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먹을까? vs 얼마나 자주 먹을까? (3)

저축왕 vs 소비왕

by 김기덕

인슐린은 내 것이 아니다. 세상의 것이다.

Insulin does not belong to me. It belongs to the world.

- Frederick Banting


소고기와 마블링

NBA 농구 선수인 조 브라이언트는 메뉴판에 있는 소고기 이름을 아들 이름으로 정했다. 일본의 유명한 고베규(kobe beef)에서 이름을 따오는데 발음은 조금 변형을 시켰다. 코비. 코비 브라이언트. 1978년이니까, 한우도 미국에 조금 일찍 진출했다면 코비의 이름은 '횡성' 브라이언트나 '언양 불고기' 브라이언트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그런 인연으로 10년 동안 고베 홍보대사를 하기도 했었고, 그가 자신의 페이드 어웨이 슛처럼 멀리 떠나던 날 고베시는 공식 SNS를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빌기도 했다.

고베규 같은 와규가 유명한 이유는 마블링 때문이다. 고기에 있는 하얀 지방이 서리가 내려 앉은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하얀색 지방이 많을 수록 상강도가 높다고 한다. 소는 초식동물인데, 어떻게 지방이 많아진걸까? 견과류를 많이 먹거나 몰래 고기를 먹는걸까?



저축왕 인슐린

외톨이가 아니라면, 당신에겐 짠돌이나 절약쟁이 친구도 하나쯤 있을 것이다. 돈이 많건, 적건, 혹은 모자라건 상관없이 늘 저축만 한다. 문제는 저축만 하고 쓰지는 않는다는 것. 인슐린은 그런 친구들과 매우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혈당을 높이는, 그러니까 탄수화물이 풍부한 음식을 먹게되면 인슐린이 나와서 여분의 탄수화물을 저장한다. 그런데, 저장을 할 때는 지방으로 저장을 한다. 소에게 마블링을 만들려면 인슐린이 많이 나오게 하면 된다. 탄수화물이 풍부한, 그러니까 풀보다는 곡물 사료를 많이 먹이면 된다. 간혹 아주 친절하고 사려 깊은 마트에는 소가 뭘 먹고 자랐는지까지 표시를 해두기도 한다. 풀을 먹인 소(grass-fed)와 곡물을 먹인 소(grain-fed). 뭐 굳이 따지자면 둘다 비건이지만, 풀에는 탄수화물이 적어서 상강도가 시원치 않다. 곡물을 먹인 소에서는 극단적으로 상강도를 높이기 위해 트릭을 쓰기도 한다. 술이 그것인데, 알코올은 인슐린의 효과를 떨어뜨린다. 흔히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하는데, 인슐린이 효과적으로 작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많은 인슐린이 분비된다. 이 인슐린들은 더 많은 지방을 만들고, 저장된 지방이 나오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한다. 통장을 깨지 못하는 알뜰쟁이들처럼.


당신이 이미 저축왕이라면,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이미 저축왕인지도 모르겠다. 남자이면서 허리 둘레가 90cm이 넘거나, 여자이면서 85cm이 넘는다면 저축왕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칼로리를 줄이는 것이나 운동량을 늘리는 것은 통장을 깨는 방법이 아니다. 앞서 본 탄자니아의 하드자족이나 안셀키스에 기아 상태에 대한 연구의 주인공들 혹은 "Biggest Loser"참가 후에 요요에 시달리는 사람들처럼, 몸이 줄어든 칼로리나 늘어난 운동량에 적응해버리기 때문이다.

저금통을 깨려면 이걸 막고 있는 인슐린을 줄여주면 된다. 정확하게 우리가 저금을 했던 반대의 방법으로 저금통을 깰 수 있다. 탄수화물을 줄이면 된다. 윌리엄 밴팅이 했던 것 처럼. 탄수화물을 줄이면, 혈당이 떨어지고, 혈당이 떨어지면 인슐린이 감소하게 된다. 인슐린이 감소하면 저장했던 지방들을 태울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앳킨스와 밴팅이 성공했던 이유다.

여담이지만, 지금까지 최연소 노벨 의학상 수상을 한 사람은 인슐린을 공동 발견한 프레더릭 밴팅이다. 32살에 노벨 의학상이라니. 요즘 한국에서는 전공의 나이인데.. 재미있는 것은 캐나다의 프레더릭 밴팅과 영국의 윌리엄 밴팅이 먼 친척이라더라.


쌀밥의 역설

그렇다면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 사람들은 탄수화물이 주식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인에 비해 당뇨병 발생도 적고, 무엇보다 훨씬 날씬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두 끼를 먹었기 때문이다. 인슐린이 체지방을 늘리고, 당뇨병을 유발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많이 나오고, 오랫 동안 나와야 한다. 그런데, 두 끼를 먹게 되면 중간에 인슐린이 나오지 않는 시간이 길어진다. 계속 인슐린이 나오는 경우에는 몸이 인슐린에 민감해져서 더 많은 인슐린이 필요하게 되는 반면, 중간에 인슐린이 나오지 않게 되면 소량의 인슐린에도 몸이 쉽게 혈당을 조절하게 되어 인슐린 요구량이 감소하게 된다. 인슐린이 감소하면 체지방도 감소하고, 혈당 조절도 수월하게 되어 당뇨병과 멀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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