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방식의 변화가 당신을 바꾼다.
습관은 너무 가벼워서 고치기 힘들만큼 커지기 전에는 느낄 수 없다.
(Chains of habit are too light to be felt until they are too heavy to be broken)
- 워렌 버핏
전염병이나 외상이 주된 질병이던 시절이 저물어가면서 새로운 병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면서 노화에 의해 발생하는 만성질환 들이다. 예전에는 이런 병들을 부르는 이름이 여럿 있었다. 나라마다 다른 이름들이 있는데, 이 이름속에서 나라별로 미묘한 관점의 차이를 볼 수 있다. 독일에서는 산업화가 된 도시와 국가에서 더 많이 생기더란 의미로 '문명병', 잘 먹는 부자들에게 잘 걸리더라는 의미로 '유복병', 프랑스에서는 행동과 관련이 있다고 해서 '행동의 병(maladie de comportement)', 영국에서는 '생활습관 연관 질병'이라고 불리웠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성인병이라는 말을 1950년대부터 사용했는데, 만성퇴행성 질환들이 주로 성인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질병들이 성인이 아닌 보다 젊은 나이에도 발생할 수 있고, 생활습관이 발병이나 악화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생활습관병'이라는 말을 도입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성인병이라는 말이 숙명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면, 생활습관병은 개인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3년 부터 생활습관병이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2017년에는 대한생활습관병학회도 창립되었다. 최근에는 질병 뿐 아니라 건강 증진까지 포함하는 의미로 생활습관의학(lifestyle medicine)이란 용어도 사용되고 있다.
생활습관이 그런데 정말로 중요한걸까? 때론 아주 사소한 습관이 큰 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오래 음식을 보관하기 위해 인류는 소금에 절이는 방식을 개발했다. 김치처럼. 문제는 이 소금이 음식을 오래 보관하긴 하지만 고혈압, 그리고 위암의 원인이라는 것. 미국도 60년대 까지는 위암이 가장 흔한 암이었다. 우리는 아직도 위암이 가장 흔한 암이지만, 미국에선 이제 위암은 10등 뒤로 밀려났다. 많은 사람들은 그 이유중 하나가 냉장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냉장고로 인해 소금에 음식을 절여서 보관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고, 신선한 음식을 오래 보관하게 되서 영양소가 더 잘 공급되었다. 한 관찰연구에서는 냉장고의 보급이 아시아 국가의 위암발생률을 30%정도 줄인 것으로 보기도 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위암 발생률이 감소추세에 있다. 물론 냉장고만으로 그것을 다 설명하긴 어렵다.
뜨거운 차는 식도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 이는 뜨거운 차가 식도와 위가 연결되는 부위에 열에 의한 손상을 초래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뜨거운 차를 마시는 문화를 가진 나라 중 한 곳인 이란의 테헤란 연구팀의 연구에서는 60도 이상 뜨거운 차를 700mL 이상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식도암 발생 위험이 90% 더 높았다. 차를 조금 식히는 것으로도 식도암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식도암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가자면, 식도암에는 조직학적으로 두 가지가 있는데, 편평세포암과 선암이다. 대부분은 편평세포암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식도암의 90%정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편평상피세포암의 경우 담배, 술, 뜨거운 차, 야채나 과일을 적게 먹는 것 등이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선암의 경우에는 비만과 역류성 식도염이 위험요인이다. 북미나 유럽, 호주 등은 식도암 중에 선암이 다수로 우리나라와 반대다. 세계적으로는 식도암 중에서 편평상피암이 감소하고 선암이 증가하는 추세인데, 이는 복부비만과 그로 인한 복압 상승으로 역류성 식도염이 증가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술, 담배, 뜨거운 차를 줄이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식도암의 예방에 중요하단 의미다.
정기검진을 받는 것도 좋은 습관의 하나이다. 불편하지 않은 질병은 혈압, 당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은 내장기관에는 피부처럼 감각을 느끼는 신경이 없다. 만약 그렇다면 얼마나 불편할까. 폐에서 공기가 느껴진다거나, 위나 대장에서 음식이 닿는 느낌이 느껴지다면, 우리는 일에 집중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암도 느낌이 없다. 아무렇지도 않다. 대개 통증이나 불편감이 느껴지는 경우는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이다. 자각증상이 없기 때문에 검진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장암의 경우 2010년대 초반을 정점으로 남녀 모두 감소추세인데, 관련 위험요인들의 변동 없이 암발생률이 감소하는 것은 건강검진의 성과로 볼 수 있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에서 대장암 검진 도입 이 후 대장암 발생이 감소한 것과 비슷하다. 다만 최근의 세계적인 경향은 검진을 시작하는 연령 이 후에서는 대장암이 감소하는 반면, 암검진을 시작하기 이전 연령층에서는 암발생률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여서 검진을 시작하는 연령을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의 나는 내 선택들의 결과물이다. 타고나는 것도, 길러지는 것도 아닌. 나의 행동 하나 하나가 나의 건강 상태를 결정하는 것이므로, 꾸준히 좋은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질병이 찾아온 이 후에도 마찬가지다. 좋은 생활습관은 병의 악화와 합병증 발생을 예방하는데 기여할 뿐 아니라, 병을 줄이고 다시 건강을 되돌려 줄 수도 있다.
커피를 조금 식히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식도암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때때로 건강해지기 위한 변화는 아주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