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공립대안중학교인 경남꿈키움중학교 이야기
저는 경남의 유일한 공립 대안 중학교인 '경남꿈키움중학교'에 근무합니다. 간단히 학교에 대해 소개드리자면 2014년 개교한 학교로서 각종학교입니다. 각종학교는 검색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우리나라 현행법상 교육과정이 가장 자유로운 학교입니다.
기숙사가 있는 학교로서 경남지역의 학생들만 입학할 수 있습니다.
저는 2014년 교사를 모집한다기에 응시를 했고 면접을 통해 발령받아 왔습니다. 그렇다고 2014년부터 5년간 계속 근무하지는 못했습니다. 중간 중간 육아휴직에 도교육청 파견도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저는 공립대안학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국에는 이미 교육과정이 훌륭하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잘 도와주는 인가, 미인가 대안학교가 많이 있습니다. 부러운 학교들이지요. 하지만 공립에도 아이들을 마음 놓고 보낼 수 있고 아이들이 건강한 교육과정 속에서 물질에 순응하지 않고 나를 넘어서 우리를 고민하는 아이들로 키울 수 있는 학교가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사립과 공립의 차이 중 큰 것은 공립학교는 선생님들이 이동을 하시기에 아이 뿐 아니라 교사도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선생님들이 학교를 옮겨 학교의 토양을 바꿀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경남꿈키움중학교가 좋은 학교라고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모든 학생, 학부모, 선생님들이 만족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19년 신입생 모집에서 개교이래 최초로 경쟁률이 생겼다는 것은(한 학급15명, 3학급을 모집합니다. 학년별 45명이지요.) 우리가 크게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말이 길었습니다.
경남꿈키움중학교는 일반학교와는 다른 특별한 점이 몇가지 있는데요. 오늘은 교육과정 협의회에 대해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2019년 1월 15일, 오후 1시 30분, 학교 꿈터에서 3주체 교육과정협의체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3주체란 학교를 구성하고 있는 학생, 학부모, 교사를 뜻합니다.
의무 참석은 아닙니다. 참석을 희망하는 분들은 누구나 올 수 있습니다. 부장샘들과 학생회 일꾼들은 가능하면 참석을 권하고 부모님들은 관심있으신 분은 누구나 오실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셨고 회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안건은 '교육과정'이었습니다. 매년 말에 그 해 교육과정에 부서별로 설문지를 작성하여 학생, 학부모, 교사들을 대상으로 결과를 받습니다. 그 결과를 가지고 회의를 합니다.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어떤 부분이 아쉬웠는지, 어떤 개선점이 필요한지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합니다.
모든 과정이 순탄하게 결정되지만은 않습니다.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이 곳에서 결정된 사항은 그대로 다음 해 교육과정에 반영됩니다. 교장, 교감샘은 처음에 인사만 하시고 자리를 피해 주십니다.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뜻입니다.
회의가 마치니 4시쯤 되었습니다. 상당히 오랜 시간을 쉬는 시간 없이 진행했습니다. 분명 피곤할 수 있는 자리였지만 누구하나 불만을 표하진 않았습니다. 이 자리의 중요함에 대해 모두들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과정협의회는 오늘 마무리 되었고 추후 1월 29일에는 기숙사 및 학교규정, 학생 생활지도에 대한 협의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 날 또 다시 3주체가 학교에 모입니다.
저도 다양한 학교에서 근무해 왔지만 교육과정을 3주체가 민주적으로 의논하여 결정하는 학교는 처음입니다.
경남꿈키움중학교에 특별한 분들이 계셔서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학교 입장에서는 번거로울 수 있는 일이지만 부모님과 학생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잃는 것 보다 얻는 것이 훨 많습니다. 오해가 풀릴 수도 있고 학교 현장에 대해서 이해도가 높아지기도 합니다. 가정의 사항을 이해하게 되고 아이들의 성장 방향에 대해 같이 고민하는 것만 해도 특별한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공교육이 무너졌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 이젠 충격을 받지도 않습니다.
학생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학교는 온갖 비난을 다 받습니다. 교사도 마찬가지지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한민국의 학교는 모든 국민이 경험했고 경험하고 있고 경험할 조직이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즉 모두가 전문가(?)이기 때문이지요.
어떤 조직이든 문제는 있을 수 있습니다. 학교도 마찬가지 입니다. 사소한 오해에서 시작된 일이 학교를 흔들기도 합니다. 오해를 풀기 위해선 소통해야 합니다. 참여해야 합니다. 내 아이가 때리면 장난이고 내 아이가 맞으면 학교폭력이라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학폭법에 대해 할말이 너무 많지만 이 글에선 다루지 않겠습니다.)
교육은 어른들이 잘잘못을 결정하고 아이들이 따르는 형태가 되어선 곤란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고 실패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경남꿈키움중학교에서 3주체 교육과정협의회를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각자의 입장을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며 모두를 위해 함께 하자는 뜻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꿈중이 완벽한 학교는 아닙니다. 하지만 변화의 가능성이 있는 학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학교가 좋습니다.
교육과정협의체는 모든 학교에 필요합니다. 분명 교사들은 전문가지만 교육부와 교육청의 지시에 따를 수 밖에 없는 전문가 일수도 있습니다. 해서 감히 말씀드립니다. 학교별 자치권을 보장해주어야 합니다. 학교별로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입이라는 현실적 한계가 있지만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똑같은 목적을 위해 시간을 보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모든 아이들은 다르다고 하지만 모든 학교는 아이들을 비슷하게 대합니다.
4차 혁명이라고,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들 쉽게 말합니다. 하지만 학교의 변화는 미비합니다. 다행스럽게 많은 부모님들과 전문가들, 현장의 뜻있는 선생님들은 용기내어 학교의 변화를 외치고 실천하고 계십니다. 그 분들이나마 계셔서 학교가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학생이 없으면 학교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학교운영 참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교사들에게 자율권을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학부모님들의 학교 참여가 자유로워야 합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아이들을 키우려면 온 학교 구성원들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내 아이의 친구가 행복해야 내 아이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제 글이 마음에 드신 분들은 '구독'을 해 주십시오.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