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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Dec 21. 2020

45일 동안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로 변한다

영화 '더 랍스터'

얼마 전 한 TV 프로그램을 보는데 한 과학자가 영원히 살 수 있는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과학자가 이 생명체의 DNA를 통해 인간 세포 노화에 적용할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하는데요.


이 이야기를 듣고 오래전 봤던 한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기존에 보지 못했던 독특한 스토리로 처음 보고 나서 굉장히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오늘은 그 영화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그 생명체의 이름이기도 한 ‘더 랍스터’ 입니다.


영화 ‘더 랍스터'에서 데이비드 역을 맡은 콜린 파렐. 45일 동안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이 되어야 하는 호텔에서 그는 ‘랍스터'가 되길 원한다.


소개해드리기에 앞서 이 영화의 세계관이라고 하면 모든 사람이 서로 완벽한 짝을 만나야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겁니다. 홀로 남겨진 이들은 ‘커플 메이킹 호텔’로 보내지는데요. 여기서 45일 동안 서로의 짝을 찾아야 하죠. 그들은 이곳에서 의·식·주 등 모든 서비스를 받고 완벽한 짝을 만날 수 있는 일종의 매너 교육을 받기도 합니다. 45일 동안 짝을 찾지 못하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동물’로 변해 숲에 버려지게 되죠.


반면 호텔 내에서 커플이 이루어지게 되면 두 사람이 쓸 수 있는 2인실로 방을 옮겨주고 한 달간 커플 생활을 유지합니다. 커플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이들에게 아이를 배정하기도 하죠. 이 테스트에 통과하게 되면 비로소 호텔에서 벗어나 도시로 보내집니다.


12년 동안 같이 산 아내에게 버림받은 데이비드(콜린 파렐 분) 역시 이 커플 메이킹 호텔로 들어오게 되는데요. 등록 절차가 마무리되고 반려견으로 변한 그의 형과 함께 1인실을 배정받습니다. 관리인이 45일이 지난 후 어떤 동물로 변하고 싶으냐 묻자 데이비드는 100년 넘게 살며 푸른 피를 가졌고, 평생 번식할 수 있는 ‘랍스터’라고 말합니다.


이 호텔에는 ‘사냥’이라 불리는 제도가 있는데요. 숲에서 혼자 사는 이들을 마취총으로 사냥하는 것이죠. 한명을 잡을 때마다 인간으로 살 수 있는 날짜가 하루 늘어나게 됩니다. 이런 이상한 호텔에서 데이비드는 ‘감정을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이 감추기보다 더 어렵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데요.


감정이 없어 사냥의 시간에 압도적으로 일수를 채우는 ‘비정한 여인'. 데이비드의 거짓말로 인해 짝이 되지만 결국 그의 거짓말을 눈치챈다.


랍스터가 되는 게 두려웠던 그는 감정이 없는 척 거짓말을 해 한 ‘비정한 여인’과 커플이 됩니다. 비정한 여인은 두 사람이 2인실에서 생활하는 도중에 그의 거짓말을 알게 되는데요. 이를 고발하려는 그녀에게 복수하고 호텔을 벗어납니다.


숲으로 향한 데이비드는 그곳의 리더를 만나게 됩니다. 호텔과 반대로 여기서는 모든 행동이 자유롭지만 단 하나 커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룰을 가지고 있죠. 대화까진 가능해도 그 이상의 행동을 하게 되면 그들 나름의 형벌을 집행합니다. 달리 갈 곳이 없던 데이비드는 숲 생활에 점차 적응해 나가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에서 ‘근시 여인’을 만나게 되면서 진정한 사랑에 빠집니다. 두 사람은 이 사랑을 지킬 수 있을까요.


이 영화에서 스토리 외에 신선하게 느꼈던 점이라 한다면 세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내레이션인데요. 영화 처음부터 등장하는 여성의 목소리는 주인공 데이비드의 감정이나 생각 등을 표현해주는데요. 마치 누군가 책으로 읽어주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 여성은 도대체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는데요. 영화의 후반부에 들어서게 되면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밝혀집니다.

  

사랑에 빠지면 안되는 숲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사랑에 빠지게 되는 ‘근시 여인'.


또 하나는 주인공 데이비드 외에 극 중에 등장하는 사람의 이름이 불리지 않고 그 사람의 특징으로 불립니다. 예를 들어 다리가 불편한 남자는 ‘절름발이 남자’로 코피를 자주 흘리는 여자는 ‘코피 흘리는 여인’ 등으로 불리는데요. 배역의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하는 저 같은 사람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주인공 데이비드를 더 부각하기 위함인지 감독의 의도가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소 잔인하고 기괴해 보이는 장면에 클래식한 배경음악이 흘러나오는 연출이 독특했는데요. 특히 호텔 사람들이 사냥에 나설때 깔리는 음악이 그 상황과 대비되면서 주는 느낌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만약에 소리를 제거하고 본다면 재미가 반감되지 않을까 싶을만큼 이 영화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부분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이 영화를 두고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박찬욱 감독이 올해의 영화라 극찬하기도 했는데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에 대해 다음 영화가 가장 기다려지는 감독으로도 꼽았습니다.


파격적인 소재로 매니악한 팬의 사랑을 받는 이 감독은 이후 연출한 ‘킬링 디어’라는 작품에서도 그 진가를 나타냈는데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감독의 작품이긴 하지만 비슷비슷한 스토리에 지친 분이라면 한번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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