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이야기
선생님 수업이 재밌었어요!
선생님 수업은 특이해요!
선생님 우와! 이제 이해했어요!
선생님 다음 시간에는 뭐해요?
언제 들어도 설레는 말이다.
교사에게 수업이란 가장 기본이 되는 교육활동이다. 수업 잘하는 교사란? 교사의 기본이라는 느낌이다. 그런데 교사들에게 '선생님 수업에 만족하세요?'라고 물으면 열에 열분은 모두 만족 못한다고 답하실 것이다.
정말 만족 하지 못하시는 분도 계실 것이고 더 좋은 수업을 연구 중인 분들도 계실 것이다. 수업에 관심 없는 분도 계실 수 있다. 하지만 극소수일 것이다.
솔직히 난 좋은 수업을 특별히 연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업시간의 귀함, 소중함은 알고 있었다. 나에게 수업시간은 진도 나가는 시간이 아니었다. 하지만 대부분 수업시간은 평가를 위해 진도를 나가야 하는 시간이다. 국가에서 정한 교육과정에 맞춰,
난 15년 넘게 대안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어찌보면 평가를 위한 수업의 틀은 벗어난 수업을 하고 있다. 물론 이전에 근무했던 일반 중학교, 인문계 고등학교에선 열심히 가르쳤다. 쪽집게 교사이기도 했다. 모의고사 문제를 맞혔고 수능 예상 문제도 곧잘 맞췄다. 그리 어렵지 않다. 출제 유형을 보면 올해 어디서 나올 것인지는 예측 가능하다. 10년 치 기출 문제만 연구해도 가능하다. 난 학생들과 다르게 내 과목만 연구하면 되기 때문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수업 잘했던 교사라 오해말기 바란다. 대한민국 교사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난 이런 수업이 불편했다. 진도 나가는 기계, 평가하는 기계 같았다.(기계를 비하하는 표현은 아니다. 갬성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난 아이들과 만나는 수업시간을 갖고 싶었다. 해서 대안학교를 갔고 내가 꿈꾸던 수업을 했다.
날이 좋으면 야외 수업을 했다. 한 가지 사례가 떠오른다.
역사 수업시간 구석기 시대를 배울 때 학교 근처 강가에 갔다.
'우리는 구석기인들입니다. 여기에 있는 흔한 돌들은 구석기 시대에도 있던 것들입니다. 다른 어떤 도구도 쓰지 말고 이 돌을 높게 쌓아봅시다. 단 깨는 것은 됩니다. 즉 돌을 깨는 것, 깬 돌, 이것이 바로 뗀석기이고 구석기 시대 사람들이 사용했던 돌입니다. 이해되나요?'
'네~~!!!!'
아이들 답은 아주 우령찼다. 아마 경험했었고 상상했던 역사 수업 시간이 아니라 더 신났을 지도 모른다.
'오늘 조별로 돌탑을 쌓고 1학기 기말고사 전까지 돌탑이 무너지지 않는 조는 선생님이 특별한 선물을 주겠습니다. 지금부터 구석기 체험 시~~~작!'
아이들은 신나게 돌을 쌓았다. 안타깝게도 그 해 여름, 큰 태풍이 왔고 강물은 둑까지 올라왔으며 태풍이 지나간 뒤 우리들의 돌탑은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아마 당시 이 수업을 함께 했던 아이들은 적어도 구석기 시대, 뗀석기는 평생 잊지 못할 듯 하다.
난 대안학교에서 발표 수업을 지향했다. 학생들에게 단원을 나눠주고 선택하라 한다. 준비할 시간을 2주 정도 준다. 준비 과정까지 알려준다. 약속된 시간이 되면 한명씩 나와 본인이 맡은 단원을 발표한다. 앉아 있는 친구들은 발표를 듣고 궁금한 것은 질문한다. 질문 수준을 평가하고, 답변 내용을 평가한다. 부족한 부분은 보충 설명해 준다. 훌륭한 수업은 크게 칭찬했고 더 잘 할 수 있는데 게을려서 못한 발표는 크게 꾸짖었다. 우는 학생도 있었다. 어쩔 수 없다. 혼낼 땐 혼내야 한다. 그리고 혼난 학생은 다음 시간 다시 발표한다. 열에 아홉은 훨씬 잘해 온다. 그럼 다시 크게 칭찬했다. 단원이 끝나고 나면 내 수업 비장의 무기인 스피드 퀴즈를 했다. 아마 내 수업을 한번이라도 들은 학생들은 무릎을 탁! 칠것이다.
'아 용쌤의 스피드 퀴즈!!!'
아이들은 정말 좋아했다. 어떤 정도였냐면 스피드 퀴즈를 할 때면 수업이 마치는 종이 쳐도 아이들은 교실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심지어 4교시 마치는 종이 쳐도...
더하기 지나가는 아이들이 창가에 붙어 우리 스피드 퀴즈를 구경하기도 했다. 그 친구들을 쫓아내는 것도 일이었다.
난 내 수업 방식이 나름 만족스러웠다. 아이들이 스스로 발표준비할 기회를 주었고 격려했으며 조사하는 법, 발표하는 법, 피드백 하는 법, 핵심을 찾는 법, 듣는 법, 등 지식 이상의 것을 가르쳤기 때문이다. 해서 보통 6년에서 7년 정도마다 바뀌는 교육과정은 무시했다. 어떤 해는 일년 동안 '친일반민족행위자'(친일파라고도 한다.)들에 대해서만 수업한 적도 있었다.
2025년, 이런 내 생각은 큰 변화를 겪었다. 교육과정, 교과서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사회, 역사 교과서 내용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공부했다. 중요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는지를 알았다. 그럼 고등학생이 되었으니 어떻게 가르쳐야 겠다는 목표의식이 생겼다. 이는 수능을 잘 보게 하기 위함이 아니다. 최소한 국가교육과정 이수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에게 필요한 기초기본교양 수준을 쌓는다는 뜻이다. 난 이제 이 부분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2025년에 여러 선생님들과 2022 교육과정을 공부했다. 올해는 이 내용을 아이패드를 활용해 수업하려 한다. 나에겐 도전이다. 아이패드가 익숙치 않다. 난 내 수업시간에 아이패드를 전자기기가 아니라 디지털 노트로 활용할 것이다. 아이들은 내 수업시간 필기 및 정리를 패드에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내용을 내가 확인할 것이다. 1년간 이 활동은 계속된다. 수업시간 뿐 아니라 동아리 시간, 방과 후 시간, 각종 회의, 개인 창작 활동, 개인 기록 등 모든 것을 패드에 기록하게 할 것이다. 아이들은 금방 배우더라. 그리고 1년 후 그것을 개인 파일로 만들어 돌려 줄것이다. 아이들은 이 파일을 3년간 보관할 것이고 고3이 되어 고1때 자신이 기록했던 파일을 보며 자신의 학교 생활을 반추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 아이패드는 본인 배움의 포트폴리오 기록 도구가 된다. 난 최대한 학생들이 기록하고 탐색하기 쉽게 수업을 설계할 것이다. 패드를 활용해 학생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연구할 것이다. 가능하면 교과서도 패드에 담아 아이들에게 에어드랍할 생각이다.(가능할 진 모르겠다. 어찌어찌 잘 될 것이라 기대한다.^^;)
교사에게 수업이란, 아이들과 만나는 나만의 시간이다. 내가 운영해야 할 시간이고 아이들이 나를 통해 세상을 만나는 시간이다. 나에겐 수많은 수업 시간 중 한 시간일 뿐이지만, 어떤 학생에겐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하는 수업일 수 있다.
수업시간 말과 행동을 조심한다. 해서 난 신규시절부터 지금까지 수업시간 학생들에게 경어를 쓴다. 나를 잡기 위함이다. 학생들을 예의있게 대한다. 학생들은 느낄 지 모르겠지만 존중하는 법을 자연스레 가르치고 싶었다. 하지만 혼낼 순간이나 정색할 순간, 장난치는 순간에는 말을 편하게 하기도 한다. 즉 밀당을 한다. 수업은 연극적 요소도 필요하다.
정답인 수업은 없다. 하지만 만족하는 수업은 있다.
어떤 수업은 마치고 나오면 찝찝한 수업이 있고 어떤 수업은 마치고 나오면 개운한 수업이 있다. 그럴 때 깊은 만족감이 든다. '그래 바로 이거야!' 하지만 똑같은 내용으로 다른 반에서 수업하면 똑같은 감동이 오진 않는다. 그렇다. 수업은 교사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난 재미있는 수업이 좋다. 더하기 내용 있는 수업이 좋다. 더하기 배움이 있는 수업이 좋다. 그러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내가 알아야 하고 학생들이 어렵지 않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해선 난 평소 학생들과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난 수업을 잘 하는 훌륭한 교사가 아니다. 다만 본인 수업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는 선생님들과 다르게 내 수업 방법을 공개한 교사일 뿐이다. 그래서 난 수업 잘하는 교사를 꿈꾼다. 퇴임하기 전 '난 수업을 잘하는 교사야!'라고 만족할 날이 오면 좋겠다. 정말 좋겠다. 그럼 난 정말 행복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정리해 본다.
교사에게 수업이란? 교실에서 학생들과 만나 함께 꾸며가는 가치있는 활동, 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이상 용쌤의 개똥 수업 철학이야기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