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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자 이조영 Oct 24. 2022

스승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제2장 언어 감옥

“민*님은 보는 감각이 뛰어나시잖아요. 전 보는 게 약하고 듣는 게 강하거든요. 민*님이 어떻게 보는지 배우고 싶어요.”

저처럼 듣는 감각이 발달한 춘*님과 남편처럼 보는 감각이 발달한 민*님의 세션을 보자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민*님이 보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신세계가 따로 없습니다. 보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해 답답하던 문제가 드디어 풀리는 느낌입니다.

‘오오~ 신기하다. 남편도 저런가?’




다음 날인 일요일, 남편과 점심 식사를 하다가 물었습니다.

“나, 당신한테 궁금한 게 있어.”

“뭔데?”

“당신이 백화점 건물에 들어간다고 쳐. 당신은 주차장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어떻게 찾아?”

“뭘 찾아. 그냥 보이는 거지.”

남편의 대답에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어머머머.”

“왜?”

“어제 훈련하는데 당신이랑 똑같이 말하는 사람이 있었거든.”

“오호, 그럼 당신은 어떻게 입구를 찾는데?”

“난 팻말 보고. 다른 것도 그래. 어떤 모양이나 색깔보다는 글자를 보고 찾을 때가 많아. 알잖아. 나, 길치이고 방향치인 거.”

“하하하. 알지.”

“근데 당신은 건물 주차장으로 들어가기 전에 내부 구조가 그려져?”

“응. 한 번 갔다 온 곳이면 더 기억하기가 쉽지. 당신은 안 그래?”

“난 안 그려지거든. 매주 훈련 끝나고 밥 먹으러 가잖아. 자주 갔던 곳인데도 갈 때마다 처음 가는 길이고 처음 보는 건물 같아.”

“와, 진짜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길이나 건물뿐만이 아니야. 사람 얼굴도 잘 못 알아봐. 당신은 안 그러지?”

“난 한 번 보면 다 기억나던데.”

순간, 남편이 대단한 능력자로 보입니다.

“신기하지 않아? 난 어제 소름 돋았어. 당신한테 너무 미안하고.”

“뭐가 미안해?”

“당신은 보는 감각이 발달한 사람이고, 난 듣는 감각이 발달한 사람이라서 사는 스타일도 다른 것뿐인데. 감각을 알고 나니까 너무 내 식으로만 생각했더라고.”

“히야아. 나 지금 완전 기분 좋아. 그동안 나만 이상한 놈인가 했거든.”

“미안해. 이젠 모르겠거나 생각이 다를 땐 물어볼게. 당신한테 나도 보는 방식을 배워야겠어.”


보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알자 비로소 남편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음식 비주얼에  심하게 영향을 받는지,  말을   듣는지, 이야기를   주제가  산발적으로 등장하는지 . 보이는  많고 듣는  약하니 그렇다는 것을요.

내가 남편의 감각과 사고방식을 갖지 않는 한, 완벽히 공감하고 이해하지는 못하겠지요.

그러나 서로가 다른 감각을 쓰고 있는 걸 안 뒤로는 짜증이 나기보다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그 감각과 수많은 필터 때문에 사는 방식과 언어가 달라진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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