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담임을 맡으면 꼭 하는 일이 있다. 3월 달에 모든 보호자분들과 통화를 하는 것이다.
통화를 하는 이유는 학생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고 학생 학교 생활을 궁금해 할 보호자분에게 아이 학교 생활을 전하기 위함이다. 솔직히 안해도 되는 일이다. 학기 초는 특히 바쁘다. 수많은 공문이 쏟아져 내려온다.
하지만 난 그 종이쪼가리 일을 재쳐두고 보호자분과 통화, 학생들과 대화를 먼저 한다. 이것이 담임의 원래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이 글을 쓰는 오늘! (2026년 3월 19일) 딱! 김해금곡고 7기 보호자분들과 통화를 다 했다. 3월 4일 첫 전화를 시작했으니 2주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모르는(?) 한분, 한분께 전화를 드릴 때마다 긴장했다. 보호자분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보호자분들은 나의 전화를 따뜻하게 받아주셨고 김해금곡고에 아이가 간 후 벌써 변화가 보여 너무 고맙다는 말씀들을 하셨다. 예를 들면 집에 와서 학교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안하던 공부를 한다, 묻지도 않았는데 친구 이야기, 선배 이야기를 한다. 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 중학교 시절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놀랍다고들 하셨다.
통화를 하며 나도 놀랐다. '학교에선 적극적이고 친절한 학생이 중학교 땐 안 그랬다고? 이 학교에 와서 이러는 거라고? 그럼 이 학교가 아이에게 어떤 자극이 되었나 보구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김해금곡고는 학생들을 상당히 피곤하게 한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우선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아침 7시에 기상한다. 7시 30분, 전교생 몸깨우기로 줄넘기 1,000개씩을 한다. 7시 50분 아침 밥을 먹는다. 7기들의 경우 8시 20분부터 교실에 와서 40분까지 책을 읽는다. 수업 준비를 하고 8시 50분부터 1교시가 시작된다.
수업은 오후 4시 10분이 되면 끝난다. 5시에 저녁을 먹는다. (아직 시작은 안 했지만) 6시부터 8시까지는 방과 후 활동을 한다. 8시에 기숙사 입실하고 회의, 청소, 씻는다. 10시 30분에 폰을 제출하고 잔다.
수업은 강의식 수업도 있지만 발표식, 토론식, 프로젝트식의 다양한 수업이 있다. 과제도 많다. 아이들은 다 해내어야 한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다 할 때까지 집요하게 괴롭힌다. 그리고 결국 다 해낸다.
집에서 학교 다니는 학생들에 비해 김해금곡고 학생들은 분명 빡빡한 하루를 보낸다. 그 속에서 친구들, 선생님들, 선배들과 소통하며 고민하고 다투고 화해하고 느끼며 성장한다.
이런 모든 과정 뒤에 학교를 믿고 선생님들을 지지해주시는 보호자분들이 계신다.
그렇다. 학부모가 믿는 학교는 강하다. 강할 수 밖에 없다. 학교 철학을 지지하고 선생님들의 수업 방법, 수업 형태, 내용을 지지하시니 학교에 불만이 생길 수 없다. 학생이 투덜거리면 학생 편이 아니라 학교 편을 대변해 주시니 아이들은 꾀를 부릴 수가 없다. 그리고 학교 방향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은 졸업생들을 통해 충분히 증명되었고 매년 노력하는 선생님들을 통해 검증되었다.
교사에게 학부모란? 든든한 우군이다. 지원군이다. 한 아이의 실질적인 변화를 끄집어내기 위한 같은 편이다. 이게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게 가능하려면? 내 아이 뿐 아니라 우리 아이를 봐야 한다. 정말 감사하게도 김해금곡고 학부모님들은 '함께'의 가치를 알고 실천하신다. 이것이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되는 지 모른다.
내가 학부모님들과 상담전화를 할 때 제일 많이 들은 말이 '고맙습니다.' 였다. 부모님들은 학교에, 담임에, 친구들에, 선배들에 진심으로 고마워 하셨다. 뿌듯했다.
우리가 가는 길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타깝지만 우리학교 같은 경우는 드문 사례다. 많은 학교가 같은 편인 학부모가 아니라 적, 아니 적보다 더한 몇몇 소수의 학부모로 인해 무너지고 있다. 학교를 적으로 대하는 보호자들은 공통점이 있다.
'내 아이'만 보는 것이다.
결국 학부모 소양 차이다. 아이를 대하는 부모 자질 차이다. 어찌 할 수 없다. 현실에 존재하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소위 말하는 진상 학부모를 안 만나는 것이 담임의 소원 중 하나인 것이 슬프다. 반 학생들과 다 잘 지내기 위해선 진상 학부모를 안 만나는 것이 엄청난 요인이라는 것이 안타깝다.
그래서 교사에게 학부모란, 가까우면서 먼 존재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교사와 학부모가 우군이 되면, 아이를 더 선명하게 지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도 적인 학부모를 만난 적이 있다. 참 힘들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엄청났다. 그 아이까지 보기 싫었다. 하지만 돌아서면 '니는 니고, 너희 엄마는 다른 사람이니..'라며 다시 아이를 지도하고 있었다. 몇 일 후 다시 걸려오는 학부모 전화. '왜 우리 애한테 이랬어요! 우리 애 잘못되면 책임질꺼예요?'
결국 난 그 아이를 피해 다녔다.
교사와 학부모가 같은 길을 간다는 것이 원래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학교 책임도 있다.
일개 교사인 내가 무슨 세상을 바꿀 수 있겠냐 마는 적어도 이 글에서 꼭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우선 올해도 담임을 맡으신 선생님들께 공감과 격려의 마음 전한다.
"선생님이 건강하셔야 아이들도 건강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 같이 힘냅시다!"
보호자분들께도 주제 넘지만 간곡히 부탁드린다.
"내 아이 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봐 주세요. 선생님의 교육행위는 이유가 있으니 믿어주세요. 내가 내 아이의 미래를 원하는대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주세요."
시간이 벌써 밤 10시 30분이다. 피곤하다. 그나마 낫다. 고마우신 보호자분과 통화를 다 한 날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쁨을 많은 담임선생님들께서도 느끼시면 좋겠다. 그럼 이 기쁨은 결국 아이들에게까지 간다. 그럼 학교는 즐거운 곳이 될 수 있다.
적어도 난 이렇게 생각한다.
즐거운 학교, 상상만 해도 즐겁다. 난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교사와 학부모가 같은 방향을 보고 같이 걸어간다면, 즐거운 학교는 상상이 아니다.
긴 여정이겠지만 신뢰는 회복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