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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Jan 30. 2021

이제는 영화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그녀의 '향기'

영화 '국화꽃 향기'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등 겨울이면 생각나는 영화가 몇 편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도 그중 하나입니다. 지금 보면 뻔한 스토리의 멜로 영화라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반가운 얼굴과 함께 그때 그 시절에 대한 추억을 꺼내 보실 수 있는 영화 ‘국화꽃 향기’입니다.


자리를 차지한 취객을 상대해 임산부를 자리에 앉힌 희재(장진영 분). 같은 지하철을 타고 있던 인하(박해일 분)가 그녀에게 처음 반하게 된 순간이다.


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뒤 대학 진학을 위해 한국으로 온 인하(박해일 분)는 지하철에서 그녀를 처음 마주칩니다. 여러 자리를 차지하고 누운 취객을 대신 상대해 임산부를 앉힌 이름 모를 그녀.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던 그녀의 동전이 자신에게 굴러왔을 때, 그녀가 자신에게 걸어왔을 때 이미 사랑에 빠져버렸죠.


시간이 흘러 대학에 입학한 인하는 선배 성호(김유석 분)를 따라 동아리에 끌려갑니다. 고전 책을 읽고 연구하는 그 동아리에서 인하는 그녀를 다시 봅니다. 미국에서 살다 와 역사를 잘 모른다는 그에게 자신의 뿌리는 알아야 하는 거 아니냐며 할 말은 하는 그녀의 이름은 희재(장진영 분)였죠. 당찬 그녀에게 한 번 더 반했지만 이미 선배 성호와 연인 사이였습니다. 인하는 자신의 마음을 숨긴 채 그저 옆에서 지켜만 봅니다.


어느 날 섬마을 학교로 MT 겸 봉사활동 간 동아리 사람들은 그곳의 아이들과 함께 짧은 기간 동안 여름 캠프를 하게 되는데요. 아이들을 지도하던 희재는 유독 말 안 듣는 아이에게 수업에 잘 참여하면 소원을 들어주기로 합니다. 캠프의 마지막 날 아이가 말한 소원은 희재가 바다에 들어가는 것. 물을 무서워하는 그녀에게 바다에 들어가는 건 두려운 일이었지만 어른들의 거짓말에 상처 받은 아이의 소원을 거절할 수 없었죠.


선배를 따라 동아리에 강제로 끌려간 인하(박해일 분)는 그곳에서 희재(장진영 분)를 다시 만나게 된다. 인하가 책방에서 희재에게 한 번 더 반하게 되는 장면.


인하의 도움으로 바닷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던 희재는 결국 물속에 잠기게 됩니다. 뒤따르던 인하가 바로 구하기는 했지만 긴장과 피로가 누적된 탓에 쉽게 깨어나지 못했죠. 몇 시간이 흐른 뒤 자리에서 일어난 희재에게 인하는 자신이 여태 숨겨온 마음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사랑을 한때의 열정이라 치부해버리고 기습 키스하는 그의 배에 주먹을 꽂아 넣습니다.


그렇게 첫사랑에 실패한 인하가 도망치듯 군대에 간 사이, 희재는 작가로서 데뷔하고 성호와의 결혼 준비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데요. 불의의 사고로 인해 부모와 연인을 모두 잃고 자신만 살아남죠. 이후 7년의 세월 동안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희재에게 인하는 ‘북마커’라는 이름으로 라디오를 통해 사랑 고백을 이어나갑니다.


단단한 인하의 사랑이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했고 드디어 결혼이라는 결실을 보았죠. 달콤한 신혼 생활 끝에 두 사람에게 아이가 찾아오지만, ‘위암’이라는 죽음의 그림자도 드리우게 됩니다. 자신보다 살 확률이 높은 배 속의 아이를 선택한 희재는 남편이 자신과 같이 암흑 같은 삶을 살게 될까 봐 걱정하는데요. 남편이 자신에게 다가왔던 방법으로 그녀도 남편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사연을 보내며 마지막을 준비합니다.


2003년 작품인 이 영화에서는 풋풋한 박해일 배우와 이젠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고(故) 장진영 배우를 만날 수 있다.


100만 부 이상 팔린 동명의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 당시 많은 사람의 눈물샘을 자극했는데요. 지금 이 영화를 보신다면 풋풋한 박해일과 이제는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고 장진영을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37세라는 나이로 생을 마감한 장진영은 실제로 영화 속 희재와 동일한 병으로 암 투병한 뒤 세상을 떠나 더욱 안타까운데요. 오랜만에 연기하는 그녀의 모습이 반가우면서도 배우로 활동했던 그녀가 보고 싶어 집니다.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이뿐만이 아닙니다. 바로 OST까지 완벽한 영화인데요. 영화는 모를지라도 이 노래는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성시경의 ‘희재’가 대표적이고 그밖에도 인하가 희재에게 한 번 더 반할 때 흐르는 페리 코모의 ‘산타나 루시아’, 존 마크의 ‘시그널 힐’ 등 올드팝은 영화의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게 합니다. 이 노래에 추억이 새겨져 있는 분은 그 시절의 향수가 떠오를만한 곡이죠.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기억과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하의 사랑, 그리고 그 두 사람이 절망 속에서도 서로를 어떻게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추운 겨울 방구석에서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 영화를 즐기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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