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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자 이조영 Dec 15. 2021

나는 언제 호텔에서 회의해보나

꿈을 실현하는 법

심리상담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코칭 사업을 성공하는 게 꿈이었다.

사업 구상의 기본 틀만 잡는데도 3년이 걸렸다. 그때는 한창 공부를 할 때였고 경험도 많지 않을 때라 막연했다.

게다가 내 마음같이 따라와 주는 사람도 없었다. 다들 저 하나 공부하기 바빠서 역량이 부족하기도 했고, 나처럼 사업을 꿈꾸지도 않았다. 함께 아이디어를 모으고 구상한 것을 실현할 사람들이 없다는 게 무척이나 답답했다.

그러나 나는 좌절하지 않았다. 꿈은 구체화할수록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포기하지 않으면, 그래서 그 경험이 쌓이면 언젠가 꿈에 도달할 날이 있을 거라는 믿음.

하나님을 믿는 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이 코칭 사업을 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드라마를 보면 자주 나오는 장면이 있다. 호텔에서 회의를 하는 장면이다.

그 장면을 볼 때마다 나는 부러움에 사무치곤 했다.

"나는 언제 마음 맞는 사람들과 호텔에서 회의해보나."

큰돈을 벌어 직원들을 두지 않는 이상 꿈만 같은 일이었다.

꿈과 현실의 갭은 지구와 태양만큼 크고 멀었다. 어떻게 하면 그 갭을 줄일까, 그게 고민이었다. 그 갭을 줄이는 방법은 현장 경험을 쌓는 것뿐이었다.

본디 교육사업이란 게 가장 필요하면서도 속도가 느리다. 물건을 파는 게 아니기 때문에 참 어려운 사업 아이템이다. 장기적인 안목과 끈기가 없으면 하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였다.

다행히 나는 코칭에 진심이었고, 사명으로 받아들였다. 한 사람의 인생이 변화, 성장할 수 있도록 나란히 걸어가는 이 길이 나쁘지 않았다.


현장 경험이 쌓여가는 동안 사업 구상은 점차 구체화되어갔다.

방향은 확실해졌고 코칭 방법도 명확해졌다.

코칭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디어와 실행 능력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코칭 방식의 차별화가 가장 큰 장점이었다.

실제 일반 심리상담과 지금의 코칭은 효과 면에서 다르다.

우리가 하는 코칭은 강의 위주가 아닌 직접 경험으로 터득하게 만든다.

코칭은 심리상담의 멘토 역할이 아닌 삶의 전반을 다루기에 훨씬 광의적이고 어렵다.

심리상담도 코칭의 일부에 속하는데, 코칭에는 라이프 코칭, 비즈니스 컨설팅 등으로 확장돼서 실효성 면에서도 좋다.

그 길을 스스로 찾게 만들어주는 코칭이 정말 매력적이다. 코칭 방식이 독특하고 차별성이 없었다면, 사업의 꿈을 포기했을 것이다.

사업 위기에 닥쳤을 때 만난 이 코칭 훈련은 내게 전화위복이었다.




"하나님, 이거 언제 실현되나요?"

코칭 훈련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나는 다시 하나님께 질문했다. 상담부터 코칭까지 7년의 세월이 흘렀다. 확장할 방법을 모색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함께 수학했던 코치들끼리의 가벼운 모임이 시작되었다. 그때 마음속에서 내가 갖고 있던 사업 아이템을 이분들과 함께 하면 어떨까 하는 두근거림이 있었다.

마침 제주 코치 부부도 사업 파트너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카톨릭 신자인 부부 또한 기도를 많이 하는 분들이었다.

우리는 사업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소름 끼쳐했다. 하나님을 믿는 우리는 알고 있었다. 하나님의 기도 응답이라는 걸.


그렇게 지난 5월 첫 워크숍을 제주에서 했다.

그리고 지금 두 번째 워크숍을 제주 애월읍에 있는 유니호텔에서 하고 있다.

어제 늦은 시각까지 거실 소파에서 회의를 했다. 미리 준비해 간 전체 그림을 바탕으로 메인 프로그램 아이디어가 모아졌다.

가장 큰 고민이었던 메인 프로그램이 정해지자 이제 디테일한 부분만 채우면 되었다. 그 부분은 오늘 마저 준비할 것이다.

어제 회의를 하면서 예전에 호텔에서 회의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던 게 떠올라 기분이 묘했다.

'꿈 하나는 이뤘네. 진짜 신기하다.'

나는 꿈을 꾸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긴 시간 그 꿈을 향해 꾸준히 걸어왔다. 좌절과 고통이 반복되었지만, 사명감을 버리지 않았다. 몇 차례 위기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기적처럼 새로운 길이 열렸다.


어제 회의 중 갑작스러운 지진에 놀라 호텔 밖으로 피신했다. 호텔 직원에게 물으니 지진은 서귀포 쪽에서  났고, 이쪽은 애월읍이라 거리가 있어 괜찮다고 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처음 겪는 지진에 화들짝 놀랐던 봄햇살 코치님과 나는 그 덤덤한 말에 더 놀랐다.

제주 봄 코치님은 2년간 10번 정도 겪었다고 했다.

우리에겐 꿈도 같은 게 아닐까.

설마 이런 일이 나에게도 일어날까 하지만,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 있는 것처럼. 내가 여전히 그 꿈의 자리에 있다면 나는 이미 꿈을 이루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꿈이 있다면 좌절하지 말자.

좌절은 난데없이 찾아오는 지진일 뿐이니까.


줄 서서 먹는 맛집
지유명차/애월 한남 해안 산책로


유니호텔 내 코시롱(흑돼지)/카페에서 본 연탄모양 빵~^^


회의.후 거실 풍경
오늘 아침 흐린 날씨 속의 호텔 앞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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