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먹고 삼각김밥은 가방에 넣은 채 자리에 앉았다 왼손으로 퇴고한 종이들을 들고 오른손으로 종이를 끼운 클립을 뺐다 더블클릭하고 타닥타닥 자판을 두드린다 알트 에스를 눌러 숫자 하나를 고치고 알트 피를 누르다 너 생각이 떠오른다
가슴이 울렁거려 숨을 고른다
나를 호강시켜 주겠다던 자신만만한 너의 얼굴이 떠오른다
오전에 너와의 이별에 관해 아무렇지 않게 말하며 이젠 좀 괜찮아졌다고 뿌듯해했는데 거짓말을 하고 말았네
우린 같이 병원에 가서 생명연장동의서를 작성했다
나는 할머니가 될 때까지 너를 볼 거라 생각했다 너도 그랬을까?
약속이 많아지는 만큼 무거워졌다 떠다녔던 발이 땅에 닿았다 나는 네 팔을 꼭 붙잡았다 여전히 너를 다시 볼 생각으로 겨우 발을 땅에 붙인다 알아 나도 더는 그래선 안된다는 거 너가 빠진 이유를 만들려 노력한다 너는 너무 많은 약속을 했다 미래 곳곳에 너가 있다 이 거짓말쟁이야
무엇이 거짓인지 혼란스러운 나는
고장이 난 프린터가 수리점에 가도 고칠 수 없겠다는 확신이 들도록, 낡아빠질 때까지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