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2일! 드디어 김해금곡고등학교가 개학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8년만에 고등학교 근무입니다. 중학생들과 8년을 보내다가 고등학생들을 만나니 느낌이 또 달랐습니다. 뭐랄까? 진지하며 믿음직스럽다고 해야할까요?^^ 중학생들은 밝고 활기찹니다. 개그코드를 맞춰 대화하면 크게 웃고 귀엽습니다. 고등학생들은 조금 조심스러웠습니다. 함부로 말을 하지 못하겠더군요.(절대 쫄아서 그런 것 아님.ㅋㅋㅋㅋㅋㅋ) 곧 성인이 될 학생들이라는 생각에,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학생들이 저를 배려하는 만큼, 저도 학생들을 배려해야,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은 오늘 아침, 샘들은 일찍 모여 개학 관련, 교육과정 관련 회의를 했습니다. 점심 때가 되니 학생들이 등교하기 시작했습니다. 인사를 주고 받는 데 하나같이 밝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도 나름 다정하게 인사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전교생과 샘들이 모여 앉았습니다.
금곡고등학교의 유일한 아쉬움! 천장 높은, 실내에서 배드민턴이나 배구를 할 수 있는 체육관이 없습니다.ㅠㅜ. 위 사진 속, 우리가 둘러 앉은 곳은 명색은 강당인데 천장이 낮아 구기종목 체육활동은 힘든 곳입니다. 하지만! 사진 뒤에 보시는 것처럼 최신식 헬스기구들이 준비되어 있어 학생들은 실내 운동을 많이 하더군요. 천장은 낮지만 같이 모여 이야기하기에는 딱! 맞는 공간입니다.^^
교장샘을 시작으로 모든 구성원이 자기 소개를 했습니다. 첫 만남이라 어색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대부분 이름과 학년, 과목들을 소개했습니다. 한 분, 한 분 소개할 때마다 박수 소리가 우렁찼습니다.
'아 이 학생들은 상대의 말을 잘 듣는구나. 전체 앞에서 자기 소개를 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는데 용기내어 잘 하는구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자기 소개가 끝난 뒤 동아리 신청과 방과 후 학교 소개 및 신청을 했습니다. 개설되는 동아리와 방과 후 수업, 참여하고 싶어 손드는 학생들을 보며 학교의 살아있음을 느꼈습니다. 2022학년도 1학기에 김해 금곡고등학교에 개설되는 동아리와 방과 후 수업을 잠시 안내하자면
<동아리>
퀼트, 밴드부, 댄스부, 건강 달리기부, 캐릭터 그리기, 일러스트레이트(그림책 테라피), 텃밭농사, 소설읽기반, 미래금융반, 요가. 총 10개 입니다.
이 동아리 10개는 창체 시간에 하는 것이라 선생님들이 만드신 겁니다. 혹시 이 외에 학생들이 원하는 동아리가 있을 경우 자율동아리로 신고만 하면 됩니다. 자율 동아리도 학교에서 예산까지 같이 지원합니다. 창체 동아리, 자율동아리의 차이가 있다면 생기부 기록 여부 뿐입니다.
<방과 후 수업>
내 몸에 맞는 천연제품 만들기, 파워블로거 되기, 댄스, 합주밴드, 독서토론, 피아노, 기타배우기, 퀼트, 수능 과학탐구, 도자기, 한식 조리사 자격증반, 수능기초영어, 뜨개질, 헬스, 미술반, 수능사회탐구, 전동보드제작 및 목공, 보컬, 미디수업 등입니다.
방과 후 수업은 저녁 6시부터 7시 50분까지 진행되며 100% 선택 사항입니다. 요일마다 수업이 달라 학생들은 원하는 것만 들으면 됩니다. 놀라운 것은 모든 강좌에 학생들이 신청했으며 보컬, 미디 수업은 개설된 수업이 아니었지만 학생들이 원한다고 개설희망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교무부장샘과 교장샘께서는 최대한 개설하는 쪽으로 알아보겠다고 답했습니다. '우와, 다음 주 부터 방과 후 시작인데, 이게 가능해? 학생들이 희망하면 바로 알아봐 준다고? 우와...이 학교 샘들은 대체, 진짜 학생들을 위해 애쓰시는 구나.'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근 두시간동안 동아리, 방과 후 수업을 정했지만 최종 확정은 내일(3월 3일)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중복신청한 학생도 많았고 개설 가능한 지 확인할 내용들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학생들이 이렇게 자율적으로 동아리와 방과 후를 선택하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물론 기숙사 학교라서 가능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관심 있는 부분을 하나라도 배워보겠다는 학생들의 의지가 읽혔기 때문입니다.
오후 일정이 끝나고 저녁을 먹었습니다. 금곡고등학교는 학생들이 저녁 식사 후 선생님께 말만 하면 학교 밖 동네 산책이 자유로웠습니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산책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나갔습니다. 물론 신입생들에게 인성부장샘께서 위험한 길, 산책 시 안전 유의사항 등은 미리 알려주셨습니다.
학교에 자전거도 많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학생들은 안전모를 필히 썼습니다. 학교가 있는 마을이 시골마을이라 산책하고, 자전거 타기 참 좋았습니다.
저녁을 먹고 산책하는 아이들을 본 뒤 학교에 돌아왔습니다. 2층에 학생회 아이들이 모여 있길래 물었습니다.
"오늘 일정이 어찌 되죠?"
"네 6시에 운동장에서 피구를 할 예정입니다."
방송반을 찾았지만 방송반이 없었습니다. "헉! 그럼 안내를 어찌 하죠?" 지나가는 학생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 학생 아무나 잡고 말하면 금방 다 모여요."
믿기 어려웠지만 5시 55분이 되어 급히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말했습니다. "6시에 운동장에서 피구 합니다. 친구들에게 알려 주세요."
잠시 뒤 뒤 복도에서 "6시에 피구한다."는 말이 삽시간에 퍼져나감을 느꼈습니다. 한 학년에 15명, 전교생이 45명이라 좋은 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6시에 운동장으로 나갔습니다.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점점 모이더니 6시가 조금 지난 시간, 놀랍게도 전교생이 운동장에 다 모여 있었습니다.
'우와...이래서 방송반이 필요(?)가 없구나.' 방송부가 없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나름 저녁이 되니 쌀쌀했습니다. 학생들은 별로 춥지 않아보였습니다. 피구를 내리 2판을 하더군요. 스코어 1:1
"선생님 결승전 한 판 더해요!"
저에게 묻는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아니 이 행사는 학생회에서 주관하는 거라서 샘이 결정할 수 없어요. 학생회 일꾼들에게 물어봐요.^^"
학생회 친구들은 날이 좀 추워졌으니 강당으로 모이자고 말했습니다. 저도 아이들과 강당으로 이동했습니다.
강당에는 또 2차전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미션에 해당하는 선배 데리고 오기, 양세찬 게임, 노래 앞 소절 0.5초 듣고 가수와 노래제목 맞추기 등 정말 재밌는 게임들이 진행되었습니다. 100% 학생회 아이들이 준비했습니다. 저도 사진찍고 곁에서 함께 보며 절로 유쾌해 졌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시각 저녁 8시 50분 입니다.
오늘 개학이라, 1기, 2기 학생들을 처음 만난 날이라, 저는 오늘 학교 기숙사에서 자기로 했습니다. 기숙사에 들어가야 하지만 기록을 위해, 오늘의 감동과 재미를 잊지 않기 위해 글을 썼습니다. 급히 쓰느라 진지하게 쓰진 못했지만 생생한 느낌은 그대로 표현했습니다.
저는 올해 김해금곡고등학교에 근무하며 다시 교단일기를 쓰려 합니다. 매일은 아니라도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 고등학생들과 나눈 대화들, 학생들의 고민 등을 나누며 내용을 기록하려 합니다.
졸업 후 생활에 대해 고민도 많은 학생들이지만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 '우리는 잘 하고 있다.'는 것을 함께 확인하고 싶습니다.
저는 올해 한국사, 시사사회, 금융수업으로 학생들을 만나지만 한방향 수업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한에서, 제가 도와줄 수 있는 최선에서,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고 공감하며 함께 미래를 준비하려 합니다.
학생들에게는 많이 아는 교사도 필요하지만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교사도 필요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귀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학생들과 수업시간엥 만날 내일이 기다려 집니다.
김해금곡고등학교 2022학년도 개학! 잊지 못할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