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잡문

닿을 수 없었던 마음이 도달하게 된다면.

수지의 <Satellite>, <Cape>

by 데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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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ellite

수지가 직접 작사한 Satellite는 사랑하는 사람의 궤도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마음에 대한 노래다. 그 머무름의 마음을 노래한 <Satellite>는 고통스러우면서 고독하고, 너를 맴돌기만 하고, 닿을 수 없는 마음. 네가 돌아오기 전 까지 나는 무너지고 부서지고, 네가 나를 다시 봐주기까지 나는 안정을 잃고 흔들린다. 내가 당신에게 다가면, 당신은 내게서 그만큼 멀어진다. 그래서 나는 당신의 궤도를 돌 뿐이다. 비난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고, 닿고 싶지만 닿을 수 없는 외로운 마음. 하지만, 나는 언제까지나 당신의 곁을 머물며 당신과 함께 잊기를 바랄 뿐이다. 위성을 의미하는 노래, <Satellite>는 아무리 아프고 슬프더라도, 비난할 수 없는 거대한 중력에 사로 잡힌 이의 혼란스러움이 가득 느껴진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 어두운 우주에서 당신의 중력에 사로 잡힌 나는 오로지 당신만을 바라볼 수 밖에 없고, 당신의 빛으로만 내가 빛날 수 있는 것을. 그러니, 매일같이 울고 아프더라도, 지금의 나는 당신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다.


수지의 <Satellite>는 닿지 못하는 마음을 그리는 곡으로, 여지껏 닿지 못한 많은 이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너무도 당신이 있는 곳에 가고 싶었지만, 당신은 언제나 조금씩 내게서 멀어졌고. 우리 사이의 간극은 좁혀지는 법이 없었다. 내가 다가가면 조용히 멀어지는 이들도 있었고, 충돌하고 싶지 않으니 궤도를 지켜달라고 하는 이들도 있었고. 좁혀질 수 없는 많은 마음들이 있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다가오려고 하는 그 마음중에는 나 자신의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어둠속에서 유독 가까워지는 그 마음은 나의 위성, 나의 달. 밤이 되면 나의 중력에 이끌려 내게 다가오는 나의 상처투성이 위성. 그 위성의 이름은 슬픔이기도 하고, 고독이기도 하고, 후회이기도 하고, 허무이기도 하고... 그런데 왜 이런 상처투성이의 마음은 자꾸만 내게 닿으려고 하는가. 왜 밀어내도 자꾸만 다가오려 하나. 그건 아마도 우리 둘의 파괴를 위해서 인지도 모르겠다. 그 마음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 충돌하자. 다 부숴버리고, 새롭게 태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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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의 <Satellite>는 적어도 내게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기 위해 몸부림치는 어떤 마음을 담은 노래로 들린다. 아마 10년이 넘는 시간을 지나 처음으로 자신의 노래를 작사를 하는 가수의 마음이 그렇지 않았을까. 사람들은 그녀의 아름다움을 추앙했지만, 언제나 그녀는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꾸준히 불렀는데, 정작 직접 마음을 담아 쓴 곡은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10년이 넘게 흘렀다. 그 오랜 시간동안, 그녀를 떠나있었지만, 결코 완전히 떠나버리지 못한 어떤 마음이 있었다. 그 마음은 이제 지금의 우리를 모두 부수고, 다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자는 속삭임으로, 이 곡 <Satellite>에 반영되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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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e

<Satellite>가 위성처럼 맴도느라 닿지 못한 마음이었다면, <Cape>는 부족하지만 양팔로 가득히 당신을 그러 안는 모양의 마음이다. 그저 맴돌기만하느라 고통스러워 했던 마음은, Cape에 와서는 정돈됐다. 당신을 양팔로 가득 껴안은 이 마음은 굉장히 연약한 것이다. 그것은 갑옷처럼 튼튼하지도 않고, 모직물로 만들어진 의복들처럼 따뜻하지도 않으며, 일반적인 의복들처럼 몸을 제대로 가려주지도 못한다. 소매도 없고, 여러 면에서 보아도 망토라는 의복은 기능적이지도 못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토가 되고 싶다는 말은 무엇인가.


차가운 금속도 아니고, 당신의 위에 걸쳐지는 것도 아니고, 당신을 꽉 조이는 것도 아니고, 그저 부족하더라도 당신을 그러안는 그 모양. 망토가 되고 싶다는 그 말은 당신을 양팔로 가득히 그러안는 모양과 그 마음 자체에만 주목한 것이다. 그저 너를 가득 그러안고 싶어하는 이 마음은 한없이 작고 기능적으로도 부족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두 팔로 너를 가득 그러안는 이상, 나는 다짐할 수 있다. 이 손을 절대 놓치 않을 것이라고. 별 수 없이 너에게 걸쳐지는 그런 마음이 아니다. 망토가 되겠다는 것은 자발적인 마음이다. 나는 당신을 향한 이 마음을, 당신을 그러안은 이 두 팔을 내 스스로 단단하게 매듭을 짓겠다. 그리고, 너의 그림자가 되어 언제까지나, 너와 함께 하겠다는 그런 마음말이다.


<Satellite>가 멀리서 바라만 보던 마음이라면, <Cape>는 이제 뒤에서 너를 단단하게 끄러안는 마음이다. 단순히 닿는 것을 넘어서, 양팔로 널 감싸는 마음. 비록 그림자처럼 너의 뒤만을 보게 될 지라도. 누구도 너를 해칠 수 없다면, 누구도 너의 그림자를 밟지 못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한편, <Cape>라는 곡의 가사를 쓴 수지 본인은 이 노래가 ‘노래를 듣는 청자 스스로를 감싸는 노래’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런 작사가의 의도를 토대로 <Cape>를 다시 볼 수도 있다. 22년 2월에 앞서 발표된 수지의 <Satellite>가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의 독백이었다면, 그 마음이 돌아온 이후 쓰여진 22년 10월에 발표된 <Cape>는 나를 부술 것만 같았던, 내가 외면해왔던 마음이 오히려 나를 지켜주는 그림자가 될 수도 있음을 말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다.


오랜 시간 외면하고, 거리를 두었던 마음들이 있다. 하고 싶었던 것에 대한 미련, 하고 싶었던 말에 대한 후회...와 같은 것들. 거리를 두고 있을 때, 그것들은 상처 가득한 위성처럼 보이고, 그래서 거리를 두고 싶어진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달리해서 저 멀리로 밀어낸 그 마음들을 중력으로 끌어당겨, 그것들과 직접 부딪혀보면, 그 결과에 꽤나 놀랄지도 모른다. 예상 외로 별 거 아니라서. 예상 외로 내가 무서워했던 마음들이 사실은 나를 구성하는 작은 마음들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라서. 그리고, 나를 잡아먹을 것만 같았던 그 마음들 역시 그림자처럼 나를 지켜주는 마음들일 뿐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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