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게 생활지도란?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

by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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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초가 되면 모두 긴장 상태가 된다.

고등학생이 되는 1학년들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고1뿐이 아니다. 중1, 초1, 유 1. 시작하는 모든 아이, 보호자는 긴장된다. 가족 품을 떠나 생판 모르는 세상에 들어간다. 내 아이 친구가 누가 될지 모른다. 어떤 아이들로 구성된 반에 배치될지 모른다. 어떤 선생님을 만날지, 친구를 못 사귀는 것은 아닌지, 뉴스에 나오는 피해학생이 되진 않을지, 초 긴장 상태가 된다.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다. 우리 반 아이들 중에 사건이 생기는 것 아닌지, 소위 말하는 힘든(?) 학부모님을 만나는 것은 아닌지, 지도가 불가능한 아이를 만나는 것은 아닌지, 유별난 아이를 만나는 것은 아닌지. 선생님들도 초 긴장 상태가 된다.


학교는 기본적으로 배우러 오는 곳이지만 배우는 활동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은 많고 그 시간 중 상당 부분이 수업시간이지만 그 외 시간도 많다. 그리고 아이들 사건, 사고(?)는 주로 수업이 아닌 시간에 발생한다. 선생님들도 알고 있다. 해서 3월에는 특히 학생들에게 신경 쓴다. 소외되는 학생은 없는지, 반 분위기를 흩트리는 학생은 없는지, 친구들을 무시하는 학생은 없는지, 친구들을 잘 배려하는 학생은 누구인지, 내가 만나는 학생들은 어떤 성향들인지를 파악하려 애쓴다.


나 또한 그렇다.


2026학년도 개학 후 2주 정도 지났다. 2년 만에 담임을 맡아 하루하루가 새롭다. 난 담임이 되면 아이들에게 루틴을 익히게 하려 애쓴다. 현재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아침에 몸 깨우기 활동을 한다. 종목은 줄넘기 1,000개. 10분에서 15분 정도 하면 할 수 있다. 줄넘기를 하고 아침 식사를 한다. 밥을 먹은 후 좀 쉬고 양치하고 교실로 들어온다. 그럼 8시 30분 정도, 이때부터 10분 정도 아침 독서를 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꼭 필요한 시간이고 아이들에게 매일 하루 10분 책 읽는 루틴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아이들이 책 읽을 때 나도 읽는다. 나 또한 최소 하루 10분은 책 읽는 시간을 가진다. 10분이 지나면 간략히 아침모임을 한다. 그리곤 교실을 나온다.


나의 생활지도는 하루종일이다.


아침에 학생들 표정을 살핀다. 개개인을 살피고 친구들과 같이 있는 표정을 살핀다. 밥도 아이들과 같이 먹는다. 우리 반이 아니더라도 학생들 표정을 살핀다.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39명이라 한 명, 한 명이 눈에 다 들어온다. 한 명 표정이 안 좋으면 보통 그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든 다른 친구가 관련된 일들이 많다.


표정이 평온하면 그날은 OK 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 표정이 좋지 않다면?


그럼 그 친구를 꾸준히 살핀다. 즉 기회를 엿본다. 주변 친구들도 살핀다. 선생님들과 그 학생에게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그럼 대충 원인이 파악된다. 그럼 판단한다. '개입할 것인가, 넘어갈 것인가.'


대부분 넘어간다. 아이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간혹 스스로 해결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다. 그럼 선생님들이 모여 그 학생을 어떻게 도울 지 의논한다. 교사들끼리 답이 나오지 않으면 교장선생님과 상의한다. 그럼 답이 나온다. 교장선생님은 선배교사면서 듬직한 학교 어른이시다. 책임을 피하지 않고 최선의 교육적 판단을 하신다. 결론이 나오면 그에 맞춰 선생님들이 움직인다. 그리고 아이를 돌본다.


무척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이게 우리 학교 모습이다.


생활지도는 일상에서 일어난다. 사고가 생겨서 하는 것은 사후처리다. 사고가 안 생기게 하는 것이 생활지도다. 생활지도는 창체시간, 계기교육, 교육청, 교육부에서 내려오는 종이 공문 지시사항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선생님들이 평소 아이들을 지켜볼 시간, 여유, 관심이 있으면 절로 이뤄진다.


아이가 선생님을 찾을 때 선생님이 일만 하고 있으면 미안해서라도 말을 하기 조심스러워진다. 선생님이 여유가 있고 아이들 곁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면 자연스레 말을 할 수밖에 없다. 즉 교사와 아이가 친해지면 생활지도는 그냥 되는 것이다.


일을 잘 처리하는 교사가 유능한 교사일 수 있다.


일이 생기지 않게 하는 교사도 유능한 교사일 수 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지만 그 반, 그 학년에, 학생들 간 사고가 없다면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누군가가 애쓰고 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선생님이 애쓰지 않고 일상을 살아가는 데 그것이 결론적으로 평온한 일상이 이어지는 것이다. 즉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학생들과 같이 섞여 생활지도가 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생활지도가 아닐까?


학교폭력법은 개인적으로 아쉽게 생각한다. 폭력은 다양하지만 특별한 기관을 지칭한 '폭력'은 '학교폭력'이 유일한 것으로 안다. 회사폭력, 자영업 폭력, 도서관폭력, 술집폭력 등을 들어보지 못했다. 학교폭력은 너무 자연스럽다.


갈등은 인간들이 모인 곳이면 어디서든 일어난다. 그럼 갈등은 곧 폭력인가? 모든 폭력은 법으로 해결하는가?


학교는 폭력을 법으로 처분하는 곳이 아니라 교육적으로 풀어내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꼭! 법이 필요하면 '학교폭력'이라 하지 말고 '학생폭력'이라 하고 바로 법대로 하면 되지 않나? 수사권도 기소권도 강제력도 전혀 없는 교사들이, 학교가 무슨 전담기구를 만들고 교육청에서 판결하는 에너지 소모를 하고 있다. 처분을 만족하지 못하면 행정소송까지 가는 현실에, 학교에서 폭력을 다루는 이상한 현실로 인해 학교는 마비된다. 학폭 신고되는 순간 친구는 없다. 아이도 없다. 어른들 싸움이 되는 순간 진흙탕이 된다. 승자도 패자도 없다. 상처를 주고받는 답 없는 싸움이 시작된다.


아이들 갈등은 아이들이 풀어야 한다. 학교는 그 과정을 도와야 한다. 학교는 '법'을 매뉴얼대로 처리하는 기관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 갈등 상황을 민주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너무 말이 길었다. 학교에서 흔히 말하는 인성부장을 오래 했다. 짧은 개인 생각이다. 다양한 면이 있다. 내 생각이 정말 옳다고 생각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생각하는 교사가 있다는 정도만 알아달라. 담임 역량으로 해결 가능한 일이 '법'을 통해 엉망이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것뿐이다.


결론을 내자.


교사에게 생활지도란? 교사가 아이들을 자연스레 같이 생활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선생님 뒷모습을 보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 이것이 생활지도다. 이래라저래라.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말로 하는 것은 지도가 아니다. 잔소리다. 지도는 몸으로 보이는 것이다. 감동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학교가, 생활지도를 공문이라는 종이 쪼가리가 아니라, 선생님들이 몸으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불가능한가? 안 되는 것인가?


학교가 학생들 뿐 아니라 선생님들도 즐겁게 출근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 상상만 해도 즐겁다. 난 그런 학교를 생각하며 출근한다. 그리고 실제로 즐겁다. 우리 학교가 그렇다면 다른 학교도 할 수 있다.


생활지도는 학생과 선생님이 생활을 같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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