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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 예담 Aug 25. 2021

퇴근 후 치맥보다 따릉이가 더 시원한 과학적 이유

* 이 글은 전 글 <아버지는 내게 '삶'과 '무기력'을 물려주었다>를 읽고 보시면 더 좋습니다. 



오늘 나는 실패했다..

지난 반년 간 최선을 다했던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나버렸다. 몰입해서 준비를 하기도 했고, 또 나름 성공할 자신도 있었는데, 나의 바보 같은 실수로 어그러져버렸다. 지켜보던 팀원들에게서는 비아냥을 들었고, 나 스스로도 자기 자신이 용서가 되지 않을 정도로 분노가 치밀었다. 


사회생활 중 실패로 인한 나 자신에 대한 분노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는데, 어떻게든 나에 대한 분노를 밖으로 풀어낼 수 있는 배출구가 필요했다. 많은 경우, 그 배출구는 치킨과 맥주가 되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 배민으로 치킨을 주문하고, 편의점에서 탄산이 가장 강한 맥주 4캔을 챙겨 집에 들어왔다.

기름진 치킨의 다리를 한 입 크게 뜯어먹고, 시원한 맥주를 목에 털어 넣으며 분노를 잠시 잊어버리곤 했다.
 치킨과 함께 2캔을 비우면 기분이 알딸딸해서 분노가 살짝 누그러지고, 남은 2캔을 더 마시면 취해서 곧바로 잠이 들어 버렸다. 그렇게 퇴근 후 저녁 분노의 감정을 느낄 시간을 없애버리고, 바로 다음날 아침으로 타임워프를 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치맥 대신 자전거를 타러 갔다. 


사실 오늘도 치맥을 먹을 계획이었는데, 친구와의 통화로 생각을 고쳐먹었다. 내가 힘듦을 토로하고 치킨으로 짜증을 삭히려 한다고 하니, 친구가 치맥 대신 자전거를 타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했던 것이다. 가끔씩 내가 자전거를 타면서 기분을 리프레쉬했던 것을 알고 있던 친구가 나를 걱정해서 조언을 해준 것이다. 뜻밖의 조언에 담겨있는 따뜻한 걱정이 너무 고마워서 조언대로 자전거를 탔다. 



집 근처 대여소에 따릉이를 빌려 양재천을 따라 자전거를 탔다. 삼십 분 정도 자전거를 타니 서울에서 벗어난 근교 농장의 풍경이 보였다. 서울의 조명이 없는 밤하늘에는 더 밝은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다시 또 30분이 지나 반환점에 도착하니 짜증과 분노가 아직은 쌀쌀한 강바람에 쓸려 날아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비로소 출발할 때부터 듣고 있었던 나를 위로하는 음악소리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가호의 '시작'이라는 노래를 들을 때는 다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으로 차올랐다.


원하는 대로
다 가질 거야
그게 바로 내 꿈일 테니까
- <시작> 가사 中 -



사람이 고통스러운 감정에 빠지면,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습관적인 대처방식을 무의식 중에 사용한다. 그 대처방식은 사람을 만나는 것, 소비를 하는 것, 혹은 술을 마시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각자의 대처방식을 통해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것을 경험(학습)하고 나면, 다음번 같은 괴로움을 느낄 때 자동적으로 성공했던 대처 방식을 반복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하나의 대처 방식은 습관이 되어가고, 습관이 된 대처방식이 굳어져 버리면 부작용을 야기하곤 한다.
 괴로움에서 벗아 나기 위한 일종의 비용을 치르는 셈이다.  


대처방식으로서 음주는 알코올이 뇌를 진정시켜 긴장과 불안을 해소하는 효과를 갖는다. 고조되었던 분노와 불편감을 일시적으로 잊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감정이 처리되지 않고 일시적으로 잊히는 것이므로 알코올로 인한 일시적인 진정효과가 끝나고 나면 다시 감정이 되살아나게 된다.

다시 말해서,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고 나면 지난 하루의 불만을 갖고 다시 하루를 살아가야 한다. 또 술을 마시고 잠에 들게 되면 서파수면 감소, 렘수면 증가 등으로 수면의 질이 낮아져 다음날 더욱 기분이 안 좋을 가능성이 높아진다(Irwin, M., Miller 2000)


또 다른 대처방식으로 양측성 자극이라는 것이 있다. 뇌의 굳어져버린 사고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데, 좌뇌와 우뇌에 번갈아가면서 자극을 주는 것이다.

대표적인 양측성 자극으로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이 있다. 왼손(왼다리)과 오른손(오른 다리)이 유사한 행동을 번갈아가면서 수행하면, 좌뇌와 우뇌가 번갈아가며 자극되어 긴장이 이완
되는 것이다. 긴장이 해소된 상황에서 낮에 있었던 불편한 감정을 처리하게 되고, 더 나아가 보다 긍정적인 생각과 대처방식으로 변화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기분 안 좋은 날에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한번 생각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혹시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지는 않는지, 혹은 술 마시는 것 외는 기분을 푸는 다른 방법을 모르지는 않는지..

필자의 사례와 같이 자전거 타기 혹은 밤 산책도 양쪽 뇌를 적당히 자극하여 릴랙스 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니 추천
드린다. 또는 자신만의 새로운 대처 방식을 찾아 개발하는 것은 더더욱 추천하고 싶다.



*이 글은 위윌 자조모임 정회원 호수님이 작성하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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