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에게도 이사는 스트레스

by 날자 이조영


지난주 금요일, 이사하는 날 아침에 강아지를 새로 이사하는 집 근처 애견호텔에 맡겼다. 그리고 사흘이 지난 일요일 저녁에 데려왔다.

사흘 동안 못 봐서인지 ‘두부’는 나를 보자마자 꼬리가 떨어져라 흔들며 낑낑거렸다. 얼른 받아 안고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사람에겐 사흘인 그 시간이 두부에겐 3년처럼 느껴지나 보다. 얼굴에 뽀뽀하며 버둥대는 두부의 온기를 느끼자 마음이 찡했다.

“많이 보고 싶었구나. 나도 많이 보고 싶었어!”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좀처럼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 거다. 잠시라도 안 보이면 낑낑대며 찾느라 허둥거렸다. 게다가 설사까지.

“호텔에서 뭐 잘못 먹인 거 아냐?”

“호텔만 갔다 오면 그러네.”

2년 전에도 이사하느라 호텔에 맡겼을 때 두부는 혈변을 봤었다. 그땐 처음 있는 일이라 뭘 잘못 먹었겠다 했더니 이번에도 같은 증상이었다.




월요일 아침, 딸이 출근한다고 현관을 나설 때였다. 두부가 낑낑대며 난리를 쳤다. 그런 적은 처음이라 깜짝 놀랐다. 딸이 나가고 나서도 두부는 한참을 현관문만 보고 앉아 있었다.


호텔에서는 얌전하게 잘 놀아서 다른 강아지들이 케이지 안에 있을 때 두부랑 다른 강아지 한 마리만 밖에 나와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두부의 마음은 아니었나 보다.

남은 짐 정리를 하느라 이 방 저 방 들락거리는 동안 나만 안 보이면 낑낑대는 두부.

전입신고도 해야 하고 장도 봐와야 하는데,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니 신경이 쓰여 나갈 수도 없었다. 3시가 넘도록 붙어 있다가 하는 수 없이 집을 나섰다. 계속 짖으면 다시 집으로 들어가려고 밖에 서 있었더니 얼마 안 가 잠잠해졌다. 후다닥 볼일을 봐서 집에 오니 다행히 얌전히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설사를 계속한다. 놀기도 잘 놀고, 먹기도 잘 먹는데. 밤이고 낮이고 떨어지지 않으려는 것도 여전했다. 이사 때문에 너무너무 힘든 데다 강아지까지 그러니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어젯밤에도 낑낑대서 거실에 나와서 같이 자려니까 딸이 자기가 데리고 자겠다며 데리고 들어갔다. 새벽에 거실에 내보내자마자 낑낑대서 잠이 깼다. 4시였다. 전날에도 낑낑대는 바람에 4시 반에 깼는데.

일어나 보니 또 설사를 싸놨다. 이번엔 혈변이 보인다. 깜짝 놀라서 동물병원에 문을 열자마자 다녀왔다.

“장염이에요. 몸살도 있구요. 열도 높아요. 호텔에서 먹은 것 때문이 아니면 스트레스성으로 그럴 수 있어요.”

의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분리불안처럼 안 떨어지고 낑낑댄 게 그 때문이다 싶었으니까.

두부는 우리가 저를 버리고 간 줄 알았던 걸까?

강아지들은 주인이 버리면 제가 놓쳐서 그런 줄 안다는데. 사흘 동안 우리가 오길 얼마나 기다렸으면 그게 스트레스가 될까.




강아지를 키우는 건 아이를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 말 못 하는 짐승이라도 감정은 있어서 기쁨과 슬픔과 화, 서운함도 표현한다. 어쩌면 저렇게 제 주장이 강하냐 싶어 웃음이 날 때도 많다.

사람처럼 계산적이지 않아서 순수 그 자체다. 볼 때마다 꼬리를 흔들며 해맑은 웃음을 보이는 녀석.

그런 두부가 아프다. 이사 때문에 사흘을 떨어져서 지내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단다. 주사를 맞히고 약을 지어 집으로 돌아왔다. 아침을 굶겼더니 종일 기운 없이 잠만 잔다. 안 보이면 또 울까 봐 보이는 주방 식탁에서 글을 쓰고 있다. 오후 4시 반. 녀석은 거실 바닥에서 곤히 자는 중이다.

분리불안이라곤 없던 녀석이었기에 이사 스트레스는 상상도 못 했다. 이사는 사람만 힘든 게 아니라 강아지도 힘들다는 걸 처음 알았다.

“두부야, 미안해. 다신 며칠씩 떨어뜨려 놓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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