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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자 이조영 Dec 11. 2021

때론 회피가 동기부여가 되기도 합니다

인생은 한 걸음 후퇴, 두 걸음 전진

글을 계속 써야 할지 의문일 



사실, 올해 목표를 완수해야겠다는 의지에 강한 동기부여가   있었다. 갑자기  받아서라고 했지만, '갑자기' 단어에 주목해 보자. 그건 강한 충동성이었고, 충동을 불러일으킨  웹소설이  풀리지 않아서였다.

마음대로 풀리지 않으니 스트레스가 커졌고, 도망칠 데는 없고, 결국 내 무의식은 올해를 그럴싸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나의 무의식이 소설 다음으로 큰 가치를 두고 있는 코칭에 눈길을 돌린 건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거기가 제일 안전한 회피 장소였을 테니까.

이젠 소설과 코칭이 친구처럼 서로 의지하는 관계가 되었다는 건 좋은 징조다. 여태껏 우선순위를 꼽자면 소설이 더 우위였으니까.


1. 소설

2. 코칭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주저 없이 소설이었다.

소설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코칭은 해야 하는 일에 속했다.

하고 싶은 일은 이상에 가깝고, 해야 하는 일은 현실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코칭으로 힘들 때면 소설을 쓰면서 힐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소설 쓰다 힘들어서 회피한 게 코칭과 관련된 일이다. 고무적인 일이었다. 소설만 쓰면서 살고 싶어 코칭을 관둬야 하나, 고민일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내가 코칭이 제격이라고 여긴다. 또, 엄청 좋아하는 일인 줄 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코칭은 소설보다 경험과 가치를 직접적으로 전하기 좋은 것일 뿐. 사람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게 아니라 도리어 에너지를 뺏기는 타입인 내게는 굉장히 어렵고도 힘든 일이다.

게다가 코칭 공부는 정말 끝도 없다. 개개인의 특성이 다 다르고, 그날의 환경과 상태에 따라 달라서 매번 긴장이 된다.


고객의 변화와 성장을 지켜보는 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보람찬 일이다.

그러나 내게 다시 돌아오는 에너지는 생각보다 적다. 에너지의 선순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코칭은 아직 공급하는 게 더 많은 느낌이다.

그럴 때 에너지 충전을 받는 게 소설을 쓸 때다. 확실히 글을 쓸 때 가장 큰 에너지를 얻고, 몸에 전율이 흐르는 느낌을 받는다.

고객의 희로애락은 내 것이 아니기에 공감에 초점을 두지만, 소설은 내가 만든 세상이기에 공감 그 자체다.

글이 곧 '나'라는 일체감은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힐링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거꾸로 무의식이 발동했다.

소설에서 도망친 곳이 코칭이라니!

일주일 동안 올해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렸다. 소설은 아예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이제 충전됐으니 다시 소설의 세계로 날아갈 시간이다. 마치 등산한 뒤의  상쾌함과 비슷한 기분이다.

코칭으로의 회피는 결과적으로 좋았기 때문에 두 가지 일을 병행해도 괜찮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 가지 일만 할까, 에 시달리던 갈등과 고민이 해결되었다.

나처럼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못하는 사람에겐 꽤 큰 갈등이었는데, 한결 마음이 가볍다.



마음이 힘들고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을 때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그때 무슨 일을 하고, 그 일을 할 때 어떤 기분인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은 수면 위에 드러난 가치를 진짜라고 여기지만, 실상 진짜 가치는 우리의 내면 깊숙이 숨어 있다.

부지런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게으르게 살고 있다면 나의 가치는 게으름이 되는 것이다.

이상과 현실의 갭은 삶의 균형을 깨뜨린다. 마음의 갈등도 커져서 진짜 가치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워진다.


나는 회피성이 강한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회피성 인간은 대체적으로 안전을 추구한다.

하지만 기획하는 걸 좋아하고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은 나는 안전만 추구하며 사는 인생이 참 재미없다.

글이 재밌는 건 늘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다.

그런데 이번에 코칭이 내게 안전함과 도전의식을 동시에 가져다주었다. 코칭이 내 삶에 완전히 녹아든 느낌이다.

이제부턴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코칭에 임할 수 있겠다. 이런 회피는 달갑기도 하고. 회피성이 강하게 발동하지 않았다면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거다.

내가 향하는 그곳이 어디든 간에.

인생은 한 걸음 후퇴와 두 걸음 전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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