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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기승으로 버티고 버티다 남편의 직장이 문을 닫고 말았다. 전국을 다니며 영업을 하는 일이라 남편은 줄곧 장똘뱅이 신세였다. 젊을 땐 괜찮았어도 점점 나이가 들어가자 힘에 부치는 게 역력히 보였다. 몇 해 전엔 갑자기 심근경색이 와 죽을고비를 넘겼다.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이라 몸에 무리가 온 것이었다.
"환자분이 건강체질이기에 망정이지 보통사람 같았으면 못 버텼어요."
남편과 통화할 때 증상을 들었음에도 직접 보지 않으니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여 며칠이 그냥 가버렸다. 게다가 심전도 검사로는 이상이 없다는 그곳 의사 말만 믿고 주말만 기다린 것이다.
며칠을 견디다 토요일에 서울에 있는 한양대학병원으로 갔다. 검사만 하고 올 생각이었지만 결국 입원했고, 월요일에 수술했다.
남편이 직업을 바꿨으면 했던 게 그때부터였다. 그러나 강력히 주장할 순 없었다. 남편의 결정이 우선이었으니까. 그저 조용히 기도만 했다.
11월 13일이 되자 남편은 숙소 짐을 몽땅 차에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갑작스러운 실직에 남편이 의기소침해 있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활동적인 성격이라 가만히 있는 건 체질에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코로나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두 달 전부터 은근히 직업을 바꿔보는 게 어떻겠냐고 운을 띄웠다.
"자기야, 공인중개사 해보면 어때? 자기랑 잘 맞을 거 같은데."
"난 공부엔 취미가 없어서."
그건 그래.
책보단 영화 보기를 좋아하는 걸 알기에 답답했다. 끝내 못 버티고 문을 닫을 게 뻔한데,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나?
남편은 시각이 발달한 사람이다. 백번 말보다 한번 보는 게 즉효인 사람.
"우리 집이나 보러 다니자."
집에만 있어 답답할 남편을 위해 경기도 일대를 돌았다. 최근 들어 유튜브로 집짓기 영상을 찾아보는 남편이었기에 현장 체험하듯 타운하우스만 골라 다녔다. 집 구경도 재밌지만, 집에 대해 공부도 되고 직접 눈으로 보니 실감 백 프로.
갑자기 분양 일에 관심을 보인 남편은 대구에서 분양 일을 하고 있는 친구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서로 살기 바빠 친구들과 연락도 못하던 남편은 대구 친구에 이어 우리 결혼식 사회를 봐주었던 친구와 통화를 하게 되었다. 그 친구 또한 잠깐 분양 일을 했고, 지금은 이전에 하던 렌털 가전 AS 업체의 소장이었다. 분양 일이 안정적이지 못해 관두었고, 다시 이전 회사의 경쟁업체에서 스카우트되어 갔단다.
"나, oo 좀 만나고 올게."
남편은 친구가 있는 서산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친구와 같이 일을 하기로 했다. 마침내 직업이 바뀐 것이다. 남편이 실직 후 3주 만이었다.
평소 고치고 만드는 손재주가 있는 남편은 AS 일이 적성에 잘 맞았다. 중년의 나이에 새로운 직업을 갖기도 어렵지만, 낯선 사람들 속에서 못 버티고 떠나는 사람도 부지기수. 기술직이어서 나름 텃세도 있다 하니 친구가 소장으로 있는 곳에 들어간 게 마음이 놓였다.
근무지가 시골인 데다 바다가 있어 낚시를 좋아하는 남편에겐 딱이다. 바다 보며 힐링도 하고, 이전 일보다 스트레스도 덜해서 좋단다. 공구를 싣고 다녀야 하는데 3년 전에 산 SUV 차가 있어 새로 장만할 번거로움도 없다.
마치 이 날을 위해 준비된 것처럼 모든 게 빠르고 적절하게 이뤄졌다. 살면서 이런 일들이 꽤 있었지만 겪을 때마다 하나님의 오묘한 힘이 느껴진다.
예기치 못한 위기가 있다면, 예기치 못한 반전도 있는 법.
남편이 실직했을 때만 해도 가전 AS맨이 될 거라곤 상상이나 했겠는가.
코로나로 실직자가 늘어나는 이때 남편에게 온 기회는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나의 간절한 기도가 남편을 친구에게로 향하게 했다고 믿는다.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의 힘은 남편에게 하는 백 마디 말보다 강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공부에 취미 없다던 남편은 며칠 동안 교육을 받고 낮엔 친구에게 일을 배우고 저녁엔 가전을 해체하여 연습을 했다.
지난번엔 달달 외워야 하는 공책을 보여주는데 왜 그리 웃음이 나던지. ㅎㅎ
책과는 담을 쌓은 남편의 위기는 바로 그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오늘이 실기시험 날이다. 학교 다닐 때 말고는 시험 칠 일이 없던 남편은 긴장이 되는 모양이다. 어젯밤 통화에서도 남편의 마음이 느껴졌다.
- 내일 합격하면 전화할게.
합격 못하면 전화 안 할 건가? ㅎㅎ
이 글은 긴장하고 떨릴 남편을 응원하기 위해서이며, 새 직업인으로서의 축하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