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잡문

한 통의 편지가 한 편의 시가 되기까지

아이유의 <밤편지>와 <Love poem>

by 데미안

당연하게도 비평이론에서 해석의 한계선이란 없다. 그저 가장 ‘정확한’ 해석이란 것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렇다면, ‘가장 정확한’이란 말은 얼마나 무책임하고 정확하지 않은 말인가. 비평이론에서 가장 정확한 해석이란, 100%에 가까운 근삿값을 말하는 것이지, 100%의 정답을 말하는 말이 아니다. 비평 이론의 바로 이 부정확한 지점에서 아이유의 네번째 미니 앨범 <챗셔>의 수록곡 <Zeze>와 관련된 논쟁이 촉발됐다. 아이유의 네번째 미니 앨범 <챗셔> 속 수록곡 <Zeze>와 관련된 논란의 핵심은 창작물에 대한 해석을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Zeze>의 모티브가 된 ‘제제’는 원작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속 주요인물로 가족들에게 학대를 받고 자란 어린 아이다. 가족들에게 학대를 받고 자란 어린아이 ‘제제’를 중심 인물로 내세운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는 학대를 받은 아이가 진정한 어른을 만나고, 진정한 사랑과 이별을 겪으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전한다. 즉, 원작의 ‘제제’는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 어린 아이인데, 아이유의 네번째 미니 앨범 <챗셔>의 수록곡 <Zeze>에는 이 아이를 두고 오해의 여지가 있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대부분은 확대해석으로 보인다. 다만, 분명히 섣부른 표현이 있었는데, 그 표현은 아래와 같다.


“넌 아주 순진해. 그러나 분명 교활하지.

어린아이처럼 투명한 듯해도 어딘가는 더러워.”


아이유는 제제의 이중성에 주목했다고는 하지만, 그 표현 방식에 있어서 분명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점은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 순진하면서 교활하고, 투명한 듯하면서도 더럽다는 표현은, 흔히 피해자에게 가해자와의 동반 책임을 물을 때 쓸 법한 표현들이다. 대략 이런 것이다. “앞에선 착한 척 순진한 척하지만, 사실 네가 먼저 꼬리친 것이 아니냐”라는 식의 아침드라마에서 볼 법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종종 나오는 말들이 떠오르는 것은 나의 확대 해석은 아닐 것이다. 물론, 작사가가 위 가사가 그렇게 오도되는 일을 바라지는 않았을 테지만, 일단 던져진 텍스트는 작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문맥속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갖게 된다. 그리고 그 의미가 때때로 파괴적인 것일 때, 작가는 그 의도가 오해되지 않도록 항변하거나 침묵해야 하는데, 항변이 필요한 것은 니체와 헤세의 철학이 나치즘에 의해 오도될 경우이며, 침묵이 필요한 것은 베게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속 고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경우이다. 그렇다면, 아이유의 <Zeze>는 어떤 경우에 속했는가? 아마도 전자에 속했을 것이고, 작가에겐 적극적인 해명의 기회가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해명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정확하게 닿지 못했고, 그렇게 <Zeze>를 둘러싼 논쟁은 어떤 답도 없이 시간만 흘러 갔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Zeze>를 둘러싼 문제를 유보시킨 데에는 아마도 소속사 차원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 상황에서 가장 많은 상처를 받았을 것은 침묵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작가 자신일 것이다. 작가의 실수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어린 작가의 실수라면 얼마든지 용인해주는 사회여야만 한다. 하지만, 당시에 아이유와 그녀의 수록곡 <Zeze>를 바라보는 시선은 지나치게 양분되어 있었고, 어떤 어른들은 오히려 더욱 엄하게 어린 작가를 나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금에서 그 당시를 돌이켜보면 참 괴이할 뿐이다. 도대체 그렇게 할 이유가 어디에 있었는가.



오랜 시간을 건너 도달한 한 편의 편지.

그렇게 <Zeze>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가수가 다음으로 발표한 곡은 <밤편지>였다. <밤편지>는 연인을 떠올리는 한 화자가 어떤 이유인지 가까이에 있지만 먼 곳에 있는 것만 같은 자신의 연인을 향해 쓴 편지를 노랫말로 적은 것이다. <챗셔> 이후로 돌아온 <밤편지>에서, 아이유는 이전보다 더 성숙한 모습이고, 그 성숙함은 가사에서 묻어 난다. 그 성숙함에는 가수 자신이 겪은 아픔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밤편지>는 어떻게 쓰게 됐을까. 우리가 가수 자신이 아니기에 그 창작 배경을 정확하게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배경을 추측할 수는 있을 것이다. <밤편지>는 가까이에 있지만, 언제라도 멀리 사라져 버릴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립고 그리운 행운 같은 연인을 향해 쓰는 편지로 읽힌다. 그리고 이 편지의 수신인은 정확하게 지칭되지 않지만, 아마도 이 편지의 수신인은 특정한 누구로 지칭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니 <밤편지>의 수신인을 추측해본다면, 수많은 논란속에서도 그녀를 조용히 지지해준 팬들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밤편지>는 상처받은 사람이 자신을 지지해준 이들을 향해서, 늦은 밤의 시간을 빌려 그리움과 사랑의 마음을 조용히 담아 써서 보내는 편지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되어서야 날개를 편다”고 했던가. 모든 사건이 끝난 밤에서야 편지를 쓰는 작가의 마음도 더 진솔하고, 더 깊은 울림이 있다. <Zeze> 논란 이후, 오랜 시간을 건너서. 해명의 편지가 아닌,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들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을 담은 한 편의 편지가 가수로부터 도착한 것이다.



편지는 마침내 시가 되어.

편지란, 분명 진솔한 글이고, 때때로 어떤 편지는 그 진솔함의 매력으로 어떤 문학 작품보다 높게 평가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대부분의 경우 어디까지나 잡문에 불과하다. 항상 진솔함만이 정답은 아니기 때문이다. 때때로 침묵도 필요하고, *“때론 텅 빈 페이지가 가장 많은 가능성을 선사하”기도 하는 법이다. 그래서 작가는 편지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쓰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작가가 쓸 수 있는 문예의 극치란 어디에 있는가. 그건 아마도 ‘시’에 있을 것이다. 위대한 비평가인 매튜 아널드가 말한 것처럼 ‘시’야 말로 “삶의 비평”이고, 비평가는 기본적으로 비평하고자 하는 어떤 장르에 대해서 누구보다 많은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삶에 대해서 해박한 사람만이 삶의 비평인 시를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유의 <Love poem>을 평가하자면, 이 곡은 확실히 단순한 잡문이 아닌 비평이다. <Love Poem>은 <밤편지>의 계보를 잇지만 장르는 다르다. <Love poem>은 그 제목이 암시하듯이, 사랑’시’다. <밤편지>는 그 가수가 오랜 시간 침묵할 수 밖에 없었음에도, 자신을 묵묵히 기다리고 지지해준 이들을 향해 쓴, 수신인이 정확한 편지라면, <Love poem>의 수신인은 “누구를 위해” 기도를 하고 있는 “누군가”가이며, “누군가”가 간절히 기도하고 있는 그 “누구”가 수신인이다. 그리고 이 두 수신인 모두는 “유난히 긴 밤을 걷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시를 노래하는 사람 역시, 마지막까지 노래를 “멈추지 않”는 사람이며, “유난히 긴 밤을 걷는” 사람들의 밤이 끝나는 곳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사람으로, 그들의 동행이기도 하다.


편지와 시를 구분하는 데에는 시제 역시 중요하다. <밤편지>가 오랜 시간이 지나 수신인을 향해 자신의 마음을 담아 쓰는 편지였던 반면, <Love poem>은 ‘지금 함께하는 사람들을 향해’ 보내는 노래로, ‘지금 우리가 함께 마주한 현실’을 포착해서 수신인들에게 전한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노래를 듣는 사람들과 같은 시간대에 서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Love poem>은 편지가 아닌 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시는 현실의 평화를 깨뜨리는 미세한 균열을 포착해내야 하고, 그 균열로 점차 갈라져가는 현실속에서도 끝끝내 어떤 희망을 찾아내야만 한다. 시인은 의미를 발명하고, 희망을 발견하는 사람이다. **시인이 시-Poem-를 통해서 만드는 것-Poiesis-은 의미와 희망이다. 아이유의 <밤편지>가 진솔한 마음으로 팬들을 위로했다면, 아이유의 <Love poem>은 “유난히 긴 밤을 걷는” 모두를 향해 깊은 위로를 전달한다. 그 위로는 지금 이 긴 밤도 곧 끝날 것이며, 그곳에 내가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것이다. “유난히 긴 밤을 걷는” 이들에게 지금 당신이 지나가고 있는 이 긴 터널의 끝에서, 당신이 무사히 오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로는 충분하지 않은가.



*영화, <패터슨>에서 인용했다.

** 시를 의미하는 Poem의 어원은 라틴어 Poeisis에 있으며, Poeisis는 “만들다”를 의미하는 동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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