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이기에 가능하다
글은 장기전이다
이번 주면 글쓰기 중급 과정이 끝난다. 기초, 중급, 고급 총 24회 중 15회 수업을 했다.
글을 처음 쓰시는 분들이었기에 걱정이 많았다. 글이란 잘 쓰는 게 먼저가 아니라 글을 쓰는 동기가 더 중요하다. 글을 쓰는 목적이 분명하지 않다면 꾸준히 쓰기가 어렵다.
수강생들 중에는 전문서를 내고 싶은 목적이 분명한 분도 계셨다. 그래서 더욱 고민이었다. 글의 기초가 닦이지 않았는데 책을 내는 건, 나의 수업 의도와 달랐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글쓰기 코치를 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때마다 단호히 거절했다. 대부분 글을 잘 쓰고 싶다거나 책을 내고 싶다거나 자서전을 내고 싶다는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글쓰기는 잘 쓰는 게 목적이 아니라 꾸준히 쓰는 게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책 한두 권 내는 것도 그 사람 입장에서는 대단하고 특별한 일이다. 그러나 내 입장에선 별 의미가 없다. 나는 책을 내도록 도와주는 도우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글은 꾸준히 쓰다 보면 늘게 되어 있고, 실력이 쌓이면 책을 낼 기회는 오게 되어 있다.
글쓰기는 시간적 투자가 제일 크게 차지한다. 묵묵히, 꿋꿋하게 걸어가는 뚝심이 필요하다. 엉덩이 힘이 곧 실력인 셈이다.
나만의 글쓰기 플랫폼이 필요하다
글쓰기 수업을 시작할 때 목표를 '브런치 작가 되기'로 두었다. 모든 수업이 끝나더라도 수강생들이 꾸준히 글을 썼으면 해서였다.
브런치는 꾸준히 글을 쓰게 하는 나만의 공간이다. 그만큼 활용도가 높다. 가장 매력적인 게 글쓰기 본질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그 목적이 아닌 분들도 있긴 하지만.
글쓰기를 좋아하고 배우고 싶은 분들에게 브런치는 최적의 공간이 아닌가 한다.
블로그는 쓰는 이가 중심이고, 광고가 붙는 플랫폼은 보는 이가 중심이 된다. 글에도 엄격한 차이가 생긴다.
브런치는 쓰는 이와 보는 이 사이에서 어느 정도는 이동의 자유가 있다. 완전히 쓰는 이 중심도 아니오, 완전히 보는 이 중심도 아니다. 물론, 이 또한 예외는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가는 중간지점에 있는 건 맞는 듯하다. 브런치 자체로 꾸준한 글쓰기 수업이 가능하단 뜻이다. 브런치를 통해 당장 수익은 없을지라도, 2차 3차 수익 구조가 발생하는 시스템이 마음에 든다. 경쟁 구도가 아니어서 편하게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밖에 나가 깨지고 와도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나만의 아지트처럼 느껴진다.
수강생들에게도 이런 아지트 하나 정도 마련해 주고 싶다.
글쓰기의 치유 능력
심리치유 세미나를 운영하면서 그것과 연결해 글쓰기를 하니 서로 다른 듯 비슷한 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그 사람의 사고 구조대로 글이 나온다. 거기에서 벗어나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글쓰기는 고착된 사고 구조를 깨기에 좋은 도구라는 생각이 든다.
정리되지 않는 삶을 글쓰기로 정리하는 습관은 매우 유용하다. 좌뇌, 우뇌를 골고루 사용함으로써 두뇌 활동이 유연해진다. 글쓰기가 두뇌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다.
심리적 문제들은 치우친 사고에서 일어난다. 글쓰기로 심리치유가 가능한 이유도 치우친 사고에서 벗어나게 해 주기 때문이다.
글쓰기 코치도 브런치 덕분에 할 수 있었다. 나의 삶을 글로 쓰면서 스스로 치유 능력을 확인했고, 책이 목적이 아닌 글쓰기 치유의 목적이 분명해졌다. 글쓰기 수업의 가치와 목적이 분명해지니 비로소 해도 괜찮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게다가 글쓰기는 모든 분야의 기초가 되니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도 가능하다.
글쓰기는 도전의식을 갖게 한다. 글쓰기 자체가 무한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다각도의 관점을 갖는 것도 도전이요, 그것을 글로 풀어내는 일도 도전이다. 그 도전 과정에서 작은 성취들이 발생한다. 글쓰기로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나 또한 처음 소설을 쓸 때 우울증에서 서서히 벗어났고, 직업이 되어 지금까지 이어졌다.
우리의 삶은 내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정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