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국수 사랑
잔치국수
아버지의 잔치국수 사랑은 못 말릴 정도다.
뜨끈뜨끈한 멸치 육수에 만 소면을 크게 집어 한입에 후룩후룩 드시는 모습은 소박함 그 자체다.
어린 시절부터 잔치국수를 즐겨 드셨다는데 질리지 않을까?
하긴, 입맛이란 게 참 묘해서 맛있었던 강렬한 느낌은 마치 몸에 새긴 타투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쓰면서도 침이 고이는 걸 보면 즉각 반응의 최고봉은 음식이 아닐까 싶다.
아버지 덕분에 집에서도 자주 잔치국수를 해 먹었다.
진한 멸치육수에 소면을 넣어 양파, 당근, 애호박, 버섯, 계란지단, 볶음김치를 둥글게 모양 잡아 올리면 색색가지 색이 어우러져 보기만 해도 맛깔스럽다.
엄마의 양념장은 또 기가 막히게 맛있어서 화룡점정처럼 채소 한중간에 살짝 얹으면 완성된다.
양념장도 특별한 건 없다.
양조간장과 집간장을 섞고, 마늘, 고춧가루, 잘게 썬 파, 참기름, 볶은 깨.
그게 전부지만 멸치육수와 섞이면 간이 딱 맞고 감칠맛도 더해진다.
대접째 들고 국물부터 후룩 마시는 아버지.
“크어! 진짜 맛있다.”
아버지의 감탄사를 들으면 잔치국수를 한 입 먹기도 전에 이미 침이 고여서 더 맛있게 느껴진다.
가끔 청양고추를 잘게 썰어 넣을 때도 있는데 칼칼하고 깔끔한 뒷맛이 일품이다.
최근 센터를 운영할 때 30년 전통 멸치 국숫집을 발견하고 자주 갔었다.
그 집의 양념장이 청양고추를 넣어 집에서 먹던 맛이 났다.
LG 연구소 단지와 각종 사무실이 집결된 곳이라 점심시간만 되면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점심시간은 피해서 갔었다.
점심시간에 가면 줄 서서 먹어야 할 정도로 맛집이었다.
조금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일부러 들러서 먹고 갈 만큼 맛있었다.
먹거리가 많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 국숫집을 자주 갔던 이유는 어릴 때 먹은 잔치국수 때문이었다.
국수를 먹을 때마다 추억을 먹는 기분이었다.
양이 꽤 많은 국수를 국물까지 먹고 나면 포만감은 물론이요 마음도 편안해진다.
아버지가 잔치국수를 좋아하시는 이유도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아버지의 인생에서 잔치국수의 의미를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지나간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는 건 안다.
잔치국수는 내게 그리운 추억의 맛이다.
https://reviewjunyong.tistory.com/34
김치 비빔국수
“비빔국수 먹을 사람?”
잔치국수를 하기 전 엄마는 우리에게 물었다.
아버지처럼 잔치국수를 좋아하지 않는 엄마는 늘 김치를 쫑쫑 썰어 비빔국수를 따로 했다.
우리 삼 남매는 그날의 기분에 따라 잔치국수 또는 비빔국수를 결정했다.
두 가지를 다 먹을 때는 꼭 잔치국수를 먼저 먹었다.
비빔국수의 양념 맛이 세서 순서가 바뀌면 잔치국수가 맛이 없었다.
그렇게 순서대로 먹으면 두 가지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비빔국수의 맛은 김치에 달려 있다.
엄마의 김치는 늘 맛있었기 때문에 비빔국수가 실패할 일은 없었다.
쫑쫑 썬 김치에 매실청(설탕), 고춧가루, 간장, 참기름, 볶은 깨만 넣어도 빨간 색감부터 군침이 싹 돈다.
뜨끈뜨끈한 잔치국수를 먹은 다음이라면 비빔국수의 맵고 짜고 달달한 그 맛에 비릿한 멸치 맛은 깔끔하게 가신다.
고춧가루 양에 따라 맵기 정도는 조금씩 달라지지만, 잔치국수와 달리 다 먹고 나면 얼얼해진 입안에 스트레스도 날려버린다.
‘이래서 매운맛을 즐기는구나!’
콧등에 땀방울 송골송골 맺혀가며 “아, 매워!”를 연발.
그래도 꿋꿋하게 끝까지 먹는 우리 삼 남매의 모습에 부모님은 재미있다는 듯 웃고는 하셨다.
세월은 흘러 어른이 되고, 어느 해인가.
갑자기 비빔국수에 꽂힌 나는 삼일 동안 삼시세끼를 비빔국수만 해먹은 적이 있었다.
아버지가 왜 잔치국수만 계속 먹어도 맛있다고 하시는지 알 것 같았다.
먹을 때마다 비빔국수의 맵. 짜. 달의 자극적인 맛에 감탄했다.
지금도 가끔 입맛이 없을 때면 비빔국수를 해 먹는다.
잔치국수는 손이 많이 가서 번거롭지만, 비빔국수는 잔치국수에 비하면 간단한 편이다.
특별히 채소가 들어갈 필요도 없고 맛있는 김치만 있으면 된다.
지난 3, 4월 코로나가 극성일 때 센터에도 못 나가고 집에만 있는 동안.
하루에 한 끼는 국수를 해먹을 정도로 나는 라면보다 국수를 좋아한다.
김치 비빔국수를 먹을 때면 엄마가 생각나고, 매운맛에 혀가 얼얼하고 얼굴도 빨개지던 어린 시절이 되살아나 웃음이 난다.
비빔국수는 내게 재미있는 추억의 맛이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mslove81&logNo=221876894561
콩국수
잔치국수와 비빔국수도 좋아하지만 내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건 콩국수다.
가뜩이나 국수를 좋아하는데 걸쭉한 콩물의 고소한 맛과 함께라니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음식이다.
어렸을 때 여름만 되면 우뭇가사리를 넣은 콩국을 맷돌에 갈아 자주 먹었다.
두꺼운 맷돌 사이로 하얗고 되직하게 삐져나오던 콩국이 신기하기도 하고 너무 맛있었다.
콩국에 소면을 말아먹으면 내겐 그것만 한 별미가 없었다.
진한 콩국수에 얼음 동동 띄워 먹으면 시원하고 고소한 맛도 좋지만 부드럽게 넘어가는 그 촉감은 더위에 지친 몸을 살살 달래주는 듯했다.
“나도 해볼래.”
엄마가 맷돌 가는 걸 보다가 호기심에 직접 해보면 꽤 힘든 데다, 정성이 없으면 먹기 어렵다는 걸 깨닫는다.
콩을 사다가 직접 삶으면 온 집안에 콩 내가 진동했다. 김이 풀풀 나는 콩을 한 줌 쥐어 야금야금 먹는 맛이 콩국을 먹을 때와는 또 달랐다.
달짝하면서도 구수한 맛에 배부른 줄도 모르고 연신 먹어댔다.
삶은 콩을 식혀서 맷돌에 가는 그 과정이 겨울에 김장을 하는 것만큼이나 여름의 중요한 행사였다.
어느 때부턴가 믹서기가 등장하면서 맷돌은 사라졌고, 믹서기에 가는 콩국은 맷돌에 가는 맛이 나지 않아 아쉽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콩국수를 좋아한다.
맷돌을 손으로 돌돌돌 돌려서 만든 것은 아니지만, 고소한 콩국수를 먹을 때면 그때 신났던 추억이 떠올라 기분이 좋아진다.
여름이면 우리 집 행사였던 콩국 만들기.
콩국수는 내게 아쉬운 추억의 맛이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cmjpss4048&logNo=220762303547
골뱅이 비빔국수
생일이나 가족모임, 손님 초대 요리에 꼭 등장하는 골뱅이 무침.
비주얼도 비주얼이지만 막상 해보면 쉽다.
맛은 또 어떻고.
김치 비빔국수 보다 훨씬 자극적인 맛에 달아난 입맛도 돌아올 정도다.
골뱅이 무침은 온 가족이 즐기기 좋고 인기도 많다.
골뱅이 무침도 맛있지만 역시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에 비벼먹는 소면이다.
이걸 먹어야 골뱅이 무침을 완벽히 즐긴 기분이다.
남은 골뱅이 무침에 쓱쓱 비벼 먹으면 버릴 것 없이 깨끗하게 비워진다.
알뜰살뜰 즐기면서 먹을 수 있다.
이건 따로 덜어먹기보다 큰 접시 하나에 그대로 먹는다.
가족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정신없이 젓가락질을 하다 보면 어느새 바닥이 난다.
골뱅이 국수 하나로 가족의 화합이 이뤄지기라도 한듯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사실, 골뱅이 국수는 어려서부터 먹던 음식은 아니었다.
결혼 후에나 해 먹기 시작했는데 가족의 호응이 좋은 후로 생일과 가족모임, 손님 초대 때도 꼭 하는 요리 중 하나가 되었다.
요즘은 집에서 모일 일이 잘 없기도 하고, 모인다 해도 외식이 흔해서 가족의 생일날 외엔 일부러 해먹을 일도 없어졌다.
부모님과 남동생들도 제각각 흩어져 사니 잔치국수나 비빔국수, 또는 콩국수 먹자고 모이랄 수도 없고.
골뱅이 비빔국수는 모임이 있을 때나 먹던 개념이 강해서, 이젠 가족모임을 생각하게 만든다.
잔치국수보다 채소와 양념 준비하는 게 더 손이 많이 가긴 하지만, 번거로움도 잊은 채 즐겁고 쉽게 할 수 있는 이유는 가족에게 특식을 먹인다는 기쁨 때문이다.
쫄깃쫄깃한 골뱅이와 고소한 오징어채, 깻잎과 오이 특유의 향, 양파와 고추의 매운맛이 한데 어우러진 골뱅이 국수는 가족을 하나로 만드는 요리다.
바쁜 삶 속에서 추억의 맛이 사라져 가는 요즘, 내 아이들에게도 이런 가족의 맛 하나쯤 남겨야 할 텐데.
부모님을 생각하면 아이들은 어떤 요리가 생각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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