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고 불안한 스타트업 에디터의 반성문
일을 하다가 갑작스러운 우울감이 들었다. 분명히 일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우울감이 울컥 내 몸을 휘감았다.
어떻게든 우울감을 없애고 일에 몰두하려고 했다. 잠시 일어나서 쉬어도 보고, 인스타그램도 들어가 보고, 화장실도 다녀왔지만 우울감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우울함 10분, 일 10분, 우울함 10분, 이렇게 오후 6시까지 일을 했다.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불안과 우울을 동시에 느끼면서.
그래서인지 정확히 오후 6시에 두통이 생겼다. 물론 예상치 못한 업무가 생긴 것도 한 이유를 차지하긴 했다.
머리가 점점 아파와서 저녁 운동도 포기하고 유튜브와 드라마를 봤다. 그럼에도 두통은 사라지지 않아 괜히 서러웠고 우울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아프다고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니. 이렇게 끙끙 앓다가 혼자 잠에 들다니.’ 우울감이 피크를 찍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운동복을 주섬주섬 입었다. 러닝화까지 꽉 묶고 밖으로 나왔다.
집에만 있어서 몰랐는데 밖은 정말 시원했다. 끔찍했던 올해 여름이 이렇게 가는구나 싶었고, 내 우울감과 두통도 제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0분 정도 빨리 걷다가 항상 뛰는 공원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빨리 뛰었고 마스크 때문에 숨 쉬는 게 더 힘들었다.
몸은 흠뻑 젖어가고, 심장은 아프고, 골반과 다리가 당기면서 머리 아플 틈이 없었다. 우울감도 당연히 못 느꼈다.
30분 정도 뛰고 집으로 터벅터벅 돌아왔다. 오늘 내가 왜 우울했는지 정리하면서.
이별과 재회, 그리고 마지막 이별을 하면서 텅 비어버린 마음을 무시하고 지냈다. 그런데 하필 주말 업무를 시작할 때 그 마음이 자기를 알아봐 달라고 나를 때렸다.
그럼 나는 또 무시했고, 텅 빈 마음은 자기를 왜 무시하냐며 나를 때리고, 나는 아파도 또 무시했다.
결국 두통으로 쩌렁쩌렁 자기의 존재를 알리며, 내가 패배했고 그래서 약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 다시는 재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 사람과 나를 위해서라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헤어져도 재회는 절대 없을 것이다.
내가 재회를 하자고 설득했을 때, 다시 그 사람을 안았을 때, 다시 행복하게 웃을 때, 다시 맛있는 걸 함께 먹을 때, 재회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행복은 잠깐이었고 예전보다 더 심각하게 다투는 날이 늘어갔다. 물론 내 잘못이 크다. 자존감과 자신감이 급격하게 떨어졌으며 함께 있는 시간은 불안의 연속이었다.
자존심도 부리지 않고 사라진 당신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겠다는 나의 약속은 비겁하게도 내가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그 사람과 나의 행복한 미래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잔잔하면서도 강렬하게 우리의 관계는 끝났다. 재회는 정말 소용없었다.
씻고 나오니 두통이 더 심해졌다. 5~6개 남아있을 것 같은 약봉지를 찾았다. 2개 남아있었다.
언제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았고, 머리가 너무 아팠기에 두통약, 신경안정제, 해열제, 다른 것들이 마구 섞인 한 봉지를 목에 털어 넣었다.
오히려 머리가 더 아파왔고, 배에서 약이 녹아 나를 해치는 느낌이 났고, 계속 식은땀을 흘렸다. 안 그래도 러닝 때문에 몸을 가누기 힘들었는데 결국 약이 나를 쓰러뜨렸다.
누워서 손가락 밖에 움직일 수 없었다. 잠도 오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몸을 웅크리며 기절한 것 같다.
갑작스럽게 깼다. 머리는 괜찮았고 기분도 나쁘지 않았다. 괴로웠던 어제는 꿈같았다.
아직도 내 감정을 무시하고 부정하는 습관을 고치지 못했다. 그래서 당분간 이런 일이 자주 생길 것 같다.
새벽에 이런 일기 같은 반성문을 적는 이유는 그 습관을 조금이라도 고치기 위함이다.
감정이 일어나는 순간엔 잘 대처하지 못하더라도 뒤늦은 반성이라도 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