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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자 이조영 Jan 24. 2021

따뜻한 이불 속, 핸드폰, 마스크 팩

자유를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아이고, 따뜻해."

침대 위에 엎드려 이불을 어깨까지 폭 뒤집어쓰면 전기장판의 따끈따끈한 온도에 몸이 자글자글 녹는다. 하루 일과가 끝난 저녁 9시. 이제 편안히 나만의 자유를 누릴 시간이다.



다음 포털 사이트


'오늘 무슨 일이 있었나...'

핸드폰을 켜고 뉴스 기사를 읽는다.


눈이 펑펑 내리는 길에서 커피 한 잔만 사달라는 노숙자에게 한 시민이 외투와 장갑을 벗어준 따뜻한 이야기가 눈에 들어온다.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추운 날 자기 옷을 벗어주는 사람은 가진 것에 대해 욕심이 없는 것 같다. 나야 또 사 입으면 되지 하는 마음일지 모른다. 그러나 행동으로 옮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구나 생각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행동을 하신 시민분이 존경스럽다.


정인이 사건 때문인지 아동학대 기사도 자주 보인다. 가정에서, 유치원에서 자행되는 아동학대의 심각성은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그렇지만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법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건 고무적이다.

나영이 사건의 주범이 최고형으로 12년을 받은 시절이 있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가해자 입장에서의 법이 아닌 피해자 입장에서의 법이 되어야 합니다."

이수정 범죄심리학 교수님 말씀처럼 아동학대도 아동의 입장에서의 법이 되어야 한다.


"엄마, 주식을 하니까 경제기사를 안 읽을 수가 없어."

칠 전 아들이 한 말마따나 예전엔 관심도 없던 경제 기사도 읽는다. 어려운 용어들이 많아 모르는 건 모르는 대로 넘어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경제 기사를 매일 읽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발전이다. 

경제 기사를 읽으니 제일 한탄스러운 게 하나 있다. 돈 공부를 안 했다는 거. 돈 버는 것도 공부요 관리하는 것도 공부다. 돈에 관심을 가지니 돈도 내게 관심을 갖는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오늘 홈 쿠킹엔 어떤 글이 올라왔나?"

브런치에서 자주 보던 작가님들 글이 올라와 있으면 반갑다.

"글 잘 쓰시는 분들, 진짜 많아."

이것저것 잡동사니 글로 가득찬 내 브런치 생각에 혼자 낄낄거린다. , 조만간 브런치 청소 좀 해야 할 텐데.

마의 구간, 요리 레시피도 유심히 본다. 이, 이걸 직접 했다고? 눈을 의심케 하는 고수들 솜씨에 의욕이 확 사그라진다.

"우쒸... 너무 어려워."

패스할 것인가, 도전할 것인가. 100 가지 요리 도전도 시작했는데...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당당히 '패스!'를 외치고 페이지를 휙 넘긴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도 아니랬다. 너무 어려운 요리도 요리가 아니다. 그림 속의 떡이다. 쳇!

직장 IN, 여행 맛집, 펀 & 웹툰, 동물 등 큰 카테고리를 쭉 훑고 나면 1시간가량 지난다.



브런치


"마스크 팩 좀 해볼까."

잠깐 눈의 피로도 풀 겸 침대에서 일어나 드레스룸에 있는 화장대에서 마스크 팩 하나를 꺼낸다. 영양액이 줄줄 흐르는  마스크 팩을 얼굴에 착착 붙이고 침대에 편히 드러눕는다.

느긋한 마음으로 브런치 글을 감상한다. 피드 글을 읽고 나면 메인 글, 인기 글을 쓱쓱 살펴본다. 제목이 당기는 것부터 읽는다. 마음에 드는 글이 있으면 라이킷을 누르고, 축하할 일이 있으면 처음 보는 작가님이라도 축하 글을 남긴다. 예전 같으면 모르는 사람에게 알은체하는 건 꿈도 못 꿨다.

'나 참 많이 변했지. ㅎㅎ'

가슴 아픈 얘기도 많아서 눈물을 찔끔거리거나 분개할 때도 있다. 드라마보다 현실이 더 막장이라더니. 한번 걸러진 글이라 그렇지 방금 읽은 기사에나 나올 법한 빌런들이 왜 이리도 많은지. 댓글을 안 남길 수가 없다.

"작가님, 속상하셨겠어요~ 힘내세요!"

작가님, 그런 빌런은 패스하세요! 똥이 무서워서 피합니까, 더러워서 피하지!      



독서


"아함!"

11시쯤 되면 슬슬 하품이 쏟아진다. 졸음이 와도 할 건 해야지. 침대 머리맡에 있던 책을 편다. 마음에 드는 문장이 나오면 분홍색 형광펜으로 줄도 친다.

독서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필력이다.

"크! 어떻게 이런 문장을 쓰지?"

얼마나 많은 글을 쓰고 삶의 경험이 많으면 이런 통찰력이 나오는 걸까? 상상을 초월하는 필력에 머릿속에서 번쩍번쩍 스파크가 인다. 이미 오래전 작고하여 시대는 다르지만, 작가님을 직접 만나기나 한 듯 가슴이 쿵쾅쿵쾅 뛴다.

“적자, 적어.”

필사 노트를 펼쳐 한 자, 한 자 곱씹으며 적어본다. 내가 작가님이 된 것처럼 상상하면서. 이 글귀를 적을 때 작가님은 어디에서, 어떤 자세로, 어떤 표정으로, 어떤 마음으로 썼을까. 지금처럼 노트북도 없던 시절에 끝이 뾰족하고 깃털 달린 펜으로 거친 질감의 원고에 사각사각 써 내려갔을까.

“노트북으로 쓸 때와는 감성 차이가 엄청 다르겠구나.”

책 속에서 한참을 허우적대다 보면 가슴속에서 장작불처럼 타닥타닥 불꽃이 일렁인다.

책은 나의 판타지, 나의 스승, 나의 휴식처.

이 맛에 독서하는 거지.


다음 포털 사이트 서핑, 브런치의 각양각색 작가님들 글 감상, 책으로 만나는 위대한 작가님들과의 만남. 모두 공간과 시대를 뛰어넘는 자유로운 교감이다.

자유를 위해 필요한 건 뭐? 따뜻한 이불 속, 핸드폰, 마스크 팩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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