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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자 이조영 Jun 08. 2022

멘탈이 탈탈 털릴지라도…

최악의 순간, 최고의 순간

집 구하다 울던 날


이젠 웬만한 일엔 끄떡하지 않는 멘탈을 가졌다고 자부한다. 상황이 옳든 그르든 그 자체로 수용하는 것에 익숙하기도 하고.

그런데 새로 이사할 집을 구하면서 멘탈이 조금씩 나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입에서 욕이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도대체 집값이 왜 이 모양이냐!!


지랄 맞은 부동산 기사를 수도 없이 봐왔음에도 나와는 상관없는 줄 알았다. 그동안 이사를 다니면서도 크게 힘들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1년 새 엄청 올라버린 집값이 문제였다. 그냥 보기에도 그 값이 아닌데 비싸게 느껴지니 사기를 당하는 느낌인 거다.

널뛰듯 하는 부동산 기사를 보며 '미쳤구나!' 했던 게 실감 나면서, 나중엔 화가 났고, 그 화가 폭발하여 국회의사당으로 달려갈 뻔했다!


강아지를 키우니 집을 구하긴 더욱 어려웠고, 역세권 쪽은 더 비싸고. 전세는 많은데 임대 장사하는 사람이 많아서 전세 사기도 많다 하니 걱정이었다. 안심 전세가 있다고는 하나, 어느 부동산에서는 80%가 나온다 하고, 어느 부동산에서는 100%가 나온다 하니 누구 말이 옳은지도 알 수 없었다.  부동산에 대해 너무 모르니까 잘못했다간 리베이트로 몇 천은 그냥 날릴 것 같았다. 너무 싸면 싼 대로 마음에 안 차고, 비싸면 비싼 대로 의심스럽고. 그러다 보니 더욱 꼼꼼하게 집을 보게 되었다.

간신히 조건에 맞는 집을 구하긴 했는데 썩 마음에 들진 않았다. 골목도, 임대인도.

집에 와 남편과 통화하며 펑펑 울었다. 집에 대해 크게 관심 없던 나였기에 남편은 놀란 기색이었다.

"당신 진짜 힘들었구나."

몇 해 전부터 부동산 공부 좀 하라고, 남편에게 말할 때마다 이 핑계 저 핑계로 하지 않았다. 이러다 답답한 내가 하겠구나 하면서 시간만 흘렀다. 그리고 결국 부동산에 대한 무지가 현실이 되면서 멘탈이 흔들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새로운 목표


그동안은 새 집으로 옮겨 다니는 맛이 있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다음엔 필히 집을 사리라 마음먹었다. 남편과도 진지하게 집 문제에 대해 의논했다.

"모르니까 눈 뜨고 코 베이더라구. 뭘 알아야 맞는지 아닌지 얘기할 텐데, 답답하고 짜증 나서 안 되겠어. 공부해서 부동산 자격증 딸 거야. 당신도 가만있지 말고 경매 공부해."

그렇게 우리 부부는 각자 부동산 공부를 하기로 결정했다. 폭삭 깨졌던 멘탈은 그렇게 일단락되었고, 예상대로 부동산 자격증 공부는 내 몫이 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남편에게 미룰 게 아니라 내가 할 걸 그랬지. 그런 후회는 늘상 있는 일이지만, 살면서 꼭 필요한 건 절대 미루지 말아야 한다는 걸 새삼 느꼈다.


즉각 부동산 사이트를 찾아 책자를 주문해 강의를 듣고, 경매 저서도 주문해 읽었다. 부동산 자격증 시험은 1년에 한 번, 매년 10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있다. 내년  합격이 목표여서 아직 시간 여유는 있다. 강의를 들으며 그동안은 보이지 않는 심리에 대해 코칭했다면, 부동산으로 보이는 강의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인간이 가진 가장 큰 문제를 세 가지로 나누자면, 돈, 건강, 인간관계라고 한다. 이 셋 중에서 정신건강과 인간관계에 대한 코칭은 하고 있고, 이제 돈에 관한 코칭만 하면 인간이 가진 고민과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되리라는 희망이 생겼다.

자연스럽게 그런 계획이 생기니 공부에 대한 열망도 커졌다. 막연히 해야지, 가 아닌 꼭 하고 싶은 콘텐츠가 된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분노의 눈물은 기쁨의 미소가 되었다. 멘탈이 흔들릴 때가 내겐 미뤘던 일을 앞당기는 계기였던 셈이다.


최악의 순간, 최고의 순간


2주일 동안 고생은 했지만, 수확은 있었다.

첫째, 부동산 공부에 대해 절실해졌고, 자격증 도전과 부동산 경험을 통한 강의로 사람들에게 나누고 싶은 새  목표가 생겼다.

둘째, 어렵게 구한 집이 임대인 사정으로 계약 취소가 되었다. 덕분에 위약금까지 돌려받았고, 어렵지 않게 다른 집을 구했다. 물론, 내가 원하던 집으로!

셋째, 멘탈이 한 번쯤 탈탈 털리는 경험도 나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이전엔 어떻게든 이겨내려 이를 악물었다면, 지금은 자연스러운 감정상태로 받아들이고 표현할 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표현한 후에 오는 생각은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고 목표를 만든다.


멘탈이 흔들릴 때 나의 욕구와 욕망이 뭔지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렇게 우리의 삶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인생은 정반합의 원리로 이루어진다. 코칭할 때도 삶을 바꾸려면 정반대로 해보라는 말을 곧잘 한다.

지금과 정반대의 상황에 처할 때 비로소 내 상태를 알 수 있다. 그러니 멘탈이 탈탈 털릴지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최악의 순간이 있으면, 최고의 순간도 있게 마련이므로.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메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멘털(정신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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