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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우 Jan 12. 2024

다이빙 선수

밤에 울지 않는다. 아침 일곱 시에 눈물이 난다. 

술을 마시고 울지 않는다. 문서 작업을 하다가 축축한 휴지 더미를 버리러 일어난다.


일정을 정리하러 카페에 들어섰다. 고양이가 있는 빨간 장갑을 벗다가 뜨개질 귀도리를 풀다가 분홍색 가방을 내려놓다가 커피를 마시다가 코를 훔친다. 

코를 훔치다가 어느 밤에 울던 나를 달래주던 네가 생각나서 마스크에 눈물이 가득 고인다. 슬픔에 잠기기 싫지만 잠겨있고 싶다. 너를 생각하고 너를 추억하고 싶지만 그건 너무 괴로운 일이다.


너와 한 번도 걷지 않았던 길을 아침마다 걷는다. 겨울을 닮은 너를 떠올리는 건 쉽다. 어디서나 위가 일렁인다. 아프지 않고 마음껏 널 그리워하고 싶다. 아니다. 아직 사랑하고 싶기에 널 생각하면 아프고 싶다. 

다이빙 선수가 꿈이었다. 그러나 달리기만 했다. 한 발이 뜨면 다른 한 발이 땅에 닿는다. 그다음 발이 오기 전에 발을 뗀다. 겁이 많아 아무래도 다이빙 선수를 평생 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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