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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글 튀김집

글이 안 써질 땐 감각 훈련을 합니다

글이 안 써질 때 동기부여하는 나만의 방법

by 날자 이조영


지잉-

점심을 먹고 있는데, 글쓰기 수업 저녁반에 오는 현규님에게 문자가 왔다. 어제저녁, 글쓰기 수업에서 했던 감각 훈련을 실제로 적용해 봤던 모양이다.

'이제 귀가 열렸군.'

싱긋, 입가에 미소가 어린다.

'보는 감각'이 발달한 현규님은 '듣는 감각'과 '신체 감각' 중에서 특히나 '듣는 감각'에 취약한 편이다. 말을 하거나 글로 쓰면 '들은 것'에 대한 표현은 전혀 없을 정도다. 글쓰기 수업을 시작한 뒤로 자신의 취약점을 더욱 확실히 알게 되어 한 주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뭘 써야 할지 고민인 분들에게


세상의 모든 게 글 재료다.

매 순간 보고, 듣고, 느끼고 있다면 쓸 거리는 무궁무진하다.

글은 요리와 같다.

어떤 요리를 할지 정하고, 그에 필요한 재료를 구하고, 순서대로 적당히 넣어서 간을 맞추고, 어울리는 그릇에 담아내면 된다. 내가 맛깔스럽게 요리했다면, 그 음식을 먹는 사람도 맛깔스러워할 것이다.

대부분 글을 못 쓰겠다고 하는 분들을 보면, 냉장고에 잔뜩 들어 있는 재료를 꺼내서 쓰지 않는다. 못 봐서 못 쓰고, 못 들어서 못 쓴다. 당연히 느끼는 것도 약하다.

필요한 재료들이 빠진 요리가 맛있을 리 없다. 만든 사람이 맛을 보면서도 무슨 맛인지 표현을 못 한다. 결국 아무 맛도 없는 글이 되고 만다. 그게 반복되면 스스로 글을 못 쓰는 사람으로 단정 짓고 좌절한다.

글을 못 쓰는 게 아니고 감각에 약할 뿐이다. 감각이 약하면 쓸 재료도 적어진다.

현규님이 소리에 무심한 것과 같다. 들으려고 애쓰지 않고 습관처럼 지나친다. 들은 게 없으니 글로 쓰려면 막힌다. 그러나 평소 섬세하게 보고 듣고 느끼기를 놓치지 않는다면 쓸 재료는 넘쳐난다.



글쓰기에서 감각 훈련이 중요한 이유


경험 안에서 글의 주제와 소재는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벚꽃' 하나만으로도 다각도의 관점으로 보고, 듣고, 느낄 줄 알아야 표현도 다양해진다. 글을 잘 쓰기에 앞서 다각도의 감각을 키우면 표현도 다양해진다. 표현의 자유로움과 다양함은 글 쓰는 재미를 안겨준다. 재미를 느껴야 또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삶의 경험과 글쓰기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보는 것에 무감각했다면 보는 것에 마음을 기울여서 놓친 게 없는지 살펴보고, 듣는 것에 무감각했다면 듣는 것에 귀를 기울이고, 그때 느껴지는 몸의 감각과 감정에 흠뻑 빠져보고.

그런 일련의 경험 과정을 글로 표현할 때 훨씬 생동감이 넘친다.

글이 안 써질 땐 내가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보는 사람은 보는 것만 쓰고, 듣는 사람은 듣는 것만 쓰고, 느끼는 사람은 느끼는 것만 쓴다. 어쩌면 삶의 패턴이 글에 그대로 나타나는지 소름 끼칠 정도다. 그런데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니 개선하지 못할 뿐 아니라 개선 방법도 알지 못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현규님처럼 안 쓰던 감각을 쓰면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면 된다. 소리에 무감각해서 표현할 단어조차 찾지 못했던 그는, 오늘 소리에 대한 경험을 통해 섬세한 차이와 느낌을 알게 되었다.

허구한 날 같은 어휘, 같은 얘기만 하고 있다면 작가 스스로 새로운 경험,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글이 안 써진다, 쓸 거리가 없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독자들 또한 금방 질려 버릴 것이다.

글이 안 써질 땐 새로운 경험을 할 때임을 알고 적극적으로 감각 훈련을 해야 한다. 새로운 경험 속에서 자료 수집은 저절로 된다. 새로운 재료가 많을수록 할 수 있는 요리도 다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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