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했지만 묵직했던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를 봤습니다. 상당히 재미있었고, 자연스레 정재영 출연 영화를 찾게 되었습니다. 저는 영화를 좋아하지만 극장에서 자주 보지는 못합니다. 아직은 영화보러 가는 것보다 그 시간에 아이들과 노는 것이 더 좋기 때문입니다. '내가 살인범이다.' 와 '김씨 표류기'도 잠시 짬이 있을 때, 집에서 봤습니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김씨표류기>가 흥행에 실패한, 즉 재미없는 코미디 영화인줄 알았습니다. 별 기대없이, 단순히 시간 때우기용으로, 웃고 싶어 봤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코미디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영화를 다 본후, 마지막 장면을 멍~~~~하니 쳐다봤습니다.
마지막 화면이 다 올라간 후,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지금 당신은 뭘 위해 살고 있습니까?"
"인생에 참 의미는 무엇입니까?"
"당신의 행복은 무엇입니까?"
"실패한 삶이 있을까요?"
이 영화는 현실사회에서 도태(?)된, 흔히 말하는 돈이 없는, 희망이 없는 한 남자(김씨)의 도심 속 표류 생활을 그린 영화입니다.
발칙한 상상에서 시작된 영화로, 김씨는 현실을 눈 앞에서 지켜보지만 현실을 사는 현대인들은 그를 보지 못합니다.
살려달라고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고도 웃으며 같이 손을 흔들 뿐입니다.
희망이 없음이 희망이 되고, 김씨는 새로운 희망을 품고 열심히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와인병에 담긴 편지가 전달됩니다.
와인병의 주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모랫사장에 답장을 쓰며 김씨는 또 다른 생활의 기쁨을 느낍니다.
어느 덧 김씨는 섬에서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갑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까진 말입니다.
스스로 표류된 삶을 살아가는 김씨(정재영)와, 그를 지켜보는, 현실세계와 격리된 살아가는 또 다른 김씨(정려원), 등장인물이라고는 두 명이 유일해 보이는 독특한 구성과 진행, 하지만 영화의 메시지는 너무 강렬합니다.
누적관객 72만명이지만, 이 영화가 1,000만이 넘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상상을 해 봅니다.
적어도 저는 이 영화를 보고 현실을 살아가는 저의 마음을 돌아 볼 수 있었습니다.
매일 매일, 반복되는 삶에 지루함을 느끼시나요?
왜 사는 지 회의가 들때가 있으시나요?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될 때가 있으신가요?
<김씨표류기>를 추천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먹을 수 있는 짜장라면이 어떤 사람에게는 삶의 목적이 될 수 도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사는 지루한 일상 속에 우연히 발견한 짜장라면 스프 한 봉지로 한 사람이 삶의 목적을 찾게 됩니다. 글만 읽으면 어이없을 수도 있지만 저 또한 짜장라면을 완성해서 눈물을 흘리는 정재영을 보며 같이 울컥했습니다.
이 영화는 표류하는 당신에게 조용하지만 묵직한 답변을 줍니다.
이해준 감독, 그의 다른 작품도 찾아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