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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만 Jan 11. 2019

김씨 표류기

코믹했지만 묵직했던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를 봤습니다. 상당히 재미있었고, 자연스레 정재영 출연 영화를 찾게 되었습니다. 저는 영화를 좋아하지만 극장에서 자주 보지는 못합니다. 아직은 영화보러 가는 것보다 그 시간에 아이들과 노는 것이 더 좋기 때문입니다. '내가 살인범이다.' 와 '김씨 표류기'도 잠시 짬이 있을 때, 집에서 봤습니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김씨표류기>가 흥행에 실패한, 즉 재미없는 코미디 영화인줄 알았습니다. 별 기대없이, 단순히 시간 때우기용으로, 웃고 싶어 봤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코미디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영화를 다 본후, 마지막 장면을 멍~~~~하니 쳐다봤습니다.


마지막 화면이 다 올라간 후,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지금 당신은 뭘 위해 살고 있습니까?"


"인생에 참 의미는 무엇입니까?"


"당신의 행복은 무엇입니까?"


"실패한 삶이 있을까요?"


이 영화는 현실사회에서 도태(?)된, 흔히 말하는 돈이 없는, 희망이 없는 한 남자(김씨)의 도심 속 표류 생활을 그린 영화입니다.


발칙한 상상에서 시작된 영화로, 김씨는 현실을 눈 앞에서 지켜보지만 현실을 사는 현대인들은 그를 보지 못합니다.


살려달라고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고도 웃으며 같이 손을 흔들 뿐입니다.


희망이 없음이 희망이 되고, 김씨는 새로운 희망을 품고 열심히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와인병에 담긴 편지가 전달됩니다.


와인병의 주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모랫사장에 답장을 쓰며 김씨는 또 다른 생활의 기쁨을 느낍니다.


어느 덧 김씨는 섬에서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갑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발견되기 전까진 말입니다.


스스로 표류된 삶을 살아가는 김씨(정재영)와, 그를 지켜보는, 현실세계와 격리된 살아가는 또 다른 김씨(정려원), 등장인물이라고는 두 명이 유일해 보이는 독특한 구성과 진행, 하지만 영화의 메시지는 너무 강렬합니다.


누적관객 72만명이지만, 이 영화가 1,000만이 넘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상상을 해 봅니다.


적어도 저는 이 영화를 보고 현실을 살아가는 저의 마음을 돌아 볼 수 있었습니다.


매일 매일, 반복되는 삶에 지루함을 느끼시나요?


왜 사는 지 회의가 들때가 있으시나요?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될 때가 있으신가요?


<김씨표류기>를 추천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먹을 수 있는 짜장라면이 어떤 사람에게는 삶의 목적이 될 수 도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사는 지루한 일상 속에 우연히 발견한 짜장라면 스프 한 봉지로 한 사람이 삶의 목적을 찾게 됩니다. 글만 읽으면 어이없을 수도 있지만 저 또한 짜장라면을 완성해서 눈물을 흘리는 정재영을 보며 같이 울컥했습니다. 


이 영화는 표류하는 당신에게 조용하지만 묵직한 답변을 줍니다. 


이해준 감독, 그의 다른 작품도 찾아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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