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잡문

파도가 되어, 우리 함께 더 멀리까지 가자.

이츠(It's)의 파도

by 데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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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밀려들어와

날 덮쳐도 좋아

더 세게 껴안아

저 너머로 가자

네 눈은 파랗지 않던데

왜 그리도 바다와 같은지

넌 절대 얼지 않을 것 같아

다음 생에도 그대로일 것 같아

난 정말 수영은 잘 못해

내 몸 하나 가누지를 못해

무거운 과거는 날

바닥으로 끌고 가

서서히 떨어지는 순간

너는 나를 건져올려서

저 뭍으로 데려가 줬어

넌 밀려들어와

날 덮쳐도 좋아

숨이 막히다

이대로 죽어도 좋아

더 세게 껴안아

저 너머로 가자

몸을 뒤섞다

우린 물거품이 되자

휘몰아치는 너

휘청이는 나

난 네가 되어

그 속에 아주 잠겨버려

너는 내가 되고

한 몸이 되어서

흘러 흘러 흘러

내 사랑은 겁 많고 연약해

네 얼굴도 바로 보지 못해

양팔을 벌려도 널

안기엔 부족하지만

내 얼굴을 감싸 안으며

이게 사랑이라 알려주면

그걸로 너에게 날

바칠 이유가 되네

넌 밀려들어와

날 덮쳐도 좋아

숨이 막히다

이대로 죽어도 좋아

더 세게 껴안아

저 너머로 가자

몸을 뒤섞다

우린 물거품이 되자

* * *

사랑의 모양은 제 각각인데, 이츠(It's)에게 사랑의 모양은 ‘파도’였나보다. 먼 바다에서부터 밀려와 바다에 이는 물결.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어디에서부터 출발했는지 알 수 없는 강렬한 물결. 그 파도의 이름은 사랑일 수도 있고, 그저 너일 수도 있겠다. 어쩌면 그들 모두가 같은 말일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하게 직삼할 수 있는 건, 계속해서 밀려오는 너라는 파도에, 나는 조금씩 쓸려서 저 바다로 떠밀려 갈 것이라는 것 정도. 그렇게 된다면, 그건 슬픈 일일까, 기쁜 일일까. 아니면 이것 역시 둘 다일까. 적어도 이츠의 <파도>는 사랑의 파괴성이 또 다른 세계를 창조한다고 믿는 것처럼 보인다. <파도>는 두 존재가 만남으로 부딪혀 부서지고, 부서진 존재가 하나로 재결합하여 더 먼 곳까지 나가는 이야기를 노래한다. 이질적인 두 존재의 맞부딪침으로 한쪽은 휘청거리고 망가질 것을 예감한다. 하지만, 망가지더라도 파도에 휩쓸려 가 하나가 되고자 하는 충동을 막을 수가 없다. 몰아치는 파도 역시 막을 수 없고, 계속해서 밀려오는 파도 앞에서 ‘나’는 그저 바랄 뿐이다. 그래. 나는 휘청거리는 것을 그만두고 기꺼이 네게 쓰러질 테니, 너는 나와 함께 더 먼 곳까지 함께 가자고. 당신이 내게 함께 밀려온만큼, 우리는 파도가 되어 더 멀리까지 함께 힘껏 밀려가자고.

곡 전체가 세차게 밀려와 부서지고 조용히 다시 밀려나가는 파도를 연상시키는, 이츠(It's)의 파도. 곡의 구성도 좋고, 시적이고 깊은 가사가 인상적인 노래로, 앞으로 여름이 오면, 바다가 떠오를 때면, 어떤 감정이 떠오를 때면, 그리고 그 누군가가 떠오를 때면. 그리고 그것들과 영원히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자연스레 이츠의 파도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날 부수어도 좋으니 너는 계속해서 밀려오고, 너의 너울 안에서 우린 하나가 되어 더 먼 곳까지 함께 가자는 그 말이 특이하게도 바다처럼 끝을 모를 깊은 슬픔의 감각을 주기도 하지만, 푸르고 맑은 느낌도 준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가 그런 것일 지도 모른다. 어둑한 슬픔과 청량한 기쁨을 동반하는 감정. 그리고 그 감정으로 누구도 닿지 못한 더 먼 곳까지,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더 깊은 곳까지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일지도. <파도>가 노래하듯이 바로 그 감정 하나로 어쩌면 영원할 수 있을 지도 모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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