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가족이란 이름의 악마(1)

두번째 이야기

by 오 광년


1980년 8월 13일 14:40


“ 썩을 년.... 너 내 아들 대를 끊어 놓을 생각이냐? 어 이 미친년아.”


“....”


“ 하.. 이 년이 입을 꾹 다물고... 지금 뭐하자는 짓이야? 어? 허... 그래 너 오늘 날 잡았다 이거지... ”


“ .... ”

나이가 지긋한, 어림잡아도 예순은 넘어 보이는 여사님은 기품이 풍기는 겉모습과는 달리

길바닥 욕설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그 모든 욕설을 혼자 온 몸으로 받아내는 젊은 여자.


그녀는 한 마디의 대꾸도 없이 방 한 쪽 구석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수박 살들이 박살나 바닥에 으스러져 있고,

시퍼런 과도가 수박 껍질에 꽂힌 채 나뒹굴고 있었다.


젊은 여자의 시선이 한동안 그 쪽에서 떠나지 못했다.

그녀의 이름은 유선.

유선은 정민과 결혼 한 지 올해로 6년이 되었다.


“짝- 짝- 짝-”


공기를 날카롭게 가르는 소리와 함께

유선의 새하얀 뺨 위로 시뻘건 손바닥 자국이 남았다.


“ 내 귀한 아들,,, 인생 망치는 년,,

넌 돌로 쳐 맞아 죽어도...내 분이 안 풀린다.

창창한 내 아들 앞 길 막아선 것도 모자라서.. 애미 애비도 없는 고아년 주제에..”


여사의 축 처진 얼굴 살이 분노로 부들부들 떨렸다.


뺨 세 대 정도로는 식을 노기가 아니었던 것일까?


잘못했다. 미안하다..떨어져 나가겠다...

한 마디 말도 없이 새초롬하게 서 있는 유선을 보니 여사는 곧 뒤로 넘어갈 것처럼 뒤통수로 열이 뻗쳤다.


그 때였다.


- 철커덕


현관문이 열리고 새파랗게 질린 아들, 정민이 급하게 뛰어들어 왔다.


“ 어머니!! 대체 왜 이러세욧!!! ”


아들은 귀신이라도 본 듯이 고함쳤다.


“ 너는 일 년 만에 본 엄마한테 처음 한다는 소리가 ... 그거냐?”


여사의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해졌고, 목소리는 금세 침착해졌다.


“ 후...우 .. 어머니..”


아들도 그의 어머니를 상대하기 위해 제대로 된 준비 자세를 취한다.


“ 어머니,, 이제 그만 하세요. 유선이, 어머니 며느리라구요. 저희 부부라고요.”


상기된 아들의 얼굴을 보며,

백발의 여사는 놀란 말투로 말했다.


“ 누가? 여기 내 며느리가 어디 있냐? 손주도 하나 못 낳는 게 무슨 며느리야?적당히 살고 정리하라고 했지? 니가 무슨 죄인이야? 도망 다니며 살게?”


“ 하,,, 절 죄인으로 만드는 게 누군데요? 왜 우리가 한 곳에서 1년 넘게 못 살고 여기저기 이사 다니고 사는데요? 저 없을 때마다 몰래 집에 쳐들어와서 유선이한테 못할 짓하고 가시는 거 제가 모를 줄 아세요? 그러니 도망 다니고 살 수밖에요...”


“ 모를 리 없겠지. 저 년이 고자질 안할 리가 없지... ”


“ 고자질이라뇨.. 어머니 대체 언제까지..”


“ 언제까지? 너가 정신 차릴 때 까지지..”


“ 어머니.. 저희가 한국을 떠나야 성이 풀리시겠어요?”


“ 그러기만 해봐라. 나 목매죽었다는 소식. 어떻게 하든지 네 귀에 들어가게 할 테니깐.”


“ 대체!! 어머니!! 대체!! 정말 왜 이러세요. 네? 네? 왜 이렇게 제 목을 조르세욧!!”


그 때였다.


“ 그 만 해. 그 만 해. 제 발 그 만 해!! ”


짐승의 울부짖음이었다.

벌겋게 부풀어 오른 뺨 아래로 턱 밑에서 붉은 피가 후두둑 떨어지고 있었다.


“ 유선아!!!! 여보!! ”


유선은 과도 끝으로 자신의 턱 아랫부분을 밑에서 위로 그어버렸다.

정민은 피 묻은 과도를 빼앗아 방 한쪽 구석으로 던져버리고 쓰러진 아내를 들쳐 매고 밖으로 나갔다.


수박 물과 피가 범벅이 된 끈적거리는 바닥 위에

정민의 노모가 주르륵 무너지듯 앉으며 중얼거렸다.


“ 썩을 놈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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