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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자 이조영 Oct 24. 2022

‘안 돼’, ‘못 해’라는 감옥

제1장 생각 감옥


중학교 시절 ‘아버지’를 생각하면 ‘안 돼!’가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안 돼!’라는 말로 시작해 일장연설을 늘어놓으셨어요.

가뜩이나 말이 없고 내성적이던 저는 말을 꺼내기 전 많은 생각을 하는 게 습관이 되어 버렸습니다. 특히, 아버지에게 할 말이 있을 때면 무척 고역스러웠습니다.


‘거절당할 게 뻔한데 말해봐야 소용없겠지?’

‘괜히 말 꺼냈다가 야단맞으면 어떡해.’

‘진짜 안 되는 걸 얘기하는 건가?’

‘내 말은 다 틀렸나?’

고민 끝에 간신히 말을 꺼내면, 어김없이 ‘안 돼!’.

무서운 표정과 딱딱한 목소리에 잔뜩 주눅이 들어 잔소리는 들리지도 않았어요.


‘괜히 말했어.’

‘말한 내가 바보지.’

‘난 정말 안 되는 아이인가 봐.’

아버지가 혼자 떠드는 동안, 나는 그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생각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두 시간 야단을 맞은 뒤 풀려나면 의욕이 꺾여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점점 말수도 적어져 아버지와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말을 시키는 것도 싫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존감은 바닥을 쳤고, 수업시간에도 딴생각을 하고 앉아 있기 일쑤였어요.

가족과 학교는 감옥이었습니다.




한마디 말을 하기 위해 백 번은 생각해야 하는 습관은 성인이 된 후에도 남아 있었습니다. 아버지한테 하듯 할 말을 못 하는 건 아니었어요. 말은 곧잘 하게 됐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데 제동이 걸렸습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잘 못하면 어떡하지?’

‘괜히 했다가 창피당하고 말 거면 안 하는 게 나아.’

뭔가 하나를 하려면 생각하고 또 계산하느라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어요. 완벽하게 계획하지 않으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편해졌을 때에야 시도하는 습관은 선택의 폭을 상당히 좁혔습니다.


새로운 걸 시도하는 건 엄청난 도전이었어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거나 싫어하는 걸 하려면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니 불안해서 안절부절못했어요.

대단한 일을 하려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약속이라든가, 낯선 곳에 가야 한다든가.

모르는 사람과 문자나 통화하는 것도 힘들었어요. 은행이나 주민센터를 가는 것도 무서웠어요. 그럴 때면 신경이 곤두서서 필요 이상의 에너지가 들었습니다.


그러자 사람을 만나는 일이 두려워졌습니다. 대화를 하는 것도 어색해서 피하고만 싶었지요.

나는 작은 일조차 선뜻 하지 못하는 소심한 어른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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