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별일이 다 생기네
작가님, 안녕하세요. SBS 생방송 투데이 *** 작가입니다.
작가님 글 중 <남편의 직업을 바꾼 코로나>라는 글을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오, 신기~! 방송국에서 연락이 올 수도 있구나."
출간이나 강의 요청이 아니라 방송국에서도 제안이 오다니 브런치의 다양한 가능성에 한껏 고무되었다.
방송작가님이 내 글을 전부 읽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런데 글 한 편으로도 얼마든지 제안이 올 수 있다는 게 희망적이었다. 글에 따라 어떤 경로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글은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하는 통로다.
제한된 주제로 정해진 대상을 만날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글쓰기를 하다 보면 사고의 확장성이 커지는 듯하다. 내가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이유도 삶을 좀 더 확장시키기 위해서다.
내가 모르고 지나쳤던 삶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고 어루만지고 화해하는 순간이 좋아서 글을 쓴다.
그렇게 진솔한 이야기를 꺼내 놓을 때 독자들에게도 그 진심이 전해진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제안이 오기도 한다.
"여보, 방송국에서 당신을 인터뷰하고 싶대."
남편에게 전화로 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 무척이나 쑥스러워했다.
- 직업 바꾼 게 뭐 좋은 일이라고 인터뷰를 해?
"직업 바꾼 게 어때서? 코로나 시기에 힘든 분 많으시잖아. 당신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용기와 희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 그런가? 난 잘 모르겠는데...
"작가님이 어떤 인터뷰를 하고 싶은지는 나도 몰라. 인터뷰해 보면 알겠지. 제안도 해주셨는데 연락은 해야 예의 같아. 나야 제안만 받은 거니까 당신이 결정해."
- 알았어. 전화할게.
남편과 통화를 마치고 <남편의 직업을 바꾼 코로나> 글을 다시 찬찬히 읽었다.
예기치 못한 위기가 있다면, 예기치 못한 반전도 있는 법.
남편이 실직했을 때만 해도 가전 AS맨이 될 거라곤 상상이나 했겠는가.
글로 쓰는 반전의 묘미를 느껴본 사람이라면, 인생의 반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걸 알 것이다.
글은 단순히 정보만을 전달하기 위함은 아니다. 내 인생을 내가 쓰는 게 어떤 건지 깨닫는 과정이다.
- 작가님이 내가 서산에 있는 줄 몰랐나 봐. 인터뷰하기 힘들겠다는데?
"어머, 그렇구나."
- 방송작가랑 통화도 하고 신기하네."
"후후. 재밌는 경험 했지 뭐. 방송국에서도 브런치 글을 읽을 줄 몰랐어."
- 글이 좋으니 그렇겠지.
좋은 글...
그래. 잘 썼다고 공감을 불러일으키진 않지. 조금 서툴러도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글이 진짜 좋은 글이지.
방송 출연이 목표는 아니었으니 불발되었다고 해도 상관은 없었다. 대신 좋은 글에 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만약 브런치를 안 했더라면 겪지 못했을 소중한 경험들.
심리코칭 센터를 운영할 때 내 얘기를 하기보단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데 익숙했다. 웹소설을 쓸 때도 내 경험이 녹아있을지언정 온전한 나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브런치에서 처음 내 이야기를 꺼냈을 때 비로소 깨달았다. 내 얘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는 걸. 구질구질하고 구차한 내 모습을 들키고 싶어 하지 않았다는 걸.
그런데 그 구질구질하고 구차한 이야기를 하나씩 쓰면서 또 깨달았다. 순간순간, 내 삶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는 걸.
그 후로 나는 나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고, 구질구질하고 구차한 껍데기를 벗어버리고 그 안에 숨어 있던 보석을 어루만질 수 있었다. 지금 하고 있는 NLP 훈련(내 일화를 들려주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과 더불어 브런치에서 글을 쓰며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었다.
말과 글은 연결된다. 그러니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글로 써야겠다. 내 앞에 열려 있는 수많은 가능성을 만나기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