는 건축가가 되었고 결혼도 해 어여쁜 딸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 그 일이 없었다면 더없이 완벽했을지도 모릅니다.


6개월 전 서진은 사고로 아내를 잃었습니다. 비 오는 날 차에서 내리던 아내는 차에 치여 숨졌는데요. 안타깝게도 범인은 잡지 못했죠. 서진은 범인을 잡기 위해 최면을 통해 과거를 기억해내려고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어릴 적 동생을 잃어버렸단 트라우마에 아내를 잃은 슬픔까지. 이 모든 게 겹친 서진은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데요. 친구의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힘겨운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동생분을 찾은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만나러 간 동생 유진(송지효 분)은 어쩐지 좀 낯설기만 한데요. 이 전에도 이런 경우가 많이 있어서 부모님께는 알리지 않고 일단 유전자 검사를 먼저 해보기로 하죠.


얼마 후 집으로 날아온 결과지에선 그녀가 유진이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한평생 동생을 그리워하던 가족들은 그녀와 함께 살기로 하는데요. 유진이 집에 들어오면서 어둡기만 했던 집이 점점 밝아집니다.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도와주는 운동치료사와 집안일을 대신해주는 가사 도우미까지 그녀의 지인들로 채워지는데요. 부모님은 물론 자신의 딸도 그녀의 말을 따르고 기뻐합니다. 그러나 서진만은 여전히 그녀가 낯설고 의심스럽죠. 그녀는 진짜 자신의 동생이 맞을까요.


유진(송지효 분)이 집에 들어온 후 그녀의 사람들로 채워진 집.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었다.


영화는 우리가 가장 편하다고 생각하는 ‘집’이라는 공간에 타인이 들어오게 되면서 벌어지는 균열을 긴장감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감독은 영화에 대해 “집, 그리고 가족이라는 건 보편적인 개념이지만, 그런 일상적인 소재가 비틀렸을 때 오히려 더 생경하고 무섭고 이상한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는데요. 감독의 말처럼 영화가 전개되면서 가족과 가족이 사는 집이 유진이라는 존재 때문에 서서히 변하게 되는데요. 여기에서 오는 공포감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영화 속에서 가족들의 식사하는 장면을 유심히 보면 유진이 처음 집에 들어왔을 때와 이후 식사하는 자리가 달라지게 되는데요. 처음에는 아빠가 가운데 자리에 앉고 엄마와 유진이 아빠의 왼편에 자리하지만 영화의 중반쯤에 들어서면 유진이 아빠의 자리에 앉게 됩니다. 집 또는 가족의 중심이 점점 유진에게로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죠.


긴장감 있는 전개와 송지효, 김무열 배우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결말에 대해서는 평이 엇갈립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결말이 아쉽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보다가 ‘엥…. 갑자기???’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끝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 없었습니다.


정치인 손학규의 둘째 딸로도 잘 알려진 손원평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정치인의 딸보다는 작품에 집중해 달라”라고 하기도 했는데요. 저에게는 그저 한 감독으로서, 그리고 작가로서도 앞으로 또 어떤 작품을 들고 나타날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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