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을 떠났다 싶어 혼잣말을 했다. 너에게 절대로 하지 않을 말이다.
부담이 되어 나를 영영 찾지 않을 것 같은 말이다.
왜 라는 질문은 언제나 너를 괴롭혔다.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없는 이유를 묻고 싶었다.
너는 이유 없이 사는 아이였고, 나는 이유가 있어야 움직였다.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마음이 흘러넘치지 않았던 남자가 이별하는 장면을 보았다.
엄마 다리를 베고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그런 것만이 사랑이진 않을 거라고 말했다.
아니라고, 저게 바로 사랑이라고 단호했다.
가득 차 있던 네 옷과 책들이 사라지고 나는 이런 말을 들었다.
너희는 사랑이 아니라 친구였던 게 아닐까
너 정말 걔를 사랑했니
나는 주체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만나지 않기 위해 옆으로만 다녔다.
너는 필연으로 사는 아이였고, 나는 노력으로 움직였다.
너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서 편지를 쓰곤 했다.
네가 편지를 기대하고 있을 것 같아 편지를 쓰곤 했다.
한 달에 한 번 편지 쓸 날짜를 캘린더에 적곤 했다.
마음이 쫓는 건 거의 없다. 어느 날 네가 보고 싶어 달려갔던 날은 없다.
너와 만나는 시간이 적어지면서 항상 너와 점심을 먹겠다고 다짐했다.
불쑥 찾아온 너는, 마음에서 놓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답장을 했다.
그다음 날부터 매일 나는 너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