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을 맵게 아리는 새벽 공기다. 밤보다 더욱 짙은 어둠이 수양동 입구를 감싼다. 회색 벽돌로 감싸진 교회 건물 근처로 무게감 느껴지는 차들의 행렬이 줄줄이 이어진다. 그들은 회색교회의 신도들 중에서도 특별히 선택되어진 사람들이다.
저명인사. 기득권자. 피라미드의 꼭대기 언저리. 언제나 ‘특별대우’에 익숙한 그들은 ‘친절한 설명’이 없는 오늘의 ‘모임’이 뜻밖이다. 하나 둘, 차에서 내리고, 얼굴을 아는 몇몇이 형식적인 인사를 나눈다.
“ 알고, 장 회장.”
고급스러워 보이는 코트를 걸친 노신사가 반갑게 말을 건넸다.
“ 아, 박 대표님.... 날씨가 춥지요.”
은빛 머리칼이 인상적으로 보이는 비슷한 연령의 남자가 말을 받았다.
“ 허허.. 겨울이 그렇지 뭐. 아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이야? 자네는 아는가? 오늘 이 모임 말이야.”
“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통 뜻을 알 수가 없더군요. 뭔가 중요한 말씀이 있으시겠죠. 언제나 놀라운 분 아니십니까? 일단 가보시죠. 아, 저기....이회장님..... 아니십니까? 저 분까지... 몸도 많이 불편하신 분이...”
그는 30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 서 있는 휠체어 한 대를 가리켰다. 짙은 보라색 중절모로 얼굴 절반을 가리고 있는 노인은 축 늘어진 어깨로 힘겹게 앉아 있었다. 병색이 깊은 얼굴을 감추기 위해 그는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있었다. 두꺼운 무릎담요 아래로 손목보다 얇아진 그의 앙상한 다리가 얼핏 비쳤다. 그의 아들로 보이는 40대 가량의 건장한 남자가 뒤에서 휠체어를 밀고 있었고, 그들 뒤로 두 명의 수행원이 뒤따르고 있었다.
교회 안의 예배당은 제단과 설교단이 일렬로 위치해 있고, 그 아래로 기다란 복도가 이어져 있다. 복도 양 옆으로 기도 좌석들이 나란히 배열되어 있고, 좌석은 3층까지 연결되어 있다. 중앙 예배당이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신도 수는 약 1000명 정도이다. 오늘 ‘새벽 모임’에 참석한 신도들은 대략 300명 정도로, 2층과 3층은 개방되지 않았다. 5시가 되기 몇 분전, 마지막 신도까지 모두 입장한 후에, 예배당 문이 굳게 밖에서 잠겨 졌다.
그 시간, 붉은 서재 방 안에서 치원과 아성은 수백 대의 CCTV 화면을 지켜보고 있다. 화면 안에는 신도들로 꽉 찬 예배당의 모습이 여러 각도로 보인다.
신도들의 움직임을 좇아 아성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린다. 방대한 정보들이 몇 백분의 일초로 조각나 그녀의 눈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녀의 어깨는 가늘게 떨리고, 온 몸 위로 뜨거운 기운이 발산되었다.
“ 무척 강해요....너무나 끔찍할 정도로...”
넋을 잃은 표정으로 아성이 작게 말했다. 옆에 있던 치원이 한쪽 손을 올려 떨리는 아성의 어깨를 잡았다.
“ 힘들면 말해. 꼭 오늘하지 않아도 되니까.”
걱정스러운 얼굴로 치원이 말했다.
아성은 천천히 고개를 흔들며 “ 아니요.” 라고 답했다.
“ 그런데, 나한테 잠시만 시간을 줘요...”
아성은 그렇게 말한 후,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치원은 묵묵히 그녀를 기다렸다.
“ 이제, 준비가 됐어요. 가요.”
아성이 단단히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머리부터 발목 아래까지 가려지는 검정색 긴 두건을 두른 아성과 치원.
- 탁.탁.탁.탁....
뒤를 이은 두 명의 수행원의 발소리가 긴 터널 안으로 일정하게 울린다. 두건에 가려진 아성의 새까만 눈동자 속에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다. 그런 아성을 바라보는 치원의 마음은 무겁고 쓰라렸다. 불현 듯, 오래전 그 날에 두려운 마음으로 이 길을 걸었을 유선의 모습이 떠올랐다.
‘ 평범한 아이로 태어났다면.... 나는 너를 만날 수 없었겠지?’
아성의 옆얼굴 아래로 치원의 안타까운 시선이 내려앉았다.
끝없이 이어지던 지하의 비밀통로는 예배당 중앙에 연결된 계단 지점에서 끝이 났다. 그 위로 예배당의 밝은 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여덟 개의 나무 계단을 밟고, 틈 사이에 설치된 검정색 버튼을 누르니 설교단 아래의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열려진 문으로 검은 천으로 둘러싼 아성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예배당에 앉아 있던 신도들, 모두 숨 죽이고 설교단 위의 움직임을 집중했다. 아까와는 달리, 조금의 떨림도 없이 아성은 모든 시선을 당당히 빨아들였다. 화면을 통해 아성이 느낀 그대로였다.
‘ 그들의 욕망은.... 구역질이 날 정도로 강렬해...’
설교단 중앙에 오른 아성은 얼굴을 감쌌던 두건을 벗어 보였다. 앳된 소녀의 모습에 장내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 헉- 뭐야.. 어린애잖아....”
“ 무슨 일이야? 이게.”
“ 그 분이 아니잖아.”
“ 어디서 저런 핏덩어리가... 저 설교단에 왜 올라간 거야?”
급기야 자리에서 일어나 “ 당장 내려와!” 하고 고함을 치거나 욕을 하는 자도 있었다.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자 예배당 벽 뒤에서 대기하던 수행원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이 신도들을 저지하려고 하자, 아성이 한 쪽 손을 위로 들어올렸다. 수행원들의 행동이 멈추고, 이에 신도들도 잠시 할 말을 잃고, 아성을 바라봤다.
아성, 담담한 표정으로 말한다.
“ 구원을 받으려는 자. 입을 다물어라”
예배당 안으로 아성의 목소리가 울러 퍼지자 감전이라도 된 듯 모두 입을 다물었다.
“ 어떻게 저게 아이의 목소리야?”
“ 그러게 말이야. 사람의 소리가 아닌 것 같아.”
잠시 후, 여기저기서 두려움과 호기심에 찬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까처럼 흥분하거나 무시하는 반응은 없지만, 여전히 그들의 눈빛은 의심으로 차 있다. 그런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성은 더욱 큰 목소리로 말한다.
“ 지금부터, 구원을 보여주겠다.”
라고 말하며 아성은 나머지 한 손도 들어 올렸다.그러자, 설교단 위로 물이 찰랑거리는 투명한 수조관이 아래로 내려왔다. 그 수조 안에는 재수의 시신이 들어 있었다.
“으으으으악악!!”
“꺄악악!!!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예배당을 가득 채웠다. 수조 안의 시신을 확인한 이들은 기겁하며 놀라고, 비명을 지르고 발악했다.
“ 이이이이...이게 무슨 일이야!!!”
“ 그 분이시다... 그 분!!!!!!!”
“ 흑흑흑흑.... 어떡해...그 분이 사라지시면....나는 어떡해.. 흑흑흑....”
바닥에 엎드려 오열하는 사람들,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사람들까지 예배당 안은 혼돈과 절망으로 휩싸였다. 그 모든 광경을 천천히 둘러본 아성, 두 손을 모두 아래로 내리며 말한다.
“ 울음을 멈추어라. 구원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분은 말했다. 내 육신의 한 조각이 너희를 영원히 살게 할 것이다.”
아성의 말이 툭 떨어지자, 사방이 순식간에 쥐죽은 듯 잠잠해졌다. 신도들은 눈물을 닦고, 조금은 진정된 모습으로 아성을 바라보았다.
“ 내 육신의 한 조각이 너희를 영원히 살게 할 것이다.”
아래를 내려다보며 다시, 아성은 말했다. 그리고 한 손으로 아래를 향하는 방향을 지시하니, 수행원 네 명이 나타나 시신이 든 재단을 설교단 아래, 바닥으로 옮겼다.
기도 좌석 첫 줄에 앉은 신도들은 바로 눈앞에서 시신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들 중 일부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거나 또 한 번 비명을 지르거나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그 줄에 앉아있던 휠체어를 탄 노인이 조금씩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옆의 사람들은 숨죽이고 그를 바라보았고, 설교단 위에 있던 아성은 두 눈을 감았다.
‘ 시작되려한다....’
아성은 저도 모르게 두 손에 힘을 꽉 쥐었다. 주먹 쥔 손에서 축축한 땀이 묻어났다.
시신 앞에서 멈춘 노인은 안간힘을 쓰며 휠체어에서 일어나려 했고, 이 모습을 보고 그의 아들이 달려와 그를 두 팔로 부축했다. 온 몸을 바들거리며 떨던 노인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하여 시신의 오른쪽 넓적다리에 얼굴을 파묻고 이로 물어뜯었다. 노인을 부축하던 아들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지며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주변에서 이를 보던 신도들은 놀라움으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추압추압... 쩝쩝첩쩍..”
침묵에 갇힌 예배당 안에서 노인이 살덩이를 뜯어 삼키는 소리만이 들렸다.
“우우우엑엑엑”
몇몇 사람들이 벽으로 뛰어가, 혹은 앉은 자리에서 구역질을 했다. 나머지 사람들 중 일부가 자리에서 일어나 노인을 말리러 일어섰다.
“당신 뭐하는 거냐! 뭐하는 짓이냐”
“ 이거 뭐!! 미친 거야! 뭐야! 제 정신이야!!”
그 때, 입 주변에 피로 범벅이 된 노인이 두 다리로 꼿꼿이 선 채로 뒤돌아보았다. 그러고는 자신의 두발로 원래 앉아있던 자리까지 걸어 들어갔다. 휠체어를 잡고 있던 그의 아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노인을 바라보았다.
“ 어어...어..어떻게 이런 일이!!!”
“ 자기 혼자 제대로 설 수도 없던 사람이 ... ”
“ 정말 구원이라도 받기라도 한 걸까요?”
“ 그럼 뭐야, 정말 저게 구원이라는 거야?”
웅성거리던 사람들. 뒤에서 머뭇거리던 사람들 조금씩, 조금씩, 시신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잠시, 눈치를 보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시신의 살 조각을 뜯어 먹으려 달려든다.
이로 물어뜯다가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시신의 부위를 확인하지도 않고 무작정 잡아당기고 손톱 끝에 힘주어 마구 뜯어버린다. 시신의 팔이 뽑혀 나가고 배가 뜯기고 안의 내장들이 우루룩 쏟아진다. 쏟아진 내장들 서로 가지러 싸우다 서로의 손과 발을 다시 물어뜯는다. 힘으로 되지 않자 일부 여자 신도는 자신이 신고 있던 구두를 벗어 다른 사람의 머리 위로 내려꽂는다. 한 쪽 구석에서 시신의 한 쪽 발을 붙잡고 열다섯 명이 달라붙었다. 그리고 그쪽으로 세 명의 중년 사내가 달려들었다.
오 분도 채 되지 않아, 시신이 놓여 있던 자리에 핏자국만이 남겨져 있다.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져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