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대안학교

by 김용만

2013년으로 기억한다.

'2014년에 경남에 공립 대안 중학교가 개교합니다. 그 때 김용만 선생님이 함께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시 난 일반계 고등학교에 재직중이었다. 그것도 오랫동안, 해서 매달 모의고사 치고, 내신, 수능 위주 수업하고, 대학 진학 방법에 골몰하던 교사였다.


하지만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교사생활이 만족스럽진 않았다. 뭐든 숫자로 학생들을 평가하고 학생, 학부모도 숫자에 예민할 수 밖에 없으며, 모의고사 성적 변화, 대학 진학률이 중요했던 학교, 당연히 현실이 그러하니 나도 발 맞출 수 밖에 없었으나 틈틈이 학생들과 뻘짓하며 즐기던 순간이었다.


마침 2010년에 공립대안고등학교인 태봉고등학교가 개교했었다. 흥미로웠다. 그 후 1년에 몇 차례씩 태봉고에 특별한 일이 있으면 그냥 무작정 혼자 찾아갔다. 학교를 관찰하고 학생들을 만났고 태봉고 선생님들, 학부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눴었다. 부러웠다. 학생들 표정은 살아있었으며 교사들 표정은 따뜻했다. 학부모님 표정은 만족스러웠다. 이 학교는 대학진학이 목표가 아니라고 했다.


'학교를 넘어선 학교, 배워서 남주자.'가 교육목표였다.


'대학진학이 목표가 아닌 고등학교가 있다고? 그런데 학교 만족도가 높다고? 대체 이게 뭐지?'


자연스레 대안학교, 대안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2011년에는 태봉고등학교 교무실에 직접 전화를 했다. 다짜고짜 교무부장, 교감샘과 통화했다. 내 소개를 하고, 나도 그 곳에서 근무하고 싶다. 방법을 알려다라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태봉고 선생님들은 고마워 하시며 추후 자리가 나면 응시하라고 하셨다. 즉 당장은 자리가 없다고 했다. 그러던 중, 경남에 공립대안중학교가 개교한 다는 소식과 함께 같이 해 보자는 솔깃한 제안이 들어왔던 것이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경남 최초의 공립대안 중학교라니!!! 설레였다.


2014년 경남꿈키움중학교에 발령 받고 2015년부터 출근했다. 1기들과 소수의 선생님들이 계셨고 난 육아휴직 후 복직했다. 당시 꿈중은 시끄러운 상태였다. 나름 학교 사정을 알고 밖에서부터 준비를 해서 복직했다. 복직하자마자 인성부장을 했다. 난 학교를 안정화 시키고 싶었다.


즐거웠다. 학생들은 내 상상보다 훨씬 밝았다. 힘든 학생들도 있었으나 그런 학생은 어디든 있다. 우선 학생수가 적었다. 한 반에 13명 정도였다. 한 학년에 35명 정도, 전교생이 100명이 안되었다. 선생님 수도 적당했다. 내가 근무했던 학교 중 가장 적었다. 급식 시간이 되면 전 선생님과 전교생이 같이 밥을 먹었다.


내가 근무했던 학교 중 처음으로, 전교생 이름을 다 알게 된, 알수 밖에 없었던 학교였다. 매일 학생 한명 한명, 이름을 부를 수 있었다. 이 자체만으로 난 꿈중이 좋았다.


꿈중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근무했다. 그리고 2022년 김해금곡고로 왔다. 김해금곡고도 공립대안고등학교이다. 경남은 공립대안학교가 많다. 내가 경남지역 교사라는 것이 참 다행스럽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김해금곡고등학교에 생활 중이다. 김해금곡고는 더 작은 학교다. 한 학년에 15명, 한 학년에 1학급, 전교생 45명의 정말 작은 학교다. 이 학교에선 전교생 이름만 아는 것이 아니라 거짓말 조금 보태 사는 동네, 가족관계, MBTI, 파인애플피자 호불호, 민트초코 호불호까지 안다. 너무 잘 알아서 곤란할 때가 있을 정도다.


난 교직생활중 10여년 정도를 일반학교에서, 나머지 10여년 정도를 대안학교에 근무했다. 일반학교의 매력도 분명 있다. 하지만 난 대안학교가 좋다. 정확히 말하면 대안학교 선생님이 좋다. 대안학교 근무로 인한 단점도 있다. 하지만 나에겐 장점이 훨 많다. 너무 많아 열거하기 힘들다.


대표적인 것만 소개하면 우선 내가 좋아하는 수업을 할 수 있다. 일반학교에선 교육과정에 따른 정규 수업만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일반학교에선 사회, 지리를 가르쳤다. 대안학교에선 금융, 세계사, 전쟁사, 사회문제와 토론, 세계문화 지리, 파워블로거 되기, 영상만들기, 크리에이터, 책쓰기, 실전주식모의투자 등을 가르쳤다. 동아리 활동도 마찬가지다. 난 대안학교에서 정말 오만가지 동아리활동을 학생들과 같이 했다. 가르쳐주고 배우기도 했다. 난 대안학교에서 교사 김용만 뿐 아니라 인간 김용만으로 생활할 수 있었다.


2026년에도 난 김해금곡고에 근무한다. 일반학교에선 한해 한해, 업무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았다. 대안학교에선 그런 부분이 덜 했다. 우선 교사 수가 적고 대안학교 선생님들은 마인드 자체가 틀리다. 같이 라는 가치를 중요시 한다. 함께의 가치를 공유한다. 해서 혼자라는 느낌이 확실히 덜하다. 그래서 간혹 학교가 직장보다는 공동체 기관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난 이런 느낌이 좋다.


모든 선생님들께 대안학교가 맞을 순 없다. 대안학교가 도깨비 방망이는 더더욱 아니다. 학생들에게 깊이 다가서고 학생과 아둥바둥 다투고 같이 울고 같이 웃는 게 좋다면 누구든 대안학교 교사가 될 수 있다. 성적이 아니라 인간에 관심이 많고 실적이 아니라 가치에 관심이 많다면 좋은 대안학교 교사가 될 수 있다.


나의 교직생활은 대안학교 전과 대안학교 후로 나뉜다. 직장 만족도도 대안학교가 월등히 높다. 신기하게도 지금껏 연락오는 제자는 일반학교에 근무할 때 제자들이 많다. 이 현상을 개인적으로 이렇게 해석한다. 일반학교에는 나 같은(?) 교사가 적다. 아니 희귀하다. 그러니 일반 학교 다니던 학생들에겐 내가 특별히 기억될 수 있다. 반면 대안학교엔 나 같은 교사가 많다. 그래서 대안학교에선 내가 평범한 교사이다.


난 2026년, 올해까지 김해금곡고에 근무할 것이다. 사실 2026년이 김해금곡고의 마지막 근무기간이다. 해서 올해가 더 의미있다. 김해금곡고에서 5년을 보낸다. 대안고등학교로는 첫 학교였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조금 다르다. 경남꿈키움중학교 제자들도 특별했지만 김해금곡고 제자들도 특별하다. 난 2026년 12월 말, 김해금곡고 5기들과 함께 이 학교를 떠난다. 다음 학교는 어딘지 모른다. 한 가지 바램이 있다면 대안학교에 가고 싶다는 것이다. 그만큼 난 대안교육에 심취해 있다.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재밌고 지겹지 않다면 정말 좋아한다는 것 아닐까?


2026년도 기대된다. 난 대안학교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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