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고등학생? 오! 고등학생

고등학생은 어떤 때일까?

by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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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들과 10년 정도 생활했고 고등학생들과도 10년 정도 생활했다. 신기하다. 중3과 고1은 한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그런데 생활하다보면 한살 그 이상의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중학생들은 아직 어리다는 느낌이 있다. 중학생들은 그냥 학교 오는 것 같다. 시간되서 등교하고 수업듣고 밥먹고 하교하고 학원하고 친구들이랑 놀고, 한번씩 예측이 안되는 말과 행동을 한다. 가끔식 선 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예의바르고 진지한 아이들도 있다.


고등학생은 중학생보다 한살 정도 밖에 차이나지 않는데 뭔가 다르다. 우선 부모님으로부터 오는 민원 수가 적다. 중학교는 참 많은 전화를 받았다. 아이가 직접 해야 할 자기 관리 부분까지 부탁하는 전화도 있었다.


고등학생은 가끔 선생님을 배려하는 아이도 있다. 큰 것이 아니라도 사소한 배려가 감동을 준다. '이 맛에 교사하지.'라는 생각이 든다. 고맙다.


어느 날이었다. 일이 많았다. 피곤했다. 수업 시간 전이다. 한 학생이 내려왔다.

"선생님. 저희 반 수업이예요."

"어, 그래. 올라가자."

"선생님 짐 주세요. 제가 들께요."

"그래? 괜찮은데? 그래 고맙다."

"오늘 선생님 좀 피곤해 보이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급하게 내려 온 교육청 제출 서류 관련 공문이 있었다. 전임자 일이라서 내가 모르는 데 몇 일안에 제출하란다. 솔직히 아이들 교육과 상관 없는 내용이었다. 이럴 때 난 짜증이 난다. 혼자 짜증낸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 눈에도 보였는 모양이다.


"어, 그래. 샘 표정이 안 좋았던 모양이구나. 큰 일은 아니지만 신경쓸 일이 있었다. 선생님을 이렇게 배려해주니 참 고맙네."

학생은 씨~익 웃는다.


참 고맙다.


고등학생은 중학생보다 덩치가 크다. 생각도 많다. 학교를 졸업하면 성인이 되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내신 관리도 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선 수능 준비를 해야 한다. 해야 할 것이 한 두개가 아니다.


고등학생이 되면 학생들은 어른들로부터 진로 관련 질문을 많이 받는다.


"뭐에 관심있냐?"

"어떤 것을 좋아하냐?"

"무슨 과에 가고 싶냐?"


학생 입장에선 명확히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다. 관심, 좋아하는 것, 선호도를 묻는 질문 같지만 결국 끝은 하나다. '어떤 직업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냐.'


어른들 질문 속 뜻은 비슷하다. 아이들도 이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고민이 많다. 어른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싶지 않고, 본인도 너무 답답하다. 뭔가를 해야 겠는데 뭘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어떤 친구는 준비를 하는 것 같은데 본인은 딱히 무엇을 잘 하는지도, 무엇에 흥미있는지도,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것은 게임이요, 잘 하는 것도 게임인데 게임이라고 답하긴 애매하다.


친구들하고도 놀다가 진로 이야기가 나오면 막막해진다. 사실 본인 인생에 가장 많은 고민을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인데 걱정은 어른들이 하는 것 같아 답답하기도 하다.


주위 분들이 나에게도 간혹 물어보신다. "우리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는데요. 아직 진로를 못 정해서 걱정이예요. 선생님.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답이 있는 분야가 아니다. 단지 내 경험을 말해 줄 뿐이다.

"진로와 직업은 다릅니다. 아이가 아마 제일 고민이 많을 꺼예요. 부담 주시지 마시고 오늘, 지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막연한가? 어쩔 수 없다. 고3을 여러해 해오신 선생님들은 현실 조언을 하실 수 있다. 어떤 대학 어떤 전형은 이렇고 저렇고, 진로를 정하면 선택교과는 무엇을 해야 하고 생기부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고. 등등등


난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말한다.


'인생은 객관식이 아니고 주관식, 서술식이다. 정답이 없다. 답을 고른다고 해도 그 답대로 되지 않는다. 어떤 상황인지 인지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적절한 대응을 하는 것이 더 요긴하다. 결국 대학 간판, 특정 과가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 일을 대하는 태도, 자신을 관리하는 능력이 삶에 더 중요하다.'


지금 부모 세대와 고등학생은 시대가 다르다. 더 넓은 세상이 더 가까워진 세상이다. 뭘 해도 먹고 살 순 있다.


자신을 어떻게 관리하고 세상을 어떤 시선으로 보며,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 지가 중요하다. 이것은 학습으로 가능한 분야가 아니다. 평소 어떤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지 어떤 가정환경인지, 어떤 친구들 어른들을 만났는지도 중요하다.


확실한 것은 시작이라는 것이다. 17살이 끝이 아니고 19살이 끝이 아니고 20살이 시작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고3일때보다 지금 고3들이 더 똑똑하고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이 아이들이 더 현명할 수도 있다. 부모의, 어른의 경험으로 아이를 걱정하진 말자. 이미 다른 세상이다.


중학생이 자라 고등학생이 된다. 그 고등학생이 자라 성인이 된다.


많은 교육감 후보들이 말한다. '아이 행복, 아이 먼저, 학생이 행복한 학교, 어른들 잘못' 등등등,


고3은 학생이고 20살은 어른이다. 아이가 먼저고 행복하려면 그 아이를 돌보는 어른들도 행복해야 한다.


말이 엇나갔다.


결론은! 2026년 고등학생들은 어른들이 답을 줄 수 없다. 어른들도 본인 앞가림이 어렵다. 고등학생과 선생님, 부모님이 같이 고민하는 것도 건강한 대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곧 신학기가 시작된다. 새로운 고등학생들을 만날 것이다. 고1, 첫 수업시간에 묻고 싶다. '고등학생이 되니 어떻니? 중3일 때 꿈꿨던 고등학생 모습이 있니?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뭐가 다른 것 같니?'


중학생, 고등학생은 다르지만 내 눈엔 똑같은 귀여운 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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