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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만 Jan 11. 2019

딸아이 친구들이 놀러왔어요.

지금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예전에 딸아이반 친구 5명이 놀러왔던 적이 있습니다. 생일도 아니고, 아무날도 아니었습니다. 

말 그대로 그냥 놀러왔습니다. 그냥.


제가 어릴 때는 친구집에 그냥 놀러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한참 놀다가 '우리집에 이거 있다. 보러갈래?' '진짜가 오야. 가보자.' 뭐 이런 식?

요즘은 친구집에 놀러가러면 양쪽 부모님의 동의가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지요. 

아이들 시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너무 바빠진 것이지요.


하지만 이 날은 다들 시간이 괜찮았나봅니다. 정확히 10시 30분이 되자, 우르르르 몰려왔습니다.

딸아이 방에 제가 지금까지 뽑았던 인형들을 보관(?)중이었는데요. 아이들이 이렇게 좋아하는 지 몰랐습니다. 

완전 놀이방이었습니다. 참고로 한때 인형뽑기가 취미였던 적이 있습니다. 거의 달인의 수준까지 갔지만 지출이 너무 커 지금은 그만둔 취미였습니다. 아이들이 제가 뽑은 인형으로 신나게 노는 것을 보니 은근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많으면 돌보는 것이 힘들지 않는지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사실 아이들이 많으면 어른이 특별히 할 것이 없습니다. 저희들이 알아서 잘 놀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신경써야 할 것이 있다면...

밥입니다! 다행히 이 날은 아이들이 우동을 먹고 싶다고 해서 우동 8인분을 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후다닥! 요리해서 맛있게 나눠 먹었습니다. 간식으로는 떡국떡튀김을 준비했습니다.

밥 먹고 나니 저희 끼리 또 놀더군요. 부루마블 하는 아이들

블럭가지고 노는 아이들,

따로 놀다가, 같이 놀다가, 숨바꼭질 하다가, 술래잡기 하다가, 좀비 놀이 하다가, 이 모든 것이 집안에서 가능하다는 것이 더 신기했습니다.

마지막은 베게싸움이었습니다. 중간 중간 먼저 간 아이들도 있었지만 이날 하루, 저희 아이들도 덕분에 신나게 놀았습니다.


오후에 잠시 나가서 놀고 오기도 했습니다. 친구들이 놀러 온다는 것은 딸아이에게도 설레는 일이었던 모양입니다. 친구들이 오기 전 방을 청소하더군요. 자기 방을 알아서 청소하는 것을 처음 봤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돌아가고 나서 솔직히 저는 좀 지치더군요. 해서 그날 밤에 꿀잠을 잤습니다.


막내와 딸아이도 꿀잠을 잤습니다. 같이 있으니 더 잘 놀고, 더 잘 먹더군요.


노는 게 소중하다는 것은 이런 부분 같았습니다. 8시간 정도 친구들과 놀았는데 물론 갈등의 순간도 있었습니다. 저는 못본 척 했습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개입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전 거의 하루종일 설거지를 했던 기억 뿐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기네들끼리 '니가 잘했네, 니가 잘못했네.'라면서 합의를 하더군요. 자연스레 관계를 회복하는 모습이 대견했습니다.


중간 중안 아이들이 저를 찾아와 친구의 행위(?)에 대해 고자질을 했습니다.


"삼촌, 저 애가요. 저에게 XXX했어요."


"응 그래? 속상했겠네. 그래 알겠다."


"아저씨, XX이가 술래잡기 하는데, 계속 자기가 술래한다고 해요."


"그래? 술래를 하고 싶은 모양이구나. 그래 알겠다."


아이들이 일러주면 저는 손은 설거지를 하며 눈은 아이들을 보고 "응, 그래 알겠다."만 했습니다.


그 후 아이들은 같은 주제로 저를 찾아와 투정부리지 않았습니다. 곧 신나게 뛰어노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만약 제가 간섭하여 일을 해결하려 했다면 놀이의 흐름이 끊기게 됩니다. 사소한 일이 놀이를 끊는 순간이 발생하는 거지요.  놀이를 끊게 만든 아이는 원망을 들을 수도 있는 상황이 생기게 됩니다.


아이들은 단지 자신의 억울함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말을 하고 들어주는 사람만 있어도 해소가 되었는 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저 친구를 혼내주세요가 아닌, 저의 억울함을 알아주세요.가 본심인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저는 모든 아이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던 아이의 인사말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다음에 또 올께요."


"어허, 아니다. 꼭 그럴 필요는 없단다. 그래 잘 가라~~~"


그 놈이 저의 속내를 읽었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최소한 저도 그날 얻은 것이 있습니다.


"아빠, 애들이 아빠가 좋데. 그래서 나도 아빠가 더 좋아."


딸래미의 이 한마디가 저를 더 춤추게 했습니다.


하지만 공과 사는 구별하고 싶습니다.


당분간 친구초대 금지!!!


하지만 일주일 후, 다시 다른 친구들이 온다고 합니다. 솔직히 귀찮기는 하지만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내 아이만 아닌, 우리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분명 설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신나게 노는 아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참 재미있습니다.


밥은 알아서 먹고 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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