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김용만 Jan 17. 2019

여보, 오늘 저녁은 내가 할께

어느 남편의 가족 저녁 식사 준비기

어제 저녁이었습니다. 딸래미랑 유튜브로 먹방을 보고 있었는데 마침 순두부찌개 먹는 영상이 나왔습니다.

"순두부찌개 맛있겠다. 아빠가 해줄까?"

"응응응!!! 아빠, 나 순두부찌개 좋아해!"


마침 저녁때 아내님께서 장을 보러 가신다고 하셨습니다.

"여보 내일 저녁에 내가 순두부찌개 할꺼니깐, 순두부랑 조개, 돼지고기 좀 사다줘."

"그래? 알겠어. 사올께.^^"


아내님은 장을 무사히 봐 왔습니다.


다음날, 그러니까 오늘이지요. 아내님께서 오후에 말씀하셨습니다.

"여보, 나 오늘 손에 물 묻히기 싫어."

"그래? 알았어. 지금부터 저녁 준비할께."


전 즐거운 마음으로 저녁 밥상 준비를 했습니다. 오후 4시쯤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저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육아휴직을 하며 요리 실력도 상당히 늘었고 먹고 싶은 것을 직접 요리하는 즐거움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당연히 제가 먹고 싶어서 하는 요리라 기쁜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올리브유에 먹기 좋게 쓸은 파를 넣고 볶았습니다. 파기름을 내기 위해서였지요. 파를 볶으며 해감한 조개를 씻고 재료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내님은 식탁에 앉아서 우아하게 책을 읽고 계셨습니다. 분위기가 평화로웠습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감미로운 음악을 배경으로 아내님은 독서를 하시고 주방에선 신랑이 요리를 하고 있다! 영화 같지 않습니까? 저도 당시 평화로운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서로 원하는 것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요리를 즐겁게 하고 있는 데 아내님께서 책 읽기를 멈추시고 주방으로 오셨습니다. 내심 기대했습니다.

'역시! 나한테 고맙다고 하러 오는 걸꺼야.ㅋㅋㅋ 고마워 할 필요는 없는데, 내가 먹고 싶어서 하는 것이니.'


아내님이 하신 말씀은 제 예상과는 상당히 달랐습니다. 밥솥을 열어보시고는

"여보, 밥이 없네."

그리곤 쿨하게 식탁으로 가셔서 책을 마저 읽으시더군요.


'헉.....'

'밥은 당신이 해주면 좋겠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넘어왔지만 참았습니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느껴졌습니다. 


이때부터 손놀림이 바빠졌습니다. 밥솥을 꺼내 설거지를 하고 쌀을 씻고 밥을 했습니다. 동시에 파와 재료가 타지않게 잘 볶으며 동시에 멸치, 다시마 육수를 끓였습니다. 


밥은 금방 안쳤고 이제 순두부찌개에 집중했습니다. 돼지고기를 잘 볶고 준비된 육수를 부었습니다. 해감된 조개를 넣고, 간장, 소금, 고춧가루로 간을 했습니다. 팔팔팔 끓였습니다. 순두부를 넣고 마지막으로 달걀 두 알을 넣었습니다. 강한불에 한참을 끓인 뒤 맛을 봤습니다.

'신이시여...정녕 이 음식을 제가 했단 말입니까!!!'

절로 오 마이 갓!을 중얼거렸습니다.


"여보, 거의 다 됐어. 먹어봐."


조심스레 한 숟가락 주었습니다.


"맛있다!!"


이 한마디에 엄청난 행복이...인정받았다는 느낌까지.^^;;


요리를 다할 때 쯤, 딸아이가 왔습니다. 꼬맹이는 벌써 한그릇을 다 먹었습니다.


"아빠, 완전 맛있어!!! 아빼 최고!"


우쭐했습니다.


아이들이 잘 먹으니 아내님도 싱긋히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모든 여성이 요리를 잘하는 것이 아니며 모든 남성이 요리를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요리를 좋아합니다. 생각만큼 자주 하지는 못하지만 간혹 아내님이 피곤해 하실때나 제가 간절히 먹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아내님이 안 계실 때 요리를 합니다. 아이들에게 물어봅니다.

"뭐 먹고 싶어?"

메뉴가 선정되면 레시피를 검색합니다. 찬찬히 읽어봅니다. 요리의 순서를 머릿속으로 그립니다. 그리고 재료를 준비해서 후다닥 요리합니다. 상상했던 맛과 비슷한 맛이 나면 그 성취감이란..^^ 게다가 아이들이 남김없이 맛있게 잘 먹으면 더할나위 없이 기분이 좋습니다.


밥은 살기 위해 먹는 것이라고 하지만 밥을 하는 과정 또한 중요합니다. 엄마가 해주는 것은 당연한 밥이고 아빠가 해주는 것은 특별한 밥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이들도 엄마가 잘하는 요리, 아빠가 잘하는 요리를 기억합니다. 집에 셰프가 많다는 것은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유익합니다.


남자는 주방에 들어가면 안된다? 

남자가 요리를 못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요리? 어렵지 않습니다. 


요리는 기술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기쁜 마음으로 가족을 위해 주방에서 요리하는 분들이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하는 삶이 함께 행복한 삶이 될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제 40대 초반인데 주례 선 사연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